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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9일 10시 28분 등록


2022년 4월 19일

종종의 종종덕질

집필불가? 포기불가! – 각본가 케이스케의 각본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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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게 멋진 봄날입니다! 


햇살은 따뜻, 바람은 살랑, 하늘은 흰 구름 한 점 없는 파랑이 가득, 이런 날씨는 피크닉이든 드라이브든 산으로 강으로 놀러가기에 딱이겠지요. 그러나 저 같은 덕후의 정신세계란 이런 날씨조차 맥락 없이 덕질의 대상으로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그림 같은 봄날의 마지막 햇볕이 스러질 때 교문을 나서는 어두운 그림자. 평범한 고등학교 교사의 가면을 쓴 그는 재벌 후계자이자 혈액형 B의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라는 비밀을 숨긴 초미남자, 진구지 타케루!” 음… 뭐 이런 발로 쓴 캐릭터 설정이 다 있나 싶으시겠지만요. 넷플릭스에 새롭게 올라온 일드, ‘집필 불가, 각본가 케이스케의 각본 없는 인생’의 드라마 속 드라마, ‘부호교사 Q’의 캐릭터 설정입니다.     


이거 뭔가 망작의 냄새가 난다 싶었지만, ‘각본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하는 호기심에 보게 된 드라마인데 말이죠. 이 드라마,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쏩니다. 


주인공 케이스케는 잘 안 나가는 각본가이자 프로주부입니다. 단막극 몇 편을 집필한 이후 몇 년째 일이 없어 십대 딸과 초딩 아들을 키우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부인을 내조하는 살림꾼의 생활에 더 익숙해질 무렵, 유력 TV방송의 드라마 PD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초특급 베테랑 작가가 펑크를 낸 새 드라마 시리즈에 급하게 대타로 메인 작가를 해달라는 요청이었죠. 


PD,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 방영 날짜, 배우까지 초호화캐스팅으로 섭외 완료인데 장르도, 제목도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인 상황. 초보작가로선 감당할 수 없는 조건에 케이스케는 “무리데스”를 외치며 손사레를 칩니다. 그러나 단막극 몇 편이 경력의 전부인 무명의 각본가에게 황금시간대, 당대 최고의 스타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메인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기회였죠. 그간 살림에 묻혀 살며 아닌 척해왔지만, 남편이 마음 속에 숨겨둔 작가로서의 아쉬움을 감지한 부인은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격려합니다.  


‘이 사람들은 악마야!!’  간신히 용기를 내어 이 엄청난 기회를 잡기로 결심한 케이스케는 첫 미팅에서부터 말도 안 되는 제작진의 요구에 기가 질리고 맙니다. 그래도 남성만 등장하는 하드보일드한 형사물의 초안을 하루 만에 만들어오라는 주문에 머리를 쥐어뜯다가, 간신히 섬광처럼 떠오른 아이디어로 ‘형사 울프’라는 초강력무법자 형사 캐릭터를 완성하고 어렵사리 제작진의 오케이를 받아내요. 그런데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배우는 여자들에 둘러싸인 초미남 캐릭터가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겠느냐며, 천신만고 끝에 완성한 그 기획안을 단박에 엎어버립니다. 여기에 초보 작가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제작진은 모처럼 섭외한 스타배우의 눈에 들 기획안을 만들겠다며 오히려 프로젝트를 점점 더 산 넘어 산으로 만들어 갑니다. 


여자들에 둘러싸인 남주가 적당한 장르? 여자들이 많이 나와야 된다 이거지? 그럼 여고? 그리고 잘 생긴 남교사가 부임한다? 뭔가 비밀에 있어야 돼. 그럼 재벌가의 후계자 어때? 근데 넘 한류 드라마 같지 않니. 아, 요즘 한류 다시 트렌드야. 이걸로 가는 거야! 거짓말처럼 엉터리로 진행된 제작진 회의 한 번으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형사물은 재벌가의 후손이라는 비밀을 숨기고 여고에 새로 부임한 교사가 등장하는 설정으로 바뀝니다. 


이제 케이스케는 이틀만에 새로운 기획안으로 전체 등장인물의 설계와 드라마 1회분의 각본을 써내야 합니다. 그러나 케이스케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죠. 이걸로는 뭔가 좀 심심하잖아. 섹시한 남주의 이미지를 살리려면 역시 뱀파이어지. 수정된 기획안을 받아 든 배우의 변덕에 드라마는 순식간에 ‘부호교사 Q’라는 뱀파이어에 재벌 후계자인 교사가 등장하는 학원물로 결정되고 맙니다. 


초보 작가인 케이스케는 이 모든 어이없는 요구들을 다 맞추면서, 작가로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피를 말리는 마감 전쟁을 하게 됩니다. 동시에 가족들은 집안의 살림꾼이자 육아 담당이었던 아빠가 일에 몰두하자 각자 그간 경험하지 않았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죠. 안 하던 살림에 손대며 남편의 일을 도와주는 한편, 하필 출판사에서 남편의 작품과 같은 뱀파이어물의 소설 의뢰를 받아 은밀히 집필까지 병행하던 부인은 과로로 쓰러지고, 막상 남편의 드라마가 호응을 얻기 시작하자 묘한 불안과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십대인 딸은 친아버지에 대한 궁금증과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케이스케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방황하게 됩니다. 사실 이들은 어린 딸을 키우던 싱글맘 나미와 미혼인 케이스케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 꾸린 가족이었거든요. 이 와중에 탐정 놀이를 좋아하던 막내 아들은 식구들마다 하나씩 감춰둔 비밀을 발견하고 대혼란에 빠져들고요. 


이 혼돈의 카오스 같은 상황을 견디며 불안과 과로에 시달리던 케이스케는 작품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타나는 환각 때문에 완전히 패닉에 빠집니다. 뭔가 일이 좀 꼬인다 싶으면 눈 앞에 나타나 “네가 무슨 작가야, 넌 재능이 없어”라며 몰아부치는 정체불명의 민머리남에 시달리느라 정신과 상담을 병행하게 되는데, 돌팔이인지 전문가인지 종잡을 수 없는 상담의는 알 듯 말 듯, 옳은 듯 엉터리인 듯, 묘한 조언으로 케이스케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되지요. 그 외에도 잘 나가는 딸의 내조에나 힘쓸 것이지 드라마를 쓴답시고 살림을 소홀히 하는 사위가 못마땅한 장인 장모, 사내 경쟁에 시달리며 시청률에 죽고 사는 총괄 PD와 제작진, 매번 마지막에 나타나 간신히 합의한 기획안을 엎어버리는 변덕스런 스타 배우,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대학생 가정교사 등 주변인물들과 엮어내는 케미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이 매회 쏠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드라마는 결론부터 말씀드려도 보는 재미가 1도 덜하지 않을 거예요. 결국 케이스케는 중간에 다른 베테랑 작가가 투입될 뻔한 위기를 넘기고, 1화부터 10화까지 본인의 힘으로 황금시간대의 드라마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훼방꾼인 줄만 알았던 스타 배우의 신뢰와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높은 시청률도 얻게 되지요. 그러니까 이 작품의 주제는 말이죠.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케이스케와 총괄 PD가 나눈 통화 속 질문과 답으로 대신해야 것 같아요. 얼떨결에 대타가 되어 10회 분의 드라마를 쓰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믿을 수 없었던 주인공은 늘 까칠하고 무례하던 PD에게 묻지요. “제게 각본가로서 재능이 과연 있는 걸까요?” 그러자 잠시 침묵을 지키던 PD가 답하죠.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도 당신이 각본을 쓰고 있다면, 그러면 당신은 재능이 있는 거지.”


마침내 '부호 교사 Q'가 성공리에 종영하고, 주인공은 하루 하루 피를 말리던 마감전쟁에서 해방되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죠.  테라스에 들어오는 햇빛을 만끽하며, 빨래를 널고 집안을 정돈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예전의 일상으로요. 그러나 평화는 잠시 뿐. 새로운 작품 의뢰가 들어와요. 다시 하라면 죽을 것만 같았던, 대혼란과 불안 초조의 악마가 기다리는 마감 지옥이 펼쳐지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익숙해진 모습으로 집필을 준비하는 케이스케를 비추며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그러니까, '소심한 나'와 '재능있는 나' 사이의 다리는 용감한 시도와 ‘버티기’로 만들어 가는 것인가 봅니다. 오늘의 편지는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고 싶은, 이 곡의 가사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너만의 살아가야 할 이유 그게 무엇이 됐든

후회 없이만 산다면 그것이 슈퍼 스타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널 힘들게 했던 일들과 그 순간에 흘렸던 땀과 눈물을 한잔에 마셔 버리자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이한철의 슈퍼스타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K0AL3mQ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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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9 23:11:26 *.169.227.25

성실과 끈기만 있다면 아무도 가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알 수 있고  갈 수 있는 길이 되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전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믿음이라는 것,,. 곧 타고나거나 우연이나 요행으로 주어지지 않는 인간이 만드는 최고의 정신의 산물이라는 것,

그리고 그 믿음이 성실함과 끈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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