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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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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7일 12시 1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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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얼마 전에 있었던 작은 성취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마음 편지에서도 여러 번 밝힌 적 있지만, 저는 반지의 제왕의 오랜 팬입니다. 진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일 년에 몇 번씩 영화를 정주행 하거나 원작 소설을 읽는 정도로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5월쯤 재미있는 가상 챌린지를 시작했었는데요. 그것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 프로도가 걸었던 중간계의 거리를 킬로미터로 환산해서 제가 누적 운동량을 채우면 아주 멋진 메달을 받는 챌린지였습니다. (200달러 내외 비용이 듭니다) 메달은 총 다섯 개가 있는데 각각 샤이어 메달 233km, 더 팰로우십 메달 157km, 모리아 광산 64km, 사우론의 눈 153km, 운명의 산 454km 이렇게 달성 목표가 설정되어 있어, 총 1,061km를 누적해야 하는 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5월부터 시작해서 14개월 정도 지나, 드디어 마지막 메달을 배송받았습니다!


시작할 때 돈만 버릴 거라고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시도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해냈다는 성취감도 크지만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을 따라가기만 하고, 그의 여정의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는데,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저도 같은 거리를 걸어보니 길 위에서의 생활이 고되고 힘들며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너덜너덜해졌던 주인공에게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잘 아는 동네를 산책하거나 달리는 것으로 목표 거리를 채웠는데, 주인공은 초행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장소들을 지나쳐야 했을 테니 그 두려움이 엄청나게 컸을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프로도는 이 긴 여정의 끝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고향이 고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요정들의 고향인 먼 발리 노르러 향하는 배에 오릅니다. 반지 원정으로 세상은 구했지만 프로도 자신의 안식은 잃어버릴 만큼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끝까지 보고 다시 첫 번째 편이나 호빗에서 잠깐 등장하는 밝고 명랑한 프로도의 첫 등장을 보면, 여정 마지막의 프로도와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안들 정도로 그에게는 극심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인공의 여정을 생각하며 나의 움직임을 기록해 보 것에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캐릭터들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의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고민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생성되면서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덤으로 저도 조금 더 몸을 움직이고요. 예전에 포켓몬고가 AR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하면서 많은 집돌이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을 집 밖으로 꺼냈듯이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는 친구들 은근히 많습니다) 이런 새로운 방식의 도전과 게임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기존의 콘텐츠를 낡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 그 비밀은 새로운 관점에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관점은 경험에서 오는 감상을 잘 기억하고, 그것을 새로운 상황에서 적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많은 게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들이 기존에 있었던 사건이나 이야기를 가져와서 만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소설보다 더욱 감동적인 실제 사례들이 있을 때도 있고, 인류에게 있어서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는 사연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체적인 부분은 차용하고, 새롭게 볼 부분은 새롭게 보는 것이 어쩌면 미래시대의 경쟁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운동 목표 도전과 로드 무비를 엮는 것은 흔한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을 경험하고 났을 때의 저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운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엄청나게 얻었습니다. 그러니 주변에서 새로운 접목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계속해서 연결선을 그어보는 연습을 한다면 그중에 하나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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