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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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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7일 20시 11분 등록

띵동~


회사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오후 시간. 갑자기 사내 메신저가 저의 집중력을 잠시 흔들어 깨웁니다. 반갑게도 예전에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회사 동료였습니다. 잠깐 커피 한잔하자는 제안에 선뜻 그를 만나러 내려갔지요


그는 아빠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쉼 없이 바쁘게 회사 생활하다 보니 고생한 자신을 위해 쉼표 하나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육아휴직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그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1년 동안 쉬게 되면 복직 후 불이익은 없는지에 대한 걱정이었고 두 번째는 아이를 돌보며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는 기회인 것은 잘 알지만 마냥 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불안감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아빠 육아휴직.PNG






저도 6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썼었습니다. 그래서 이 고민이 무척 공감이 갔었는데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우선, 아빠 육아휴직의 장점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두 딸과 관계도 더 좋아졌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하루를 온전히 다 함께 공유하다 보니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학교 친구와의 관계나 고민거리를 모두 다 알 수 있었지요. 저에게는 육아휴직을 통해서 아빠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심어 준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죠


그리고 우리 회사는 복직 후 불이익은 없으니 걱정 말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제가 힘주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불안감의 해소 방법이었는데요. 그의 두 번째 고민에 대한 답변과 연결되는 조언이었지요. 그는 육아휴직 동안 쉬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 상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감과 휴식의 꿀맛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곰돌이 푸우가 아닌 이상, 달콤한 꿀도 계속 먹으면 질려버립니다. 저의 경우 약 2주 정도 지나니 조금씩 불안감이란 씨앗이 발아를 하고 점차 불안감의 줄기가 커지면서 나의 목을 조이고 뇌를 압박하기 시작했지요. 다행히 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불안감이란 줄기를 끊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육아휴직 동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 있는 동안 많은 시간이 한꺼번에 주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미리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어회화 공부하기, 관심분야 자격증 취득 또는 은퇴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고민해 보고 그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오마에 겐이치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첫째는 하루 24시간을 쓰는 방법을 바꿔야 하고, 둘째는 사는 장소를 바꾸던가. 셋째는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지요. 이 말을 듣자마자, 직장 동료는 대뜸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일부터 출근 시간을 2시간 앞당겨 볼게요” 


저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당장 그렇게 한꺼번에 높은 목표를 세우면 뇌의 거부감이 생겨서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지요. 대신, 10분만 일찍 출근해서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던가 아니면 인터넷으로 아이들과 여행하고 싶은 장소를 알아본다던가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줄 물꼬부터 터 주는 일을 하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모든 변화가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지고 그리고 그 행동이 지속하려면 보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보상은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어야 하는 것이어야겠죠. 출근 시간 2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시작도 하기 어렵지만 지속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즐거움을 주지 못하여 결국 중도 포기하게 만드니까요


그의 얼굴에 조금은 걱정하는 빛이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불안감은 내가 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사라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가 헤어지기 전에 웃으며 이런 말을 저에게 해 주었습니다. “회사 내에서 이런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는데 고마워요이 말을 들으니 저 또한 뿌듯함을 느꼈고 오후 시간이 행복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저는 그와 헤어지기 전에 한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앞으로 1달 동안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 1가지 행동을 정한 후 저에게 24시간 안에 이메일 보내기'이었습니다. 한가지 예로 제가 추천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습니다. 비록 그는 3개월 동안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메일을 보내지 않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왜 안 보냈는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성인인 그가 스스로 알아서 행동으로 옮기도록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고 그에게 커피 한잔을 마시자고 제안하고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저와의 상담 이후 그 내용을 아내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서점에 가서 책을 사려고 했으나 책의 글자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책 읽는 습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 책 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를 고민하면서 종이에 적어 보니 역시 자동차 관련 일을 할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자동차 업계에서만 20년 넘게 일 해 오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니 목표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결과 그는 자동차 정비 기능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혼자 1달 동안 필기 시험을 대비하여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아빠가 밤 늦게 공부하는 모습을 태어나서 처음 본 5학년, 3학년 아이들의 응원까지 받으며 공부한 결과 필기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합격으로 정말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꼈고 바로 실기 학원에 등록하여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비록 실기 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매일 퇴근 후 윌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원으로 이동하는 길은 무척 피곤하지만 수업을 듣고 밤 10시에 집으로 운전하며 가는 길은 오늘도 내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껴 행복하다고 수줍게 고백합니다


그의 최종 꿈이 자동차 정비 기능사는 아닙니다. 중간 단계의 꿈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깨닫게 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직장인의 행복은 오직 고과와 승진을 통해서만 채워진다고 믿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과를 잘 받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해왔지만 그 대가로 업무가 난관에 부딪히고 동료와 싸우며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주말에 아이들과 놀이 공원에서 노는 중간에도 다음 주 해야 할 일을 고민하다 보니 두통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란 인생이 던진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한 후 어렵게 찾아 낸 개인적 꿈이 생기니 작은 생각의 변화가 찾아 왔다고 합니다. 이젠 회사에서 최상위 고과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중간 고과를 받아도 괜찮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업무 시간에 맡은 업무를 최선을 다해 처리한 다음 퇴근 후 개인적 꿈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니 더 행복해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업무와 개인적 꿈과의 균형 잡힌 시간 투자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 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퇴근 후에 처리하지 못한 회사 업무로 고민하다 우울해져서 잠자리 들고 다음 날 힘없이 회사에 출근하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일했지만 지금은 개인적 꿈을 통해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니 회사 업무도 즐거운 마음으로 처리하고 있고 대인관계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의 말을 유심히 듣는 동안 저도 미소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3개월 전 그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첫 만남 때는 도망자처럼 얼굴에 긴장감과 피로도가 쌓여 있었고 말도 주로 제가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혈색도 좋아지고 행복감이 온 얼굴에 퍼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행복감을 제가 제대로 해석하지 못할까 걱정되는지 계속 웃으며 자신의 변화에 대해 설명을 하며 대화의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그의 달라진 생각과 태도에 큰 보람을 느끼는 하루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지요



* 이 이야기는 제가 작년에 육아 휴직을 고민 중인 직장 동료와의 사례를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작성하였습니다. 그는 작년 하반기에 실기시험까지 합격하였고, 올해 육아휴직을 썼습니다


그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고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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