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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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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3일 04시 59분 등록

여러분에게도 아마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편안한 소파에 깊이 파묻힌 듯 아늑하고 아무런 근심도 없는 일상적 행복의 깃털 위에 몸을 죽 펴 누운 듯 평화로움으로 가득한 순간 말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그런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 아늑한 기분은 며칠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봄꽃이 천지에 가득할 때 며칠 동안 심하게 아팠습니다. 자지러지는 듯하여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미리 정해진 일정을 어찌하지 못하고 일을 마치고 다시 까부러져 죽은 듯 자고 나면 조금 기동할 만 해 집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몸이 아플 때는 한 가지 소원 밖에 없습니다. 잠에서 깨어 날 때 아무 고통 없이 하루를 살게 해 주세요.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잘 움직이고 두통없이 세상을 보게하고 찌푸리지 않고 걸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것이 다입니다. 아주 소박한 기도입니다. 일 년에 몇 번 단식을 할 때 마다 그 자발적 빈곤이 배고픔을 통해 온 세상의 음식들에게 열광하게 하듯 병은 일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를 가득 채웁니다.

며칠 앓고 나서 나는 더 행복해 졌습니다. 자고 나서 맑고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참으로 감사해야할 일임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세상이 더 느리게 지나는 듯이 보입니다. 천천히 다가와 내 손을 잡아 주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눈길을 주지 못했던 정다운 것들을 잊지 않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한 템포를 줄이고 내면을 향해 눈길을 주게 합니다.

아내의 손을 잡게 하고 그녀가 내 옆에서 이런저런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길게 늘어놓는 것을 즐기게 해 줍니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하지 않았던 좋은 이야기가 생각나고, 뜰 앞에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배롱 나무에 올해는 넉넉히 거름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노래를 듣게 하고 그 가수의 목소리가 멀리 퍼져가는 곳 까지 따라가다 문득 창밖의 저 새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병은 육체의 고통을 통해 정신을 치료하는 작업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아 그대가 너무 빨리 가는구나.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집착하고 편협해지는구나. 누가 보지 않아도 정성을 다해 치장하는 꽃을 보아라. 오직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도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하물며 사랑하고 많이 웃고 또한 많이 웃으면 푸른 하늘같고, 깊은 산 길 같고, 남해 그 바다 같을 것이다.

며칠 아프고 나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삶은 다시 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차고, 호기심을 가지고 내가 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향해 달려들게 만들어 줍니다. 내 발은 달려가기 위해 있고 내 팔은 안기 위해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봄날입니다. 꽃 피어 좋고 비 내려 아득한 날입니다. 당신에게 어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요 ? 아니, 이렇게 좋은 날에 당신은 어떤 좋을 일을 만들려고 하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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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2007.04.13 08:22:09 *.254.127.22
아픔에도 배움과 행복이 함께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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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혜
2007.04.14 20:17:11 *.111.246.99
이렇게 좋은 봄날.. 구본형 선생님을 강연장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용기가 부족한 탓(?)에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지만...
마음을 탁탁.. 쳐오는 따뜻한 울림이 함께 한 좋은 하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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