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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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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7일 23시 14분 등록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때 2가지 가격 전략이 있다. 하나는 낮은 가격을 설정하여 빠른 시장침투를 노리는 전략 그리고 하나는 높은 가격을 설정하여 그 동안 투입된 연구 개발비를 빠르게 회수하는 고가 전략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이나 노트북은 눈에 보이는 물건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사려고 할 때 제조사별로 합리적인 가격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 무의식 속에 이미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판다면 도대체 가격을 얼마로 정해야 할지 막막하다. 예를 들어서 직장인이 은퇴 후 평생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과연 나만의 콘텐츠는 처음에 얼마로 책정해야 합리적인 가격이 되는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낮은 가격 전략을 택해야 할까? 아니면 고가 전략을 택해야 할까?





 

내가 사는 동네에는 K라는 설렁탕 집이 있다. 10년 전에 처음으로 이 집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는 설렁탕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지 처음 알았다. 그 이후 나는 10년 째 이 집 단골이 되었다.





맛도 죽여 줬지만, 가격도 착했다. 나는 주로 특설렁탕을 먹고는 하는데 가격이 12,000원이었다. 일반 설렁탕은 8,000원이었다. 회사 근처에도 K설렁탕 집이 있어 들렀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의 최애 메뉴인 특설렁탕은 팔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 설렁탕을 주문했는데 맛도 기대 이하였다. 손님도 거의 없었고 종업원의 태도도 김빠진 콜라처럼 어깨가 축 쳐져서 다른 사람까지 기분이 다운되도록 만들었다. 회사 근처 K설렁탕 집은 내가 출퇴근 할 때 늘 지나가는 길가에 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출근 길에 보니 안타깝게도 폐업을 했다.





6개월 전에 설렁탕이 너무 먹고 싶어서 동네 단골가게를 간만에 방문했다. 그런데 가격이 좀 이상했다. 특설렁탕 가격이 12,000에서 14,000원으로 오른 것이다. 나의 무의식은 과연 이 가격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정도 가격 인상은 맛이 기가 막히기에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나서 다시 설렁탕 집을 방문했더니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평상시에 이 시간이면 주차장에 차가 바글바글 해야 하는데 2~3대 정도 밖에 없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가게로 들어가려다 보니 내부 공사를 한다고 공지가 붙어 있었다. 난 이 집 설렁탕에 중독된 나머지 다음 주에도 방문했지만 여전히 내부 공사 중이었다. 이후 2번이나 더 방문했지만 허탕만 쳤다. 언제까지 내부 공사 한다고 기간이라도 써 놓았다면 허탕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 정보가 없다 보니 아쉬운 손님이 계속 방문하고 허탕치고를 반복한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설렁탕 집은 맛이 기가 막혔다.





그리고 3번째 방문했을 때 드디어 내부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사이 가격이 18,000원으로 펄쩍 뛰었다. 6개월 사이에 12,000에서 18,000으로 6,000원이나 오른 것이다. 50%나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그 때가 오후 3시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에 빈자리가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게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도 10명도 족히 넘었다.  





나는 왜 이렇게 동네 설렁탕 집 가격 변천사를 꺼냈을까





바로 초과수요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초과수요란 시장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낮은 경우 소비자는 수요량을 늘릴 것이고 생산자는 공급량을 줄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아져 상품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초과수요다. 이 설렁탕 집 사장님은 현재 설렁탕 가격이 균형가격 보다 낮아 초과수요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가게 밖에서 길게 줄을 선 손님들을 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2016년부터 습관을 실천하면서 사람들을 모아서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이 습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할지 막막했다. 나와 비슷한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를 찾기가 힘들어서 가격을 참조하기도 힘들었다. 한 사람당 5만원을 받으면 적당할지 10만원을 받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이 들었다. 과연 누가 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나 할까? 나라는 사람에 대한 브랜딩도 전혀 안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초과수요는 차지하고라도 수요가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던 상태였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리고 이 구매로 사기 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에 늘 의심한다. 따라서 나의 가치가 입증이 안된 상태라면 처음엔 무조건 싸게 팔아야 한다. 이렇게 싸게 팔아도 팔릴까 말까다. 그래서 마케팅 문구에 불만족 시 무조건 100% 환불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라도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리뷰를 쌓아서 가치를 입증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습관홈트 프로그램을 첫 1년 동안은 무료로 진행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좋은 리뷰를쌓는데 주력했다. 그러자 점차 대기자가 발생했다. 그래서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했다. 이렇게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침투하는 전략을 선택한 후 그 가격에서 정원을 넘어서는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가격을 조금씩 인상하는 전략을 썼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이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 싸게 팔아야 하는 전략은 아들러심리학 코칭 및 3050 월급독립 프로젝트를 처음 론칭할때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그리고 초과수요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만약 여러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판매하려고 계획할 때 처음에 싸게 팔아야 하는 전략을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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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8 17:48:57 *.169.227.25

크게 공감이 갑니다.  저도 한 가지를 기획 중인데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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