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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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구본형입니다. 성은 구씨고 이름은 본형입니다. 한자로는 '本亨'이라고 씁니다. 좀 이상한 이름입니다. 그 중에 '本' 자는 돌림자입니다. 이름 석 자 중에서 두 자가 이미 결정 된 것입니다. 앞 두 자는 조상이 이미 결정해 두었고, '亨' 자 만이 부모의 의지에 따라 선택된 내 이름자이기도 합니다. 이 글자의 뜻은 '형통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本亨이라는 이름은 '근본이 형통하다'라는 뜻이니 만사가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름은 좀 이상하지만 뜻은 마음에 듭니다. 54년 동안 나는 이 이름을 써 왔고 그동안 만사가 형통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이름을 계속 아껴 쓸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조상들이 자(字)와 호(號)를 사용했던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名)은 세월이 지나면서 몇 개의 다른 이름으로 진화해 갑니다. 성인이 되면 '자'(字) 를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주로 손 위의 사람이 그 사람의 기질과 품성을 고려하여 붙여줍니다. 자가 생기면 본명은 잘 쓰지 않고 감춰두고 아껴둡니다. 자도 일종의 호(號)입니다.
호는 보통 자신이 스스로 지어 부르거나 친구나 후학이 지어 불러주기도 합니다. 호는 세월과 함께 여러 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이 죽으면 생전에 쓰던 본명이라도 명(名)이라 부르지 않고 '휘'(諱)라고 달리 부릅니다. 산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기 위함입니다. 만일 이 사람이 공덕이 커 임금이 이를 기리기 위해 호를 추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시호(諡號) 라고 합니다.
그러니 사람의 일생은 명-->자-->호-->휘-->(시호) 로 변천해 가는 것이지요. 이름을 보면 한 사람이 세월과 함께 어떻게 변화해 가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이면서 또 여러 명입니다. 여러 개의 인생이 되어 여러 세상을 살아가는 셈이지요. 이것이 또한 변화의 한 모습니다.
태양이 여름처럼 뜨겁습니다. 여름 같은 가을입니다. 과일이 무르익습니다. 하늘이 청명하고 구름이 한가롭습니다. 오늘은 무르익어가는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 하나를 지어주면 어떨까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 ?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 지금의 나를 부르는 이름 하나, 포부를 담아 가장 나다운 호 하나 지어 보세요. 그리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으로 써두세요. 오늘 나는 다시 시작하는구나.
연습으로 그린 그림이라서 싸인은 하지 않았는데....
이름을 써 넣는다면 무엇을 써 넣을까 했습니다.
화실에서 쓰는 별명있고, 많이 성장하라고 지어주신 호도 있고, 부모님께서 주신 어여쁜 이름 있는데.... 다른 이름에 필이 왔습니다.
책 보다가 거기에 나오는 사람 이름이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제가 쓰이겐 벅찬 이름이긴 하더군요.
이순(耳順) : 공자님 이야기에 나오는 그 이순하고 같은 뜻이구요. 할아버지가 어여쁜 손녀에게 이런 이름을 지어 주셨답니다. 예쁜 손녀 무엇을 하든지 막힘없이 굽힘없이 살라고. 그 이름 그대로 그 아이는 무엇을 해도 다 통하는... 거침없이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름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시작하려 할때는 이것저것 잴 거 없이 저질로 놓고 보는 거라는 마음에. 재다 보면 못하는 거 많잖아요.
그렇게 저질러서 또 안되면 어떻습니까... 시도해 보지 않은 바보 보다 낫죠.
변화를 하는 것이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국 가장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는 욕심도 생기구요.
마음 내키는 대로 질러볼려구, 뭔가를 마구 저지르려고... 이순耳順이란 이름을 씁니다.
본형 : 本形 :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도록 만드는 길잡이.
본형 : 本型 : 근본의 모습을 찍어내는 거푸집 = 다른 사람들이 본래의 모습을 만들어 가도록 도와주는 것.
본형 : 本炯 : 원래 빛나죠? 앞머리가 시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름.
본형 : 本馨 : 사람 본래의 향기가 나는 사람.
본형 : 本螢 : 원래 개똥벌레 였다네...
이 중 두번째가 좋군요.
=
저는 무지(無智 - 지혜가 없음)=>무지(無知 - 지혜는 커녕 아는 것도 없음)=>무명(無明 - 아는 것이 없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무명이라는 것을 배우고 나서 사용한 이름)이라고 쓰고 있었습니다.
올해 햇빛처럼이라는 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봄소풍때 초아선생님께서 지어주신 무산(戊山)이라는 호 또한 마음에는 들지만 아직 뜻이 큰것 같아서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써니님은 저를 불목하니라고 불러주시더군요.
다른 분들이 그런 이름으로 불러주신다는 것은 아마도 그분들이 나에게서 어떤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그 분들이 부르는 그 이름에 나의 한 모습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화두처럼 불러주신 이름을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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