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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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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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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3일 23시 5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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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s 용기충전소

모험의 이유

"왜 그렇게 많은 모험을 하셨어요? 사서 고생한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러셨어요?"

며칠 전 했던 '랜선북토크'의 참가자가 제 책을 읽었다며, 위 질문을 던졌습니다. 책 <인생모험>에는 말그대로 그동안 '어떻게 살까' 고민하며 해왔던 여러 모험 이야기가 담겨 있었거든요. 이를 테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을 한다거나, 호주에서 혼자 힘으로 1년 살아본다거나, 30일 단식한다거나, 히말라야를 오르고, 또 세계여행 한다거나 등등.  

사실 왜 고생을 사서 했냐는 질문은 처음이 아닙니다. 그간 수없이 받았던 질문이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했던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걸까? 심지어 주변에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부추긴 사람도 하나 없는데 말이죠. 왜 굳이 그런 모험을 한 걸까?  지금까진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다 명확한 답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본색을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본색'은 본디의 바탕이나 정체로, 대상이 가진 진짜 모습을 의미합니다. 영어 '오리지낼러티(독창성, 고유성, 진짜)'와 상통하죠.  본색은 환경에 따라 감춰지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돈을 많이 벌거나 인기가 많아지게 되면 가끔 "그 사람, 변했어" 라고 말하잖아요.하지만 저는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그의 본색이 드러났다"고 봅니다. 그 사람은 바뀌지 않았는데, 환경이 바뀌면서 그간 감춰져 있던 본색이 드러났을 뿐이죠. 


저는 어릴 때부터 자의식이 강했는데, 그래서 부끄럼도 많이 탄 한편, 내가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도 강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선 제대로 알 수  없겠더라고요. 끽해야  막내딸, 부반장, 동네 친구, 말 수 없는 아이와 같이 제 역할이나 성격에 대한 답만 할 수 있을 뿐이었거든요. 저는 깊이 감춰져 있는 제 본색을 알고 싶었습니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 본색을 알아야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보려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환경들에 스스로를 던져봐야했습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봐야, 평상시 숨겨져있던 제 본색이 드러날테니까요.

19살에 했던 무전여행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갓 수능을 마친 때였는데, 남는 시간에 뭘할까 하다 우연히 서울에서 부산까지 영남대로를 따라 여행한 사람이 쓴 책을 읽게 됐습니다. 그 길을 따라 여행을 해보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여행을 했고, 돈이 없다보니 잠도 얻어 자고, 밥도 얻어 먹어야 했습니다. 숫기 없는 저로서는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엄청난 도전이었죠. 가다가 발톱도 빠지고 온 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많은 고생을 했는데, 한편으론 재미도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제가 달라지는게 눈에 보였거든요. 


살아남아야겠다는 생존능력이 200% 가동되다보니, 제 잠재력이 발휘되기 시작했습니다. 눈만 뜨면 오늘은 뭘 먹고, 어디서 잘 건지 궁리하다보니 어느새 느는 건 잔머리요, 두꺼워지는 건 낯짝이라, 더이상 수치심, 부끄러움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면이 나한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매일 놀랐습니다. 어리광 부리던 막내였는데, 이렇게 용김하고 이렇게 말 잘하는지 몰랐습니다. 이렇게 불도저같은 의지를 가졌는지도 몰랐고, 이렇게 잔머리를 잘 굴리는지도 몰랐습니다. 무전여행을 하는 열흘 동안, 지난 18년동안 알아왔던 것보다 훨씬 더 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는 재미가 그 무엇보다 쏠쏠했습니다. 


지내다보면, '아니, 왜 굳이 저걸 한대?' 라고 혀를 끌끌 차는 일에 기꺼이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뛰어드는 순간 고생할 걸 알지만, 동시에 해냈을 때 느끼는 기쁨이 훨씬 크다는 것도 압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도전해 그를 해내는 겁니다. 그만큼 세상짜릿하고 심장 터지게 기쁜 일이 없거든요. 어쩌면 모험가들, 도전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그 맛에 중독된 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그때만큼 강렬하게 느낄 때가 없으니까요.  


도전한다는 건, 제게 이런 의미입니다. 마치 땅 따먹기 하듯 나의 안전지대를 깨면서 내 영역을 계속해서 늘려가는 것. 더불어 나의 가능성도 늘려가는 것입니다. 그 뒤로도 수 없이 여행하고, 모험하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또 일하면서 저의 본색을 하나씩 잠깨워갔습니다. 그간 저는 세상을 탐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저라는 대륙을 탐험한 거더라고요. 


자신감은 '자신을 아는 것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인간의 품격>을 쓴 데이비드 브룩스에 따르면, 자존감은 스스로 자신보다 더 나은 존재, 시련이 닥쳤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유혹을 만났을 때 굽히지 않는 존재가 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하죠. 


'본색을 안다'는 것 또한 제게 그런 힘을 안겨 주었습니다. '내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이 내게 있구나.'를 그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요. 문득, 여러분의 본색은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살려내고 있는지도 말이죠. 언젠간 여러분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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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4 19:33:32 *.133.149.24

늘 용기있고  도전적이라고 생각했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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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0 21:23:39 *.181.106.109

그러셨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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