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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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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4일 10시 00분 등록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나로서는 20세기에 일어난 사건들 가운데 인구 혁명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고 싶다. 인간의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그 인구 혁명 말이다. 양적인 측면에서 인구 혁명은 모든 선진국과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에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함께 노령화 현상을 초래했으며, 평균 수명 또한 엄청나게 연장시켰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양적인 변화만은 아니다. 양적인 변화만큼,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변화이다. 질적인 측면에서, 인구 혁명은 모든 선진국의 노동 인구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미숙련 육체 노동자들이 지식 노동을 우선으로 하는 지식 근로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금은 대다수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 이야기는 피터 드러커가 2000년에 발행한 그의 책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경영 구루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20세기 말만 해도 비록 그 유명한 드러커의 말임에도 사람들은 인구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구 문제가 사회 전반에 걸쳐 얼마나 경제적인 변화를 몰고 올지 그 누구도 피부로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드러커는 21세기는 인구 문제에 기술 변화까지 더해져 조직 사회 전반에 큰 지각변동이 있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오늘날 개인의 평균 수명, 특히 지식 근로자의 평균 수명은 20세기 초에 예측되었던 것 이상으로 월등히 증가한 반면, 고용 기관의 평균 존속 기간은 실질적으로 감소했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고용기관- 특히 기업-이 성공적으로 존속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었다. … 게다가 기술의 변화가 매우 빠른 시대, 세계화로 인해 경쟁이 증가하는 시대 그리고 엄청난 변혁의 시대를 맞이해 고용 기관이 성공적인 조속 기관은 앞으로도 단축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지식 근로자들은 그들의 고용 기관보다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남은 인생의 후반부를 위해 새로운 경력을 쌓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더 많은 새로운 관계를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드러커 교수의 <프로페셔널의 조건> 20세기에 이미 개인들이 21세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드러커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일본이나 한국 기업 문화의 전용물로 알고 있는 평생 고용이 사실상 서구에서도 일정 기간 유사한 형태로 행해지던 기업 문화였다는 사실입니다.

 

종신 고용을 보장하는 기업이 일본에만 존재하는 것이고, 또한 종신 고용은 일본 기업의 독자적인 가치를 표현하는 그 무엇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서구에는 물론이고 일본에도- 많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 독일, 영국, 미국, 스위스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의 대기업에서 월급 근로자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사실상 종신 고용을 보장받아 왔다. 그리고 그런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회사 사람으로 간주하였고 또한 자신과 기업을 동일시 했다. 예들 들면, 그들은 독일의 지맨스 맨이거나 미국의 ‘GE이었다. …… 하지만 오늘날의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서 누군가가 파티에서 만난 사람에게 직업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아마도 나는 금속 기술자입니다또는 나는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미국이 지식 근로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고용 기관과 동일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 분야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 이미 20세기 말에 회사원들이 <회사=>라고 여기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며 <자신이 지닌 전문 분야= >로 여기기 시작한 반면, 한국 사회는 21세기에 들어서 그런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점일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한 직장에 15년 이상 근속한 분들에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드러커 교수에 의하면 이런 인식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회사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한 개인을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키우기 보다는 제너럴리스트로 양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한 개인이 오랜 기간 회사에 충성하고 때가 되어 사회로 나오는 순간, 그 사람은 그 어떤 분야에서도 특별함이 없는 개인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디게 되는 셈인거죠. 그런 만큼 한 개인이 회사를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역설적으로 개인들은 자신들만의 전문 분야를 갖추지 못하고 조직의 부속품인 제너럴리스트, 즉 사회적 아마추어로 회사 문을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한 조직, 특히 대기업에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그 튼튼한 울타리 안에서 시키는 일만 잘하면 그것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에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없어도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착각하는 인식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드러커 교수가 말한 한 개인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생존 전략이 되는 지식 근로자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20세기 초에는 어느 국가에서든, 심지어 최고의 선진국에서조차 지식 근로자의 수가 아주 적었다. …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전체 노동 인구 가운데 지식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40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2020년까지는 일본과 서유럽도 그 정도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지식 근로자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생산 수단을 어디에나 가지고 갈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 지식 근로자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과거의 어떤 근로자와도 다르다. 첫째, 지식 근로자는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휴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지식 근로자는 어떤 고용 기관보다도 더 오래 살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지식은 과거의 어떤 자원과도 다른 매우 독특한 자원이다. 지식은 오직 고도로 전문화되었을 때에만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니까 이제 개인은 지식 근로자를 넘어 지식생산자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인데 사실 현대 한국 사회를 보더라도 지적 분야를 다루는 개인들이 많아지는 요즈음 이 말이 이미 여러 곳에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개인이 한 군데 회사에서 평생 일하는 것은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 된 반면, 이직, 전직이 오히려 당연시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사회도 개인이 이젠 자신이 지닌 지식으로 시장과 맞짱을 뜨며 진검 승부를 벌이며 살아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식시대가 시작된 셈입니다.

 

바야흐로 조직의 빗장이 열리고 개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유사 이래 한 개인이 공간의 구애도 받지 않고 이처럼 자유로이 지구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지식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펼쳐지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저 역시 첫 책을 출간하며 제 나름의 필살기와 신념을 갖추었다 여기고 힘차게 저만의 바다 여행에 올랐습니다. 이젠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누리며 저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거란 부푼 희망을 안고서 말입니다. . . 나 육지에서 멀어지기가 무섭게 파도가 몰아치고 배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위인인 강철 같은 충무공의 책을 읽으며 그토록 결기를 다졌건만 그 결심은 다 어디로 갔는지 흔들리는 배만큼 제 마음도 따라 출렁입니다. 이대로는 새로운 세상은커녕 얼마 못 가 육지로 돌아와야 할 지경입니다. 도대체 배 어디가 고장 난 것인지 말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에 대한 답을 준건 다름아닌 프로이트의 제자였으니 배 자체에 문제가 아니라 배를 조정하는 저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어느새 슬슬 여름이 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편한 주말 되시고, 쨍쨍한 태양보다 더 쨍쨍한 다음 한 주, 아자 홧팅하시기 바랍니다! ^^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

변화경영연구소 10기 김정은 연구원이 세번째 책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를 출간하였습니다.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굳이하라 하라하지 않아도 아이는 따라하게 되나 봅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집에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듣고, 읽고, 놀다 보면 영어가 되는 실현 가능한 영어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4744

 

2. [팟캐스트]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많이 헤매야 내 길이 보인다

64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연지원 작가의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부가 이어집니다. 연지원 작가에게 책, 여행, 와인의 의미와 글쓰기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인문학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인문학과 실용성은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또한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004573

 

3. [모집] 1인회사연구소-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 //토 프로그램

1인회사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 //> 프로그램 6월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수희향 대표는 책을 읽어 6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11년차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환을 이루었습니다. 책을 읽고 어떻게 인생이 바뀔 수 있는지, 지속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1인 지식기업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읽쓰토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해보고, 진짜 인생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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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5 09:28:17 *.202.23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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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 10:02:01 *.111.178.55

드러커는 아무래도 경제경영 분야에선

고전의 인물이 될것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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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11:09:29 *.212.217.154

지식근로자에대한 흥미로운 글 잘 보았습니다.


우리들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때는,

잠시 멈춰서서

어디에서 왔는지 되돌아보는것이 좋겠지요.


산업화 사회를 거쳐 지식사회로 향하는 지금,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에대해 잠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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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 10:04:40 *.111.178.55

일상의 바쁨 속에서 잠시 한걸음 떨어져  거시 흐름을 살펴보면

미시적 빠름이 결국은 거시적 흐름의 한 부분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드러커 교수님같은 분의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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