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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일 23시 32분 등록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 관련하여 많은 분들께서 의견을 주셨습니다.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이번 주 마음편지는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의견을 나누겠습니다.  
 
70대 해외 거주 여성
제사는 조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아름다운 행사이니, 반드시 많이 차려서 좋은 것이 아니라 밥과 국에 좋아 하시던 음식 딱 하나 놓고 경의를 표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저기서 저에게 미친 소리 말라고 손가락질 하는 게 보이는 듯합니다. 70이 넘은 제 나이에 지금 저의 집에서는 저도 모르게 제가 가장 윗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맘 놓고 제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니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설날의 세배, 제사 등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저는 제사를 지내는 방식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 년에 딱 한번 모여 가족들이 간단한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오는 포트럭 파티를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다 똑같은 자식인데 장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0대 남성
요즘 부부들 명절에 시댁, 처가댁 다 가지 않나요? 제 주변은 그렇습니다. 시댁만 가는 집 별로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 만큼 시대가 변한 거지요. 물론 시댁에 가든 처가에 가든  남편, 아내의 역할이 다르고 각자 느끼는 부담도 차이가 나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필자께서는 시댁에 가지 않지만 명절에 본가(처가)에도 가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40대 남성
비록 저희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궁금한 건 사실입니다.
남녀불평등이 가부장제 가정에서 일어나는 건 이해가 가는데, 명절 제사와 군복무의 관계를 엮는 고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국방의 의무를 공평하게 부담하는 남자들의 주장에 대해서 그럼 남자들도 출산을 하라고 맞서던 예전 여자 후배님의 주장만큼 생뚱맞게 느껴질 뿐입니다. 불편함 없이 재미있게 읽고 있는 남성 독자의 의견도 표현하고자 바쁜 아침에 급히 답장 드립니다. 

K님
- 마음편지와 관련하여,
다른 필진이 보내주시는 마음편지 내용도 소위 이야기하는 힐링이나 가벼운 아침을 여는 내용은 아닙니다. 마음편지는 독자의 취향에 맞게 보내주는 편지가 아니라 필진의 이야기를 담는 편지입니다. 저의 경우 독자인 저의 취향에 맞지 않는 마음편지는 제가 걸러서 그냥 안보고 있습니다. 본인이 마음이 불편하면 안보면 그만이지 필자에게 왜 그렇게 쓰냐고 따질 일은 아닙니다.
- 남녀갈등과 관련하여,
그동안의 시리즈 내용 중에 남녀갈등구조보다는 여여갈등구조가 더 많이 나왔고 세대 간의 차이를 더 많이 다룬 것 같은데 무슨 근거로 남녀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여성의 사회적으로 약자로서 받고 있는 수많은 차별적 대우를 인정하지 못하고 군대 운운하며 남자의 역불평등(?)을 논하는 것은 그야말로 본인 위주의 사고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본 시리즈의 제목이나 내용에 있어서,
가끔은 꼰대가 되어버린 제가 보기에도 마음 불편할 때가 있긴 했습니다. 어른말씀은 무조건 들어야하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유교문화도 아니고 전통도 아닌 이상한 논리를 어릴 때부터 나도 모르게 계속 듣고 세뇌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버리고 스스로 변화하고 다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변화경영연구소 라는 곳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편지를 통해서 받아보고 있습니다. 시리즈를 이어갈 지 말지에 대한 의견은 이미 다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단단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조금이나마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글을 힘드시겠지만 계속해서 써주셨으면 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J님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 사연에 답장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해주신 말씀들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얘기해주신 조언대로 이젠 참고만 살지 않겠습니다. 글의 힘이 큽니다. 마음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M님
'가족처방전' 첫 연재하실 때부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 편지 읽으면서 부모로서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소소한 지혜를 얻기도 했지요.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는 정말 압권이었답니다. 저는 갈등을 회피하거나 적당히 타협하면서 유지해온 문제를 선생님은 현명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고 계셨지요. 지혜와 경험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견고한 구조를 바꿔내셨군요. 위로와 칭찬의 박수를 힘껏 쳐드립니다. 천천히, 계속, 써주시기 바랍니다. 결혼하고 첫 명절을 앞두고 서점에 나갔다가 <나는 제사가 싫다>라는 책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읽은 기억이 납니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들에게는 아직도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요.
당당하게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선생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불만만 가득한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고 있거든요. 요즘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선생님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60대 남성 구독자님께서 주신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릴게요. 저희 가족은 명절에 시댁과 친정 모두 가지 않습니다. 친정은 종가는 아니지만 아빠가 장남이셔서 제사를 지냈고, 2014년에 제사를 전부 없앴습니다. 엄마의 건강이 염려되어 1년에 걸쳐 가족들을 설득했고 다행히 온 가족 합의하에 가족문화를 바꾸었습니다. 친정의 제사를 없애는 일은 제게 엄마를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시댁은 2018년에 모든 제사를 없앴습니다. 대가족 한 분 한 분 의견이 분분했기에 종가의 제사문화를 바꾸는 일은 만 14년이 걸렸습니다. 저와 시어머니 사이 합의를 먼저 이루었고, 이후에 시어머니께서 직접 주도하셔서 변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양가 모두 제사를 지내기 않고, 저희 가족은 명절에 양가에 가지 않습니다.

70대 여성 구독자님께서 주신 편지를 받고 79세 시아버지와 75세 시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두 분 모두 구독자님과 같은 마음으로 45년간 제사를 지내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종가의 제사는 많은 인원이 모일 장소와 먹을 음식과 잠자리 등 종손의 어머니가 책임져야 할 노동이 너무 많았습니다. 장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제사문화를 바꾸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명절문화는 과거 농경 사회 대가족이 근거리에 집성촌을 이루어 살며 농사를 함께 짓고 먹을 것을 나누어 먹던 때 가능했던 미풍양속이라 생각합니다.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직장 가까이에 살며 명절에 도로가 막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저희 가족은 일 년에 세 번 (설날 전 또는 후, 한식 전 또는 후, 추석 전 또는 후) 모입니다. 대가족 중에 한 가족이 운영하는 큰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40대 남성 구독자님과 K님, 남녀불평등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는 현재 2011년 에피소드까지 연재했고, 이후 2018년 에피소드로 진행하면서 좀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대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체성이 존중되는 서로 돕는 공동체로서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담을 예정입니다.
남녀갈등과 관련하여 좋은 글을 만났습니다. 정희진 선생님의 경향신문 11월 26일자 칼럼을 공유합니다.  
[정희진의 낯선 사이]남성도 힘든 이유

먼저 시댁 고민을 꺼내주신 J님 덕분에 저도 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답장이 J님께 도움이 되고 힘이 되었다니 뿌듯합니다. M님의 응원이 힘입어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를 스물 한 편이나 쓸 수 있었습니다.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는 작년에 한 번, 올해 한 번 출간의뢰를 받았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책으로 출간할 만한 좋은 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만으로 글 쓰는 사람인 저에게는 의미가 깊습니다. 보내주신 의견을 잊지 않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깊이 생각하여 끝까지 써 보겠습니다. 

*

이번 주부터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를 제 블로그에 게시하겠습니다. 시리즈 애독자님들을 위해 마음편지 하단에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마음편지 구독자님 중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 애독자님들만 초대할게요. 그리고 마음편지는 다른 주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차주에는 보다 변화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문학 가족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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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스물두 번째 이야기

https://blog.naver.com/toniek/221724092997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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