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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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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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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5일 07시 36분 등록
얼마전 지인이 십년 이상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다. 주변에서 걱정이 대단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공무원을 그만두는 게 말이 되느냐, 다시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사실 지인은 그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일년 휴직도 하고, 장기휴가도 다녀오고 부서도 바꾸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그만두는 건, 진짜 하고픈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죽공예'일을 너무 좋아했다. 가죽을 만지고 그걸로 지갑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뚝딱 뚝딱 뭔가를 만드는 일을 하면 '너무 좋다' 하였다.  

일전에 그의 작업실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십여평 남짓 되는 가죽공방은 가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아주 근사했다. 십여평 쯤 되는 공간엔 가죽다루는 기계와 틀, 실, 가죽 등이 가득 차 있었다. 벽 한켠에는 그가 한 땀 한 땀 만든 가방과 지갑 등이 놓여있었다. 그 공간을 둘러보며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이거야말로 성전이다. 이 사람은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구나!  그의 작업실 이름은 ‘파르헤시아’. 거침없이 드러낸다는 뜻이라고 했다.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나는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감탄했다. 성향이 워낙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터라, 가방 하나를 만드는데 한 두달 꼬박 걸렸다. 주문이 들어오면 오로지 그 사람만을 생각하며 가방을 만들었다. 가방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가방을 주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사랑하는 일이 있었지만, 생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원하지 않는 일을 지난 수년 간 붙잡고 있었다. 앞으로 '3년 프로젝트'로 퇴사를 준비한다더니, 6개월만에 '불현듯' 사직서를 썼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시간을 내가 원하는 일에 오로지 쏟고 싶다, 는 마음이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이긴 모양이었다. 후회는 있지만 그를 감당할 심산인듯 싶었다. 

지인을 보며 '선택'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라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에 뭘 먹을까부터 시작해 결혼, 퇴사, 이직,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선택을 끊임없이 한다. 후회없는 선택을 원하지만, 모든 선택은 어느 정도의 '포기'를  안고가기에 후회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후회를 최소화 하는 선택을 하는 방법은 있다. 그를 위해 선택할 때 고려하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1. 이 선택을, 80살이 되어 돌아본다면 어떨까? 후회할까, 잘 했다고 할까? 
이는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가 쓰는 선택 프레임이다. 그는 재능보다 중요한 건 선택이라고 믿는다.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순간이 있을 때마다 '후회 최소화 프레임'을 따른다고 말한다. 이 프레임은 간단하다.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적는다. 그리고 그걸 상상해본다. 

“80세가 되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이 선택으로 얼마나 후회할까?”
이 프레임은 시야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손해가 아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치러야할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는 나이 먹어서 후회가 가장 적을만한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결정을 극도로 쉽게 만들어주었다고 고백했다. 


2. 이 선택으로 인해 포기하는 것들을, 나는 감당할 만한가? 
선택이라고 하면 흔히 더 이득이 되는 것을 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얻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포기해버린 것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리고 얻은 것의 만족감이 더 크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면, 차선을 택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할 때,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3. 어느 부분에서 망설이고 있고,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에 충실해야 후회가 없을까?
마음은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마음이 망설인다면, 그건 내면에서 서로 상반된 가치관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가치관의 힘이 비등비등할 때 '갈등'이 일어난다. 이런 갈등이 생긴다면, '내게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느 가치관에 손을 들어주든, 그것이 나의 인생을 바꿀 것이다. 돈으로는 찾을 수 없는 가치, 목숨을 걸더라도 교환할 수 없는 가치를 두고 <인생의 핵심가치 Core value>라고 부른다. 인생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건 바로 이 핵심가치다. 내 인생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의 우선순위가 어떠한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묻고 답하다는 시간을 거치다보면, 엉클어졌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나간다. 그러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가 보다 명확해진다.  

선택에는 '태도'도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개념 중에 '조르바 세법'이란게 있다. 내 기준대로 살고, 생각대로 살고, 꿈을 찾아 살려는 사람들이 지불해야하는 대가를 말한다. (*이건 <완벽이란 놈에 발목잡혀 한 걸음도 못나갈때>라는 책을 쓰면서 내가 만든 개념이다.)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매우 활달하고, 자유분방하며, 거침이 없는 노인네다. 그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자기만의 기준으로 거침없이 살아가는 자유인이다. 

하지만 살고 싶은대로 사는, 그 좋은 게 공짜로 거져 올 리가 없다. 내 뜻대로 살고자 하면 사람들의 잔소리와 끝없이 이어지는 충고도 들어야 하고 이기적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서 얼마나 잘 살겠냐는 질투와 원망도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살고싶은데에 따르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내 인생을 즐기기 위해, 그렇지 못한 세상에 조금의 대가는 지불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조르바 세법의 핵심이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진다. 

대가만 지불하면, 무엇이든 내 걸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선택을 내린 지인에게,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에 선 모든 이들에게, 
행운을 빈다.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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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10:45:18 *.52.45.248

1/30 초 내에서의 선택 !  우리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아주 아주 짧은 순간이 2년에서 4년의 하루 평균 5시간에서 7시간의 훈련의 결과를 결정됩니다.   제가 쓴책에도 썻지만 제가 좋아하는 문구네요 !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시간이 멈추어 선 그 순간에 오직 하나의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이 길에 마음을 온전히 담았느냐? ' 그렇다면 그것은 의미있는 길이고 그렇지 않다면 무의미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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