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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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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2일 05시 36분 등록
가끔 춤을 추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운동이라곤 통 하지 않으니 몸이 비명을 지르는 거지요. 빠른 음악을 틀어놓고 이리저리 팔다리를 움직여봅니다. 관광버스춤밖에 나오는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단순한 동작에 금방 싫증이 나서 그만 두고 맙니다.


너무 재미없게, 너무 정적으로, 그리고 너무 머리만 혹사하면서 사는 것같아 춤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고 내가 몸을 놀리는 일을 한다면, 그것은 춤이 될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 음치에게도 신명은 있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춤을 춘 순간도 기억하고 있는걸요. 오래전 중2 소풍지에서 판을 벌려놓고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싫어 내가 나선 적이 있습니다. 야전에서 흘러나오던 클리프 리처드의 ‘Big Ship’에 그냥 몸을 맡겼을 뿐입니다. 그 일로 친구들이 제게 ‘촌스러우면서도 대담하다’는 평을 했지요. 기계적으로 동작을 훈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자유롭게 휘젓고 뛰고 발산하면서 흠뻑 젖으면 카타르시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쉘위댄스?


일단 몸부터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식이요법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단식은 다음으로 미루고 가벼운 마음으로 곡기를 줄이고, 하루에 과일 한 개 정도만 먹기 시작한 지 열흘 남짓에 8키로가 내려갔습니다. 아직도 과체중입니다만, 한결 가벼워져 참 좋습니다. 도대체 그 지방덩어리를 왜 붙이고 살았는지 의아할 지경입니다. 관성과 태만과 포기의 비계덩어리 대신 눈 반짝거리는 감탄과 순정한 출발을 놓고 싶습니다. 과도하게 언어에 기울었던 감각을 이미지와 음률과 바람 속에 풀어놓고 싶습니다. 한없이 단순해지고 한없이 유치해져,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웃고 싶습니다.


올 봄에는 마음 깊은 곳에서 하고 싶었던 일 하나 저질러보시면 어떨지요. 유화를 배우거나 여행, 카메라나 스피커 구입등 이제껏 부려만 먹은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겁니다. 나를 규정하는 경계에서 한 걸음만 더 밀고 나가보는 거지요. 반복과 타성 속에 박제가 되어버릴 것 같은 일상에 흠집을 내고, 아직 맥박이 뛰고 있는지 아직 내 피가 빨간지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 속에서 하고싶은 일이 하나도 없다면, 조금 중증이라고 봐야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기뻐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웃는지 다 잊어버렸다는 얘기거든요. 그렇게 소중한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나는 살아있다. 이보다 더 분명한 사실은 없다.” - 앙리 베르그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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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즐짱
2007.04.12 09:25:20 *.47.94.228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란 말이 있듯이, 삶에 있어 모든 훌륭함과 더 나음은 바로 그 경계를, 그 담장을 뛰어넘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되네요. 따라서 문제란 것이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발전이란 있을 수 없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그 문제를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승화시키려고 발버둥치는 ‘바로 그 사람들’에게만 더 나은 삶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는 니체의 등산 이론과 비슷한데요, 우린 등반 과정에 따르는 고통과 곤경을 극복하며 산을 오를 때에만 더 나은 사람으로 탈바꿈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산 아래의 ‘평범함’에서 벗어나 산 정상에 위치한 완성(?)이란 ‘아름다운 것’에 도달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우리들은 아름다운(앓음다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니체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곤경에 당혹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그 곤경으로부터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일구지 못하는 사실에 당혹해야 한다.”

또한 그래서 문요한 님은 정신경영아카데미 ‘디딤돌’ 메뉴에 아래와 같은 카피를 적어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움은 늘 혼란 속에 피어나며 지금 만나는 문제는 걸림돌이 아니라 더 나은 세계로 당신을 안내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편지를 읽다가 최근에 생각했던 것들과 엮이는 바람에 덧 글이 길어져 버렸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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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04.12 10:15:02 *.133.120.2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속에 하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매번 저지르고 또 저지르고 끝을 못보는 사람은 어떤가요? ㅎㅎ 사실...제가 좀 그렇거든요..앞뒤 생각안하고 하고 싶으면 일단 저질러 보는..그래서 나중에는 결국 시작한 것들을 다시 수습하느라 종종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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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4.12 11:24:31 *.222.214.54
재즐짱님, 평소와 살짝 다른 모습이십니다! 재즐짱님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아직 젊을 때는 과도기와 혼란을 헤매느라고 즐기지 못했는데, 이제는 내게 오는 매 순간을 받아들이고 의미를 추출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소에서 만난 우리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나가는, 성능좋은 해머가 되기를 바랍니다. 재, 즐, 짱!

앨리스님, 저도 그 과라서 잘 아는데요, ^^ 사람은 누구나 생긴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지르고 저지르다 보면, 끝을 보고 싶은 분야가 생기더라구요. 내가 반복해서 저지르는 행위를 분석해보면, 거기에 내 모습이 들어있는 것같아요. 결정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해 나가되, '나다움'의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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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4.12 14:43:56 *.166.0.204
이전의 한 선생님 글과 달라져서 좋기도 하고 놀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글을 읽으면서 벌써 마음은 서울에 도착한 것 갔습니다. 저는 2,3키로 빼는데도 엄청 어려운데 8키로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너무 몰라 보게 이쁘지지는 않했느지요? 같이 여행하면서 뚱뚱한 절보고 달라 진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서가 나오면 기념회에 꼭 초대해 주세요. 멀지만 가겠습니다. 조만간 변한 모습을 뵙겠습니다.

- 항상 아름다운 변화를 추구하는 선생님이 너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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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4.12 16:20:55 *.222.214.54
에고~~ 큰일났습니다.
목숨걸고 이뻐져야 하겠네요. ^^

선생님의 과분한 댓글, 감사합니다. 한 가지 드릴 말씀은, 저번에 주신 호가, 제가 생각하는 저와 너무 달라서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령 병곤씨의 호는, 옆에서 보기에도 기가 막히게 어울리니 보기 좋습니다. 천천히 더 살펴보시고, 다시 지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좋은 오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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