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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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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6일 11시 29분 등록



그림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gm881020380-245345632 


아이들과 영어책을 읽으며 가장 큰 위기가 왔습니다. 이번에 고른 책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였습니다. <노인과 바다>는 저도 그때까지 완독을 못한 책이었습니다. 원서 기준 127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인데도 끝까지 못 읽었던 건 도무지 공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면 나는 도대체 왜 이 책을 읽고 있는 건가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되어 책을 집어 던지곤 했습니다. 비슷한 문장과 내용의 반복, 이에 따른 지루함, 무엇보다도 낚시라는 행위에 대한 이해 부족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제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읽을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한 걸까요?

첫번째 이유는 저의 지적 허영심이었습니다. 책을 같이 읽은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대문호의 책을 읽을 때가 되었다는 거였지요. 아이의 지적 허영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도 이제 이런 책도 읽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독서 리스트에 헤밍웨이의 책을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아이의 성취감이었습니다. 읽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읽고 난 후 무려 헤밍웨이의 책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겠지요. 무엇보다도 아이가 이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저의 자신감이 가장 컸습니다. 아이도 얇은 책을 보며 금방 읽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시작은 다행히 예상보다 쉬웠습니다. 첫 몇 페이지는 문장도 길지 않고 내용도 단순해서 어렵지 않게 읽었습니다. ‘조금 지루할 수 있다라는 경고가 무색하게 잘 읽어 나갔습니다. 30 페이지쯤 되었을 때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네요. 본격적으로 노인이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가는 장면이 시작되었습니다. 배의 형태와 낚시하는 장면 등을 묘사한 단어와 문장이 많이 나왔습니다. 보통은 이런 문장을 보며 그림이 떠올라야 하는데요. 아무리 읽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낚시를 해봤어야 그림이 그려질텐데 저는 한번도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겠는 내용은 검색해가면서 설명해주곤 했는데요. 아무리 검색을 하고 참고 지식을 읽어봐도 생생하게 떠오르지 않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장면을 떠올려야 하는 아이는 당연히 더욱 모호하게 느껴졌겠지요. 그러다 보니 노인의 감정이나 행동이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주인공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다 보니 책이 재미있을리가 없겠지요. 게다가 문장은 어찌나 길던지요. 한 문단이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질 정도로 긴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한 페이지에 단 2~3 문장만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지요. 고기가 낚이면서 내용도 점점 지루해졌습니다.

재미없다. 읽기 싫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말이 늘어갔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다.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됐든 한번은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등의 감언이설로 설득했습니다. 한숨을 쉬기는 하지만 수긍하고 넘어가는 듯 했는데요.

이거 꼭 읽어야 돼요? 그만 읽으면 안 될까요?”

급기야 그만 읽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제 겨우 반정도 밖에 안 읽었는데 말이지요. 앞으로 나올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답답했습니다.


더 큰 위기는 책 외부에 있었습니다. 이제는 수업 태도 마저도 나빠진 겁니다. 내용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말보다 똑바로 앉아라’, ‘졸리면 세수하고 와라’, ‘집중해라등 태도를 지적하는 말이 더 많아졌습니다.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고 있다는 생각에 중2 특유의 불량한 태도까지 겹쳤던 것 같습니다. 책 안과 밖, 노인과 지훈이 모두 질풍노도를 겪고 있었습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렸던 것 걸까요. 이러다가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까지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너무 힘들면 그만두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좀 더 생각을 해보고 한 번 더 읽어본 뒤에도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 하자고 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욕심은 중이병으로 인해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위기의 <노인과 바다> 읽기는 다음주에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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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2 06:27:39 *.52.254.242

저는 책의 난이도라기 보다는 저자의 경험과 확신의 난이도라고 보여집니다.

저자는 그 책에 대해 가치는 있지만 확신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지도에 있어서 아이들의 반응에 동감하는 감응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책쓰기를 가능하게 하듯이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 영상화'가 안되는 이유는 요소들의 계열과 서열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입니다.

마치 시계가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부품들의 종합이 아니라 계열과 순서에 따라 집합과 배열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요소들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계슈탈트 심리학을 참고해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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