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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8일 22시 02분 등록







어제는 변화경영연구소의 2019년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40여 명이 참석해서 올해 출간한 작가들의 출간을 축하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일상을 공유하는 따뜻한 자리였습니다. 이번 송년회의 테마 중 하나는 모두가 참여하는 송년회, 즉 포트락(potluck) 파티였는데요. 저는 마들렌(madeleine)을 만들어 갔습니다. 마들렌은 프랑스의 과자로 특유의 가리비 모양에 가운데가 불룩 튀어나온 걸로 유명하지요.




마들렌 3.png

출처: https://www.lericettedimammagy.com/ricetta/madeleine-alla-vaniglia/

 

영국에 애프터눈 티 타임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르 구테(le goûter)라는 티 타임이 있습니다. 영국의 티 타임에는 주로 홍차와 스콘을 먹는데요. 프랑스의 르 구테에는 바로 이 마들렌과 홍차 또는 커피를 마십니다. 르 구테는 오후 4시 경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그런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마들렌이 아이들 간식으로도 애용됩니다. 18세기 중반에 프랑스 북동부의 로렌 이라는 지방에서 살던 마들렌이라는 소녀가 만들었던 것이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프랑스 시골 마을 출신의 마들렌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 된 건 프랑스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Marcel Proust: 1871~1922) 덕이 큽니다.

 

나에게서 나의 취침의 비극과 그 무대, 그 밖의 것은 하나도 콩브레에 존재하지 않게 된 지 오랜 세월이 흘러간 어느 겨울날, 내가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추워하는 나를 보고 내 습관과는 반대로, 차를 조금 들게 해주마고 제의한 적이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생각을 고쳐, 마시기로 했다. 어머니는 과자를 가지러 보냈다. 가리비처럼 가느다란 홈이 난 조가비 속에 흘려 넣어 구운 듯한, 잘고도 통통한 프티트 마들렌(옮긴이: 아주 평범한 버터 케이크로서 틀에 넣고 구움)이라고 하는 과자였다. 그리고 이윽고 우중충한 오늘 하루와 음산한 내일의 예측에 풀죽은 나는, 마들렌의 한 조각이 부드럽게 되어 가고 있는 차를 한 숟가락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고, 뭐라 형용키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솟아나 나를 휩쓸었다. 그 쾌감은 사랑의 작용과 같은 투로, 귀중한 정수(精髓)로 나를 채우고, 그 즉시 나로 하여금 삶의 무상을 아랑곳하지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였다. 아니 차라리 그 정수는 내 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나 자신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범용한 우연한, 죽음을 면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어디서 이 힘찬 기쁨이 나에게 올 수 있었는가? 기쁨이 차와 과자의 맛과 이어져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것을 한없이 초월하고 있어서 도저히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닌 듯 싶었다. 어디서 이 기쁨이 왔는가? 무엇을 뜻하고 있는가? 어디서 파악하느냐? (중략)

그러자 나의 몸 안에, 깊은 심연에 빠진 닻처럼 끌어올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 무엇이 움직이기 시작해, 떠오르려고 꿈틀거리는 것을 감촉한다. 그것이 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천천히 올라온다. 나는 그것의 저항을 느끼며, 그것이 지나오는 거리의 소란한 소리를 듣는다.


마들렌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자전적 소설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1권 〈스완네 쪽으로>에 등장합니다. 책의 주인공이 따뜻한 차를 살짝 적셔서 마들렌을 한 입 맛보는 순간,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쾌감에 빠집니다. 1913년 그가 1권을 완성하던 때만 하더라도 그의 글은 출간을 거절 당해서 자비로 출판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후 2권 <꽃피는 아가씨들의 그늘에>는 콩쿠르 상을 받으며 프랑스 최고 작가의 반열에 들어섭니다. 또한 1권에 등장했던 마들렌은 '프루스트의 마들렌'이라 불리며 프랑스인들에게 지나간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상징물로 등극하게 되지요.

이는 나중에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란 이름이 되어 향기로 기억이 환기되는 현상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가 됩니다.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면 어린 시절 엄마가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주시던 게 떠오른다거나, 떡볶이를 먹으면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이 떠오르는 것 같은 현상들 말이지요.



그러자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이 맛, 그것은 콩브레 시절의 주일날 아침(그날은 언제나 미사 시간 전에는 외출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레오니 고모의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 고모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꽃을 달인 물에 담근 후 내게 주던 그 마들렌을 보고도, 실제로 맛을 보았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회상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아마, 그 후 과자 가게의 선반에서 몇 번이고 보고도 먹어 보지 않고 지내 왔기 때문에, 드디어 그 시상이 콩브레 시절의 나날과 떨어져, 보다 가까운 나날과 이어져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그처럼 오랫동안 기억 바깥에 버려진 그런 기억에서, 살아 남아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게 분해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물의 형태 또한 근엄하고도 숫저운 스커트 주름에 싸여 그토록 풍만하고 육감적인, 과자의 작은 조가비 같은 모양도 없어지거나 잠들어 버리거나 하여, 의식에 또다시 결부될 만한 팽창력을 잃고 만 것이다. (중략)

그런데 레오니 고모가 나에게 준, 보리수꽃을 달인 더운 물에 담근 한 조각 마들렌의 맛임을 깨닫자(왜 그 기억이 나를 그토록 행복하게 하였는지 아직 모르고, 그 이유의 발견도 한참 후일로 미루지 않으면 안 되었으나), 즉시 거리에 면한, 고모의 방이 있는 회색의 옛 가옥이 극의 무대장치처럼 나타나, 이 원채 뒤에 나의 양친을 위해 뜰을 향해 지어진 작은 별채와 결부되었다(내가 여태까지 환기한 것은, 단지 이 별채의 잘린 면만이었다). 그리고 이 회색의 가옥과 더불어, 마을, 점심 전에 심부름을 가곤 했던 한 광장,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떠한 날씨에도 내가 쏘다니던 거리들, 날씨가 좋을 때만 다같이 걸어간 길들이 나타났다. (중략)

이제야 우리들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스완씨의 정원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비본 내()의 수련화 마을의 선량한 사람들과 그들이 조촐한 집들과 성당과 콩브레와 그 근방, 그러한 모든 것이 형태를 갖추고 뿌리를 내려, 마을과 정원과 더불어 나의 찻잔에서 나왔다.

 

원래 이번 송년회에는 마카롱을 만들어 가려고 했는데요. 몸살로 컨디션이 안 좋았기에 손이 많이 가는 마카롱 대신에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마들렌을 가져갔습니다.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저의 마들렌이 따뜻한 송년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었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음에 마들렌을 먹을 때면 그날의 따뜻했던 추억을 떠오르게 할 매개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송년회_2019.jpg


다른 분들은 어떤 음식을 가져오셨을까요. 와인, 양주 등 술이 대세였지만 무엇보다 인기가 많았던 건 포항에서 보내주신 과메기였습니다. 잘 말린 쫀득한 과메기 외에도 채소, 쌈장 등도 넉넉히 보내주셔서 송년회 시작도 하기 전부터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저는 과메기의 맛은 아직 잘 모르지만 후배, 동료들을 떠올리며 담으셨을 마음만으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과메기를 먹기도 전에 보기만 해도 어제의 즐거웠던 송년회와 변경연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맛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되었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네요.

이번주도 따뜻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김창석 옮김, 국일미디어, 2001

<세계음식명 백과> 김소영, 장은아, 마로니에북스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59573&cid=40942&categoryId=40457

한국일보, [기억할 오늘]: 프루스트의 마들렌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469&aid=0000440806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이자 정신과의사인 문요한 작가의 신작 『이제 몸을 챙깁니다』 출간 소식입니다. 20여년 동안 효율과 결과를 좇아 생각 중독자로 살아오던 어느 날 몸의 이상 신호를 느낀 후 스스로 안식년을 갖고 오감을 깨우는 긴 여행을 떠났고, 몸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삶이 달라짐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움직임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위한 몸의 심리학을 통해 몸에 활력을 주고 온전하게 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7919


2. [모집] 내 안의 '위대함'을 찾아 떠나는 청소년 진로탐험 여행(2020.1.11-1.18)

2020 청소년 진로탐험 여행에서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고 싶은 청소년과 그런 자녀를 바라고 지지하는 부모님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청소년 진로전문가 박승오 선생님, 숲 철학자 김용규 선생님, 마음챙김 명상전문가 김인중 선생님과 함께 하는 78일의 진로탐험 여행을 통해 자신 안에 접혀있는 '위대함'의 씨앗을 찾고 이를 싹틔우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http://www.bhgoo.com/2011/858127



3. [모집] 아티스트웨이 4차 쿠바여행 16 (2020.2.1-2.16) 참여 안내

아티스트웨이(대표: 연구원4기 로이스) 쿠바 여행은 이번 이후 당분간 진행되지 않습니다. 쿠바를 맘에 품고 오래 기다린 당신이라면, 이 여행은 당신을 위한 여행입니다. 쿠바가 더 개방되기 전, 아티스트웨이와 함께 할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잠자던 감성이 돌아오고 영혼의 춤이 되살아납니다. ‘쿠바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쿠바 한 나라를 구석구석 깊이있게 경험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입니다. 11 30일까지 등록하면 혜택이 있습니다. 자세한 건 여기:

https://cafe.naver.com/morningpage/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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