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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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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1일 08시 04분 등록
한 순간의 결정이 생사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인명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결정은 더욱 그러하다. 연구에 따르면 탁월한 결정을 하는 데는 의사결정자의 직관이나 전문가의 분석보다 6배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프로세스’다. 적절한 프로세스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의 수준 자체가 달라진다.  

험난한 현장 속에서 인명을 구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은 소방관들이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일생에서 한 번 겪을까 말까 참혹한 일들을 수시로 겪으면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목숨마저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접한 한 소방관의 사연과 그가 만들어낸 결정 프로세스가 흥미를 끌었다.  

‘사브리나 코언-헤턴’은 영국의 첫 여성 소방대장이자 심리학 박사다. 그는 노숙자에서 최고의 소방지휘관까지 오른 인물로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사브리나는 15살에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가족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가출해서 2년 동안 노숙 생활을 하게 된다. 다리 밑에서 덜덜 떨며 자다 오줌 세례를 받기도 하고, 노숙자들의 공격에 밤마다 죽기 살기로 도망다니기도 했다. 17살이 되기도 전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7번 이상 목격했다. 비참한 나날이었다. 당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벽 6시부터 나가 빅이슈 (노숙인 자활잡지)를 파는 일이었다. 날마다 거리에 나가 잡지를 팔면서 내 두 발로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렀고,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사브리나는 18살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소방구조대에 들어갔다. 소방구조대에 들어간 이유는 단순명확했다. 자신이 힘들 땐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지만, 자신은 누군가를 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며, 웨스트민스터 테러 공격, 홀본 지하 터널 화재 등 굵직 굵직한 사건을 처리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소방관들은 생사가 오가는 재난 현장에서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린다. 불확실한 정보가 사방에서 쏟아지는데,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다. 모든 게 뜨겁게 달아오르는 극한의 순간에서 소방관들은 가능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는 정보 처리 용량을 줄이고 결정을 방해한다. 많은 소방관들이 직관에 의존해 결정하거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지금 여기’에만 집중해 결정을 내리는 이유다. 

사브리나 역시 혼돈의 시간을 겪으며 생사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10년간 연구했다. 뇌와 심리를 공부하며 소방관들이 자신을 지키면서도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마침내 ‘결정 제어 프로세스’라는 사고기법을 만들어낸다. 이 방법은 ‘목표점검- 행동예측- 혜택과 위험비교’라는 3가지 프로세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성과 직관을 동시에 작동시켜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유도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3가지 질문을 재빨리 던져본다.  

1)이 결정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2)이 결정으로 펼쳐질 구체적 상황은?
3)이 결정으로 감수해야 할 위험과 얻는 혜택은? 

실제로 이 프로세스를 적용한 지휘관들은 직관에 의존해 결정한 지휘관보다 5배 높은 상황인식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 결정 훈련법은 영국의 소방구조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전 세계 긴급구조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의사결정 기술은 매우 신속하고 간단해서,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내 행동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고, 사소한 일에서도 더 큰 그림을 그려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달한 카페모카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치자. 내 목표는 체중감량인데, 카페 모카 한잔을 마시면 40분은 달려야 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때 ‘카페모카를 마시면서 얻을 혜택이 내가 감수해야할 위험보다 가치가 있나’ 자문해보면 된다. 그러면 카페모카의 매력이 뚝 떨어지고, 내가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가 나온다.

어제 저녁 기분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운동 대신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가, 아침에 일어나 매우 후회를 했다. 해야할 일이 있었는데, 감정에 끄달려 모두 무시해버린 것이다. 가급적 후회가 덜 한 선택을 하는 게 나의 목표중 하나이고 보면 역시나 아까운 선택이었다. 사브리나가 만든 결정 프로세스를 내 일상 깊숙히 도입해 적용하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 솟는다. 어려운 환경에도 뜻을 품고 좋은 연구를 해준 사브리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 참고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 "내가 속에 뛰어드는 이유" 노숙자에서 최고위 소방대장 사람, 조선비즈, 2020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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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6 21:19:08 *.52.45.248
1)이 결정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2)이 결정으로 펼쳐질 구체적 상황은?
3)이 결정으로 감수해야 할 위험과 얻는 혜택은? 
정말 멋진 질문이군요 ! 


전 평소에 훈련할 때 선수를 자주 관찰합니다. 지시나 통제보다는...  

시합에서 생각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상황에  몰입하면 즉 개방된 집중을 하면 

- 이럴 땐 머리 속에서 책갈피가 주르르 넘어가듯 하다가 순간 탁 열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 

그래서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결정하고, 피동이 되지 않고 먼저 선제하고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밀리지 않는, 그렇게  도망다니는 대응이 아닌 도전적인 대응을 합니다.

이 모든게 1/30  초에서 1/35 초 사이에 이루어지지만...  오래 훈련하면 시간이나 공간이 왜곡됩니다.

아주 느리게 또는 아주 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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