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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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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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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6일 08시 21분 등록
주말에 직장 후배가 추천한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라는 진부한 제목의 이 영화는 노숙자에서 백만장자 증권 브로커가 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합니다. 다소 지루하지만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지독하게 가난한 흑인 외판원 크리스 가드너가(윌 스미스 역) 그의 아들을 가난에서 구해주기 위해 시종일관 바쁘게 뛰어다니는 장면들은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빈털터리가 되어 전철역 화장실에서 그의 아들을 품에 안고 자다가, 다른 사람이 들어오려 하자 다리로 문을 막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마침내 60대 1의 관문을 넘어 주식중개인 합격 통보를 받고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식상한 아메리칸 드림 영화라기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행복과 너무 다른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이제 5살 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뭔가를 원한다면, 쟁취해. 그게 전부다.”(You wanna something, go get it. Period.) 이 영화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물론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행복은 쟁취하는 것일까요? 도저히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전쟁터에 나서는 군사들에게 장수가 해 줄법한 말을 버젓이 하는 장면은 제 마음을 껄끄럽게 했습니다.

영화에서 언급된 인물인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자 토머스 제퍼슨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삶, 자유, 행복추구권은 모든 인간의 자명한 권리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왜 주인공은 죽기 살기로 뛰어서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할까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잃어버릴 때 행복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행복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드문 것은 행복해지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반드시 미래에 쟁취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행복은 행복한 순간들이 모인 것입니다. 행복한 장면이 많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을 이루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아주 많이 행복할 것입니다.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은 몰입과 관련이 많습니다. 순간 순간에 오롯이 몰입한다면 그 장면을 아주 잘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천안에서 친한 형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놀러 갔습니다. 맛깔스런 음식과 술 한잔에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끼리도 친해져서 우리는 민박집 예약을 취소하고 형 집에 가서 일박을 했습니다. 아침에는 현충사에 가서 개나리, 진달래, 백목련, 자목련과 명자나무의 흐드러짐에 취했습니다. 충무공 영전에 묵념을 하고 유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밥딜런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은 행복하다네.’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순간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우리의 행복은 무한히 넓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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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4.16 12:10:51 *.145.79.182
사람들은 인생이란 항구에 도달하기 위해서 저마다 자기의 배를 출발시킨다. 배에는 사랑도 싣고 희망과 포부도 싣고 또 양심과 정의도, 의리도 우정도 싣는다. 그러나 배는 너무 많은 것을 실었기 때문에 잘 나가지 못한다. 순조롭게 나가기 위해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버리기 시작한다. 양심을 버리고 희망을 포기하고 사랑도 정의도 버리며 짐을 줄여 나간다. 홀가분해진 배는 그런데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달려 인생의 끝인 항구에 도착하면, 결국 배에는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이 없이 텅 비어 있다.
- 알버르트 슈바이쳐 -

생에 있어서 젊었을 때에는 꿈도 많고 정의롭고 우정도 돈독하지요. 그러나 나이들어 주변을 살피면 아무도 없는 넓은 공간속에 자신만을 발견합니다. 유일하게 남은 이는 가족 뿐 임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도 영원히 나의 곁에 두질 못하지요.

자산선생!
생에 제일 중요한 정(情)의 묶음을 보았군요.
그대의 힘차게 여울을 건너는 용기가 때론 존경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옹박의 말대로 "성실한 독종"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헛갈리게 하는 넘의 말속에서 풍기는 향기가 너무 좋기도 합니다.

부디 잘 질주하여 원함을 이루시길... 처음 생각과 딴글이 써여진 것은 아마 내가 가진 맘속에 잠재한 자산에게 주는 애정 때문일 것입니다. 열심히 살아가 봅시다.
끝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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