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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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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5일 05시 16분 등록
나는 참 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읽고쓰는 약간의 인문적 능력을 제외하고는, 정말 지지리도 솜씨가 없습니다. 문화평론가 정여울이, 자신이 글을 쓰지 않고 있을 때는 금치산자같이 느껴진다고 한 말을 보고,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서지요.


당연히 음치이고 기계치이지만, 그보다 치명적인 것은 관계치라고 봐야합니다. 어떻게 사람을 사귀고, 어떻게 친밀해지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친밀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를 모르니까 버겁게 느끼는거지요.


어쩌다 모임에 나가면,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입을 다물고 있기 일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명상을 해야할 정도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가 썰렁해지는 분위기에 뻘쭘하지요.


그러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습니다. 열 번을 만나도 매번 볼 때마다 처음 보는 사람같다고 합니다. 더 이상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나름대로 행동수칙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원래 실전에 약한 사람이 이론은 빠삭하잖아요? ^^


첫째, 자의식을 내려놓자.
내가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내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너무 신경쓰지 말자. 설령 분위기 파악을 못하거나 사소한 실수를 했다고 해도, 내 실수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다. 끌어안고 있어야 도움이 되지 않는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자. 쾌망快忘!


둘째,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저 사람은 관계지능이 참 뛰어나구나. 흠, 공주병이군.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나는 그 자리에 몰입하기보다, 관찰을 즐기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친밀함을 나누는 대상이다.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껴안아라. 네 앞에 한 사람이 없으면, 온 인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네 안에 사람을 들여라.


셋째, 건강한 관심을 표명하자.
나는 주제있는 이야기는 잘 하는데, 일상적인 대화에는 젬병이다. 성격이 워낙 뚝뚝한데다, 어지간한 일상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치있는 화제가 떠오를 리가 없다. 멀뚱멀뚱 ^^ 이럴 때는 상대방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면 좋을 것같다. 대화를 잘 이끌지 못한다해도, ‘잘 듣는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은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을 표현하는 습관을 익히면 굉장한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동의에 굶주려 있기 때문이다.


넷째, 유머에 대해 연구하자.
세상에 웃음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있을까. 함께 웃는 사이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유머는 낯섬, 억울함, 괴로움을 비틀어 그 틈새를 보게 해 준다. 유머가 있으면 어떤 불행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게 된다. 웃음은 논리와 이성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모든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해준다. 비판적이거나 방어적이면 웃을 수 없다. 어떤 상처와 기억을 갖고있건, 우리는 웃음 속에서 하나가 된다. 많이 웃어라. 좋은 삶을 이루는 요건은 어쩌면 아주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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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2007.04.05 11:30:43 *.72.153.12
저는 물가에서 놀다가 저도 모르게 바지끝이 젖고, 좀더 지나 바지 전체가 축축히 젖어드는, 그렇게 젖을 때까지 오랫동안 곁에서 흘러줄 사람과 서서히 정이 들어버리는 그런 관계에 익숙한 관계치입니다.

관계치이건 어쩌건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네가 좋아'라며 가슴으로 파고 들어와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스스르 경계라는 것이 허물어져 버립니다.
그냥 좋습니다. 마냥 시간이 흘러갑니다.

'나는 사람이 좋아.'
'나는 그대와 같이 하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아.'
'나는 달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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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4.05 13:06:29 *.198.108.130
항복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쓰잘 데 없는 자의식과 근거없는 유아독존을
버릴 것을 맹세합니다.

내가 재수없게 굴었던 사람들,
소 닭 쳐다보듯 했던 사람들,
내 마음 속의 잣대로 이리 재고 저리 쟀던 사람들,
말 조금 통한다고 즉각 오버해서 당황했을 사람들에게
사과합니다.

그저 '사람' 곁에 있겠습니다.
보름이 채 안 된 달빛 아래 답포 바닷가에서
기분좋게 소주 한 병 한 상태를 유지하며
간듯 만듯 그렇게
'사람'에 취해 보겠습니다.
변.경. 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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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2007.04.05 15:20:57 *.133.120.2
'관계치'라는 말...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저는 확실히 관계치는 아닌거 같은데....어느 순간 문뜩 돌아보면 '내 안에 들어온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꼭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요...그런데 자의식을 내려놓으면 정말 그 숫자가 좀 더 늘지 않을까 싶습니다. 쾌망 - 노력하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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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4.05 18:02:17 *.167.80.137
한 선생님.
염치라는 단어를 아시지요. 염치=관계치입니다.
염치를 과감히 버리세요. 때로는 교양없는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그러면 많은 친구와 인관관계가 커질 것입니다.
둘째는 어떻게 해야 상대가 좋을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나를 버리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상대방이 나로인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는 더욱 커다란 관계치입니다. 관계는 서로의 교류를 뜻하고 "치"는 고개라는 우리말입니다. 관계를 맺는 일에 높은 고개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 고개를 없애버리면 관계평(坪)이 되질 않습니까.

이번 여행하실 때, 써니하고 음악애길 들어니 무척이나 사교적이시던데요, 다음에 서울에서 만나면 연한 소주나하면서 그놈의 고개 뭉개버립시다. 항상 건강하게 사세요. - 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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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4.05 20:18:18 *.198.108.130
초아선생님,
염치 = 관계치라는 비유가 굉장히 적절합니다.
저번에 자식이 염라대왕이라는 비유에 이어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선생님 북세미나 하실 때 가 뵈어야지요.
고개 뭉개는데는 연한 소주가 최고인 것도 알고있구요.
내내 편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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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7.04.07 09:20:45 *.255.152.165
ㅎㅎ 편지글 읽고 답글 써야지 했는데 역시나 많은 분들이 말을 걸어 놓으셨네요~ 글 읽으면서 딱 나네 나^^ 했는데 저는 딸을 하나만 나아 키우면서 몇년동안 감옥같은 삶^^ 을 살다가 뛰쳐 나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누구하고나 스스럼없이 말을 잘 나누곤 하는데 ...그러다가 그런 내 모습에 낯설어하면서 가끔 기분나빠하기도 합니다... 그냥 나인 그대로 살고 싶다 하기도하고 이게 좋아지는건가 하기도 하고 ...지금은 길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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