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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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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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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1일 08시 21분 등록

작년에 저의 큰 고민은 회사였고 그 핵심에는 직장인이 아닌 제 삶을 생각할 수도 없고 잘 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월급을 받고 있으니 그게 없어지면 제가 누리던 많은 것들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이직한 첫해에 제 나이, 경력, 문제해결 능력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에 상처받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때 제 상사였던 사람들의 영향도 있었지만 스스로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은 제 안의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삶의 방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내 삶이 회사 생활보다 더 크고 유연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믿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우선 저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 마음 편지에 여러 번 언급한 적 있는) 변경연 선배인 유재경 연구원의 6개월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프로젝트는 한 달씩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각각 내면 탐구, 관계, 건강, 코칭이었습니다. 해당 주제에 관련된 책을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내 삶에 적용해 볼 포인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썼으며, 한 달에 한 번씩 수업을 통해 자신의 과정을 검토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커리어를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공동의 목표를 함께 향해갈 동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성격도 강점도 다르지만 같은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늘 위로와 자극이 되어줍니다.


이렇게 4개월을 보내고 나니, 작년에 가지고 있던 두려움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지금의 삶의 방식이 내게 꼭 맞는 단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할 수 없고 이것은 주어진 것이었고 나를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안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며,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고 새로운 도전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도전은 나의 삶을 찾아나가는 실험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실험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니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전보다 나아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몇 가지 단어에 대한 나만의 뜻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멈춤'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찾는 것, ‘운동'은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나아지는 것, ‘요리는 귀찮은 집안일 중에 하나가 아니라 내 먹을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 ‘미래는 지금의 삶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것 등입니다.


얼마 전 벚꽃이 피었을 때 오후 반차를 내고 벚꽃길을 걸었습니다. 지금 회사가 오래전 어릴 때 살던 집 근처여서 제가 살던 집과 다녔던 학교, 성당을 둘러보았습니다.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저 교실에서, 저 창문에서 제가 생각하고 느꼈던 감정들이 몇 가지 떠올랐습니다. 학창 시절이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잘 버텨냈다는 것이 대견하고, 아쉬운 기억들도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때에도 제 삶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평생 처음으로 이런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어중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평생 제 삶의 형태를 제가 만들어가면서 살아가는 것도 멋지다는 마음의 말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진실할 것, 다른 사람과의 비교나 의견보다 마음속 기쁨과 즐거움에 집중할 것이라는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일 겁니다.


아빠는 <월든>을 읽고 다음과 같은 독서시를 남겼습니다.

29살은 삶을 실험하기에 좋습니다. 젊기 때문입니다.

39살도 삶을 실험하기에 좋습니다. 여전히 젊기 때문입니다.

49살도 삶을 실험하기에 좋습니다. 뭔가 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9살도 삶을 실험하기 좋습니다. 아직 살 날이 꽤 남았기 때문입니다.

 

산다는 것은 그토록 소중한 것이기에 진정한 삶이 아닌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인생을 깊게 살 수 있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다 맛볼 수 있기를,

강인한 스파르타인들처럼 살아 삶이 아닌 것들을 모두 엎어 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사람들의 북소리에 맞추어 살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음악에 맞추어 걸어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의 손으로 재배해야 합니다.

 

낮을 기쁨으로 맞이하고 밤 또한 기쁨으로 맞이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꽃이나 방향초처럼 향기로울 것입니다.

편안하게 선실의 손님으로 인생을 항해하지 않기를

인생의 돛대 앞에서, 갑판 위에서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항해할 수 있기를.


내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의 북소리를 들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길을 실제로 걸어봐야 합니다. 어떤 것이 내 길인지는 도전해 보고 실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끝없는 실험을 제 길로 삼고 한 발자국씩 나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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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 18:54:46 *.217.179.197

오늘도 선생님의 목소리를 어니언님 편지를 통해서 들었네요. 고맙습니다.

어니언님 편지를 읽으면서 오래 전에 선생님과 여의도역 근처 '스파게티아'에서 선생님이 사주신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샛강을 산책하며 저의 장래에 대한 고민을 선생님께 털어놓고 선생님의 말씀에 귀기울였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어니언님 지난 번 편지처럼 선생님은 어니언님 마음 속에도, 제 마음 속에도 그리고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계십니다. 4월이 되면 더욱 더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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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 19:06:15 *.169.227.25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윌든 호숫가의 숲 생활 그 단순함 속에서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것처럼...

저도 하나의 단순한 삶 속에서 무기술의 소박한 진리를 발견했었습니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길 수 없고 복잡함은 오묘함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묘함은 단순함과 상통합니다

공감하시나요? 극도의 단순함 우리는 그것을 단순함이라고 하지 않고 오묘함이라고 부름니다.

가볍게 뻗어오는 초보자라도 막을 수 있는 속도의 검에 왜 찔리는가?

그것은 단순한 근육의 수축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을 포함하고 복잡한 판단력을 넘어선 고도로 집약되고 통합되어 있는 전술적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에서 수많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깨달음과 함께 이루어지는 평범함의 또다른 얼굴 곧 비범함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오묘함이라고 부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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