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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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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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3일 20시 44분 등록

저는 이직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어느덧 직장 생활을 한지도 20년이 넘어 갑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는 다양한데요. 지금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해외인턴, 해외 주재원 그리고 외국계 기업까지 참 다양한 곳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회사를 많이 옮겼을까요


그 시작은 바로 첫 직장을 1년 만에 그만두면서 대책 없이 무작정 사표를 던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이직할 회사를 확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차가운 거리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젊었고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태도 아니었고 1년 동안 월급으로 받은 돈도 통장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제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죠. 통장의 잔고가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면서 저는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급해지면 불안해집니다. 불안해지면 결단력이 흔들리고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결국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가장 먼저 합격한 회사에 무작정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묻지마 입사를 자행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기란 쉽지 않았죠.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회사를 나와 거리를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회사를 다니기까지 몇 번을 입사하고 퇴사하기를 반복했었습니다.


그 모든 악순환의 첫 시작은 바로 조급함이었습니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회사를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할 운명입니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어느 노교수의 말에 공감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의 숙명이죠. 하지만 제 꿈인 대한민국 1호 습관 조력자로 더 빨리 성장하고 싶은 욕심에 하루라도 빨리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흔들릴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첫 책인 습관홈트 2017년에 출간하고 어른 습관홈트 프로그램아이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큰 돈은 아니지만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뭔가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다면 직장을 그만두어도 될 것 같다는 어설픈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퇴사의 뜻을 어필했지만 월급이란 안정감을 포기하기엔 빠르다는 아내의 강경한 태도에 마음이 상했었지요. 저는 며칠 동안 아내와 말도 안하고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었습니다


그리고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이 바로 육아 휴직이었습니다. 아내에게는 6개월만 육아 휴직을 쓰겠다고 맹세했지만 회사에는 1년 동안 육아 휴직을 제출했었습니다. 6개월로는 뭔가 보여주기에 부족한 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 일은 정말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육아 휴직 동안 월급의 반에 반도 벌지 못하게 되자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쥐꼬리만한 수입도 매월 고정적이라기 보단 달마다 들쑥날쑥 했으니 아내 입장에선 많이 불안했을 것입니다. 아내의 불안은 저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고 그 조급함은 제가 6개월만에 다시 회사에 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저와 비슷한 고민이나 경험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직장을 다니며 창업을 해야 할까? 아니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회사를 그만둘까? 라고 말이죠.


제 생각은 전자입니다. 직장을 다니며 창업을 단단히 준비하고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할 때까지 퇴사를 미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루하고 고단한 여정임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제 과거의 경험을 반추해 보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불안하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걱정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팀 페리스의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에 소개된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Susan Cain)도 저의 생각에 힘을 실어 줍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지출의 시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기댈 수 있는 '재정적 쿠션'을 만드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모든 것이 불안해진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가 소개되었는데요. 경영 연구자 조지프 라피(Joseph Raffiee)와 지에 펭(Jie Feng)이 기업가가 된 20~50대 사람들로 구성된 5,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 낮았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바로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어설프게 쓴 책을 조급하게 출간한다거나 조잡하게 만든 예술품을 시장에 헐값에 팔아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 목록에 오른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은 창업한 뒤에도 계속 직장을 다녔다고 합니다. 몇 명의 예를 들면,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1996년에 인터넷 검색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음에도 2년 뒤에야 스탠퍼드 대학원을 휴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쓴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첫 작품을 쓰고 나서도 교사, 건물 관리인, 주유소 직원으로 7년 동안 일을 계속했습니다.


제 스승이었던 구본형 작가도 첫 책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많이 팔렸음에도 불구하고 다니던 회사를 계속 더 다니셨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약속을 했습니다. ‘매년 책을 낼 수 있다면 나는 나와도 돼라고 다짐하며 매일 새벽에 글을 쓰고 출근했습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큰 것 하나를 노리지 마라. 몇 년 후 뭐가 되기 위해 차곡차곡 일을 만들고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게 아니다. 매일 뭔가를 정해야 한다. 나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 것은 새벽에 매일 2~3시간 글 쓰는 것이었다. 그 결과 매년 책이 나왔다


구본형 작가의 성공 비결은 바로 직장을 다니며 매일 새벽에 2~3시간씩 출근 전에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이 좋은 습관이 그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글쓰기의 창조적인 활동에 조급함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 것이지요.


'나다움'을 찾는 것은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숙제입니다. 내 안에 무엇이 잠들어 있는지 알아 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알아내야 나답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 좋게 그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섣불리 고정적 수입을 만들기 전에는 밥벌이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어서는 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급함이 군대처럼 공격해 올 것이고 우리는 불안에 떨며 어설픈 우리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후회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도 사장이 되기 위해 재정적 쿠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대는 어떠하신지요?


IP *.37.9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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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14:30:38 *.134.131.135

두 개의 문장이 생각나는군요 ! 

'있었던 세계의 고통이 새로운 세계의 모험보다 낫다'

' 거역한다고 해서 강한 것은 아니다. 견디어 내는 것이 더 강하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새 해 몸과 마음 온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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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0 22:37:22 *.37.90.49

언제나 제 부족한 글에 정성스런 댓글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 한 바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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