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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5일 08시 39분 등록


아이들에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라고 가르치기 전까지, 아이들은 즐겁게 춤을 춥니다.

-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 



 Dance Party.png

출처: https://www.thespruce.com/how-to-plan-a-musical-party-for-kids-1197502

 

두번째 공연이 끝나고 1주일 뒤, 무사히 공연을 마친 자축 겸 송년회 겸, 그동안의 노력을 칭찬하는 파티를 열었습니다. 공연 참가자의 대부분 어린이들이었으니 파티 참가자도 거의 다 어린이와 그들의 엄마들이었습니다. 보호자가 아닌 성인은 저와 선생님, 딱 두 명 뿐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분은 아쉽게도 공연을 마지막으로 다시 볼 수 없었네요.

학원에 모여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그날 누가 잘 했다, 누구 의상이 정말 예뻤다, 화장이 잘 됐더라이런 말들을 주고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 때 했던 춤을 다시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유치부 아이들로부터 시작했지요. 시킬 필요도 없었습니다. ‘XX이가 그날 정말 예쁘게 잘 했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서더니 음악도 없이 그날의 춤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어린 아이들도 누가 시키기도 전에 일어서서 자신의 춤을 자랑했습니다. 유치부 아이들과 초등 저학년의 순서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스스로 일어나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OO이도 한번 해봐. 너도 잘 했잖아라고 엄마가 부추기자 그제서야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도 일어서서 본인의 춤을 보여줬습니다. 개중에는 엄마가 아무리 옆구리를 찔러도 고개를 흔드는 아이들도 있었네요. 수백명의 관객보다 동료들의 눈이 더 무서웠던 걸까요? 아니 의상과 화장, 조명 없이는 나의 춤을 보여줄 수 없다는 프로페셔널리즘이었는지던 걸까요.


어쨌든 모두들 환호하며 즐겁게 댄스 파티를 즐기는 와중에도 웃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였습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의 순서가 끝나고 저도 한번 해보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을까 봐 였지요. 바쁘다고 말하고 일어설까, 그냥 조용히 사라질까 고민되었습니다. 적극적인 아이, 소극적인 아이, 끝내 거부하는 수줍은 아이까지 모든 어린이들의 순서가 끝났습니다. 땀이 났고 공연 전처럼 떨렸지만 아무도 저를 시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실 엄마들은 자기 아이들이나 그들의 친구들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아무도 저에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요. 그나마 선생님만이 저도 한번 해보라고 했지만, 파트너가 없다는 변명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꺼내며 손사래를 쳤네요. 아 선생님도 두 번 물어보지도 않더군요. 그렇게 쉽게 저를 건너 뛰고 선생님의 춤으로 댄스 파티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이제 공연 음악이 아닌 그냥 신나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역시나 가장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안무가 아닌 막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댄스 파티가 시작된 것이지요.

즐겁기는 했지만 안무가 없어서인지 초등학생들도 아무도 일어서지 않는데 엄마들이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공연 때마다 아이들의 의상과 화장을 담당하고, 무대 뒤에서 동선을 체크하는 등 스탭처럼 일하는 엄마들이었지요. 예쁘고 화려한 아이들에 비해 아무 화장기 없고 옷이나 입는 엄마들은 상대적으로 늘 초라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항상 아이들의 멋진 공연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만 봤던지라 그냥 아이들로 대리 만족하는 엄마들로만 생각했었는데요. 아이들의 끼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날의 엄마들은 그동안 보았던 무대 뒤의 아줌마들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신나게 본인의 흥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안무도 의상도 화장도 필요 없었습니다. 변명이나마 프로페셔널리즘 운운했던 제가 참으로 작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신이 난 엄마들 틈에서 저도 일어섰습니다.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안무대로 잘하지 않아도 진짜로 즐거운 춤을 맘껏 출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날은 3년 가까이 학원을 다니면서 보냈던 수 백 시간 중에서 가장 나 다운 춤을 춘 시간이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전국의 산이 단풍으로 아름다울 때이지요. 아쉽지만 올해는 친구가 보내준 예쁜 단풍 사진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출간소식]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양재우 저
20
가지 경제 공부법,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경제 공부야말로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매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런 방법으로 알곡을 모은 20가지 경제 공부법을 저자는 제안한다자신만의 경제 공부법을 터득한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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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hgoo.com/2011/863572





IP *.226.15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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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5 13:46:23 *.133.149.97

  반백을 무대위에서 전쟁을 하듯 운동을 해왔던 사람이라 움직임과 관련한 공연 이야기가 마음에 닿습니다.

열심히 사시는 게 멋있기만 한데,  가끔은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하나의 스토리, 공연의 마지막이 좋아서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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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16:37:39 *.226.157.137

글을 쓰는 시점이 4년 전이라...

지금 시각에서 (그리고 객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아요.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이 나올 거에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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