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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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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3일 23시 32분 등록

사랑하는 부부가 있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정의는 똑같지 않았다. 남편은 돈을 많이 벌어 명품을 사다 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머리카락을 만져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 사랑을 느꼈다



남편은 회사 일로 정신 없이 바빴다. 야근도 잦고 회식도 부쩍 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독일 출장이 잡혔다. 남편은 명품 가방을 사다 주며 사랑을 표현했다. 빠듯한 출장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아내 가방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한 것이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발품까지 팔았기에 제대로 사랑 표현을 한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아내는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내가 선물까지 받아 놓고 억지를 부린다고 억울해 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하고는 한다. 내 아내는 다른 행성에서 온 듯 하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물건을 구매할 때는 심하게 다투기까지 한다. 우리 부부는 몇 해 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백화점에 들렀다. 아내는 내 운동화가 낡았다며 새것을 사주고 싶어했다. 그 마음이 예뻤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걷다가 한 스포츠 브랜드 매장 앞에 멈추어 섰다. 그 브랜드는 나에게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초등학생 때, 어머니는 나에게 그 당시 고가의 이 브랜드 신발을 사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흔히 말하는 짝퉁 신발이었다. 하얀 바탕에 빨간 로고가 선명히 박힌 운동화가 진품이 아닌 모조품이었단 사실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겐 무척 창피한 일이었다. 그 이후 난 이 브랜드를 거들떠 보지도 안았다. 공교롭게도 이 브랜드도 상당 기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층의 복고 열풍에 힘입어 이 브랜드는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덕분에 난 하얀 바탕에 빨간 로고가 선명히 박힌 진품의 운동화가 진열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아내의 눈에는 그 운동화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였던 모양이다. 난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다 준 브랜드 상표에 판매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그런 나의 감성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내의 실용주의였다. 우리 부부는 짧은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곧 나는 아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더 싸워봐야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내의 안목은 나보다 뛰어나다. 아내가 추천한 운동화를 직접 신어보니 착용감도 좋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아내는 기분이 좋은지 추석 선물로 세 살 된 조카의 선물을 사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앙증맞은 운동화를 보면서 판매 가격도 이리 저리 살펴 본다. 나도 동참해서 이 운동화 예쁘네라고 추천해 보았지만 아내의 관심을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내가 디자인을 볼 줄 모른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이번엔 가격대가 문제였다



아내는 추석 선물로 세 살 된 조카에게 선물할 가격대는 3만원에서 4만원이 적당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아내에게는 받는 사람과 선물의 종류에 따라 합리적 소비의 가격대가 미 책정되어 있던 것이다. 놀라웠다. 내가 추천한 운동화는 예쁘긴 했지만 가격대가 4만원을 넘어섰다. 조카에게 선물할 운동화에 미리 가격 범위를 설정해 놓았다는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조카에게 스스로 정한 합리적 소비의 기준을 조금 넘어 섰다고 살 생각을 하지 않다니 아내는 분명 나랑 뇌 구조가 다른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나는 보통 누구에게 선물할 때 진열된 물건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살펴보고 그 중 중간 이상의 가격대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받는 사람에게 내가 선물한 물건의 가격만큼 당신을 존중하고 마음을 쓰고 있다라는 표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인이 선물 포장지를 풀어 내가 선물한 물건이 싸구려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는 얼굴 표정을 짓는다면, 그 지인의 얼굴을 어찌 쳐다볼 수 있겠는가



이런 태도는 결혼식 축의금을 낼 때도 작동한다. 돌잔치나 생일 선물을 줄 때도 마찬가지다. 나의 소비 유형은 어쩌면 체면적 소비또는 감성적 소비라고 이름을 붙여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아내의 성격을 선뜻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우리 부부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갖게 되었을까



알프레드 아들러는 성격을 삶의 자동화된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부연하면, 성격이란 개인의 숨겨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각각의 상황에서 자신의 통일적인 인격을 표출하게 만드는 행동방식이라고 말했다. 나와 내 아내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 십 년을 살아 왔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난 체면을 좀 더 중시하고 아내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중시한다. 우리 부부처럼, 많은 부부들은 서로 성격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결혼한 것이라고 믿는다. 성격적으로 같은 행성에서 살고 있었다면 남녀는 서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것에 매료되어 결혼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치명적이고 매력적이었던 서로의 다름이 결혼 후에는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아들러는 개인의 모든 행동과 표현 양식은 공통의 한 점을 향해 모아 진 것이며, 서로의 목표를 알게 되면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 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고 있다



내 아내 또는 여자 친구는 어떤 숨겨진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을까? 내 남편 또는 남자 친구는 나와 다른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을까? 서로의 목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 차리기만 해도 세상의 소음은 반으로 줄어 들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유튜브] 개판 입니다 프랜차이즈 창업 9개월 매출38백만원 순이익은 개판

https://youtu.be/akTUhJBg0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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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8 12:59:06 *.9.140.76

우리는 늘 같은 것을 놓고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

 

서양에서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대상과 의미를 파악한다고 말하고 피아제 스키마 이론-

동양에서는 그것을 그렇게 말했죠

 '모든 것은 바라보는 자의 마음에 있다.' 

一切唯心造 -원효 -

그리고 어느 이가  '우주란 어떤 것입니까?'라고 묻자

부처님께서 답하시기를

'우주란 수많은 모래알이 모여있는 바닷가의 모래사장과 같다.

그리고 그 모래 한 알 한 알속에는 온 우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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