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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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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5일 07시 5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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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크리스마스!

별 감흥은 없지만,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리고 서울 한달살기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3주가 지났습니다. 

오늘은 지난 3주간 일상을 여행처럼 지내며 발견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서울 한달살이의 작은 결말입니다.  



1.

무엇이든 반복되고 익숙해지면 감흥이 사라지는데, 여행도 마찬가집니다. 

6개월 이상 장기여행을 다니다보면, 시들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퐁퐁 솟아나던 설렘이 더이상 나오지 않고, 뭘 봐도 시큰둥해지고 누굴 만나도 반갑지 않죠. 일상이든 여행이든, 반복되고 예측가능해지면 권태기가 찾아옵니다. 반복되는 일들에 점점 질리고 있다는 뜻이죠.  올 1년을 코로나로 거의 집에만 생활하는 아주 좁은 일상을 지속하면서 그런 권태기를 맞았습니다. 놀랍지도 않은 일입니다. 어딜 갈수도 없는 몹시 갑갑한 현실에서 생각해낸 것이, 지금 여기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였고요. 그렇게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서울에서 한달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신이 났습니다. 제 방도 새롭게 보이고, 먹던 밥도 더 맛있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길을 부러 찾아 다니기도 하고, 새로운 카페를 찾기도 했습니다 .안 입던 옷도 입고요. 그런데 그것도 조금씩 시들해지더군요. 새로운 일들도 매번 하게 되면, 그마저도 익숙해져버립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패턴을 바꾸고 무엇이든 새롭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3주를 그렇게 지내보니 마냥 새로운게 능사는 아니더군요. 단순히 옷을 바꿔입고, 장소를 바꾸는 새로움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새로움에도 방향이 필요했죠. 



2.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은나라의 탕왕이 자신이 쓰는 세숫대야에 새긴 글에서 유래한 말로, ‘진실로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날마다 새로워야 하고 또 새로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탕왕은 매일 세수를 하면서 그 글귀를 보았을 것이고, 그러면서 매일 마음을 다잡았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新(신)은 단순히 새로워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나아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움이란, 결국 내가 원하는 삶으로 한 걸음씩 가는 새로움이어야 합니다. 그런 새로움은 대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다 '리추얼'이란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 메이슨 커리는 어느날 이런 의문을 품게 됩니다. '모두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걸 이루는 걸까?' 그들에게 어떤 특별한 게 있는지 궁금해진 그는 지난  400년간 위대한 창조자로 꼽히는 이들의 일상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 화가, 철학자, 작곡가, 무용가, 영화감독, 과학자 등 161명을 7년간 분석하며 공통점이 하나 발견하게 되죠. 바로, 그들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만의 리추얼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패턴을 말합니다. 습관과 다른 점은 '의미부여' 과정이 포함된다는 것이죠. 즉,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패턴이라면, 리추얼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행동패턴입니다.  위대한 이들은 우리와 똑같이 보잘것 없는 일상을 보냈지만, 자기만의 리추얼을 통해 일상을 창조적인 시간으로 만들어간 점이 달랐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시간 글을 쓰고 수영이나 마라톤을 합니다. 

토지 작가 박경리는 매일 글을 쓰면서 나머지 시간엔 텃밭을 가꿨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매일 20분씩 2번 명상을 했고,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자문했습니다.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매일 오후 4시반에 시골길을 드라이브했고,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은 매일 아침 30분씩 물구나무 서기를 했습니다. 


리추얼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을 수 있게 자신만의 단순화된 패턴을 만들었을 뿐이죠. 그게 특별함을 만들었고요. 리추얼 Ritual의 어원은 라틴어 'Ritus'에 있습니다. 이는 성스러운 습관이라는 뜻으로, 신에게 가는 가는 길에 대한 반복적 행동을 말합니다. 참, 멋지지요? 


3. 

돌아보니, 서울 한달살이를 하면서 습관이 된 게 하나 있습니다. 

매일 일어나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저의 뇌를 자극하고 다른 생각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돌아보니, 새롭다는 게  날마다 '다른 행동'을 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는 장소를 바꾸고, 패턴을 바꾸는 등 확장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새롭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어제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는 깊이있는 새로움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새로움이란 어쩌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매일의 한 걸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제보다 오늘 한 걸음 더 갈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새로움입니다. 나의 중심을 잡고, 그러면서도 나에게 매몰되지 않고, 원하는 일을 지속해가는 거지요. 어제보다 더 나은 지속가능한 삶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달살이를 하면서 리추얼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7시까지 글을 쓰는 일입니다. 저는 '글로 떠나는 우주여행'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현재까지 5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는데, 내년은 더 확실한 리추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하나씩 '나만의 리추얼'로 일상으로 불러오는 것.

그게 가장 새로워지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시고

매일 매일 새롭고 깊이가 더해지시길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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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5 13:17:30 *.134.131.135

저는 그것을 '일회성의 원리'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날마다 날마다 온 몸과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 수 있었죠 ! 곧 리츄얼이지요 ^^ 

오랜시간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몇 가지 방법들이 있는 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법칙이죠 

자연은 반복되고 순환되지만 동일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다르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그 산은 그 산이 아니요, 그 물은 그 물이 아니다. 그래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라는 말과 같은 겁니다. ^^ 

저의 세계에서 무형검법 無型劍法 즉 형태(形態)는 있지만 형식(型式)이 없는 전술 (tactics) 근거였었습니다.

생각이나 형식에 갖히지 않고 상황과 조건에 따라 배우고 익힌 것은 적용할 수 있는 그런 개방적 대응력이었습니다. 

물론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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