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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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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7일 18시 33분 등록

여러분 혹시 클루지라는 말 들어 본적 있나요? 자청 이란 유튜버가 개리 마커스가 쓴 <클루지>란 책을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역주행을 한 책의 제목인데요.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이 바로 클루지 입니다. 선뜻 이해가 잘 안되시죠?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심사숙고 후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법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대신에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최선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해결책이 된 방법들을 클루지라고 말합니다. 임시방편, 주먹구구, 경험칙, 개똥철학 뭐 이런 단어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콩나물을 사러 동네 마트에 갔더니 한 봉투에 1,000원이었어요. 그런데 옆 동네 새로 생긴 마트에서는 콩나물이 한 봉투에 900원이라는 광고를 보게 됩니다그러면 100원을 절약하기 위해서 옆 동네 마트로 가서 콩나물을 삽니다. 이번엔 조금 비싼 냉장고를 사려고 합니다. 동네 마트에 가보니 마음에 드는 냉장고가 200만원이었어요. 그런데 똑 같은 냉장고가 옆 동네 마트에서는 199 9900원에 판매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합리적이라면 콩나물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100원을 절약하기 위해서 옆 동네 마트로 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냉장고를 살 때는 굳이 100원을 아끼려고 옆 동네로 가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는지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게요. 여기 해외 구매 대행업자가 있어요. 이 사람은 중국 쇼핑 사이트에서 양말 12켤레를 검색해 보니 5,000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똑 같은 양말이 한국에서 얼마에 팔리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검색해 보니 최저가가 7,900원에 판매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관부가세와 물류비 그리고 마진율을 고려해서 쿠팡에 17,900원에 등록했어요. 그런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보다 10,000원이나 비싸게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쿠팡에서 양말을 구매한 고객이 있더라는 거죠. 우리가 정말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쿠팡에서 10,000원이나 비싼 양말을 사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후광효과도 우리가 얼마나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판단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는 한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했는데요.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과 못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사람들의 성격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실험 참가자들은 잘 생긴 사람이 상냥하고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니까 첫 인상이 좋은 사람은 성격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고 외모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 사람들은 성격에서도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이죠. 이것이 바로 후광효과 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평가할 때 극히 일부분의 특성을 가지고 전체적인 부분을 평가할 정도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판단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도 클루지가 있습니다. 많이 있죠. 저는 차로 출퇴근을 합니다. 그런데 늘 가던 길로 출근을 하면 보통 50분이 걸리는데 새로 생긴 도로가 최근에 개통이 되었어요. 새로 생긴 길로 출근을 하면 30분만에 회사에 도착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저는 늘 가던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새로 생긴 길로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당혹스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자칫 지각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선택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해외 구매대행으로 수입 파이프 라인을 확장하려고 잘나가는 서과장이란 유튜버의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구매대행과 관련 여러 명의 유튜버가 있지만 서과장님이 얼굴도 그렇고 말투도 뭔가 솔직하고 아낌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이 돈을 벌게 도와준다는 인상을 받아서 그의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현재 운영하는 습관홈트 스토어에 판매할 상품을 더 많이 소싱해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구매대행 업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 사례로 그의 유튜버 채널에는 구매대행으로 월 몇 천씩 벌고 있다는 인터뷰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건설현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새벽에 우유배달로 한달 40만원 벌던 사람이 해외 구매대행을 통해서 예전보다 4배 이상 더 돈을 벌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영상을 본적 있는데요. 이런 실제 성공 사례가 제가 고가의 수업료임에도 결제를 결심하는데 영향을 미쳤죠.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초보가 그리고 돈이 별로 없는 사람이 해외 구매대행으로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는 서과장이 개발한 대량등록 시스템을 통해서 하루에 몇 천 개의 상품을 등록해야 하더라고요. 쿠팡에는 하루에 5천 개의 상품을 등록할 수 있고 스마트스토어는 하루에 1만개의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품을 대량으로 쿠팡이나 스마트스토어 11번가 지마켓에 올리고 고객이 주문을 결제하면 해외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해서 통관 절차를 거쳐 고객에게 배송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요.




이 지점에서 저는 심각한 클루지에 봉착하게 됩니다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면서 소비자에게 판매를 한다는 것이 너무 돈 버는 것에만 혈안이 된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해외 판매자의 상세페이지에 있는 사진이나 로고를 무단 복제하면 지적 재산권 침해가 될 수도 있고요.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았는데 그 상품이 생산이 중단된 경우엔 환불을 해줘야 하기도 하는 등 판매자의 통제력이 거의 없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하는 것도 제 마음의 거부감을 부추겼습니다. 물론 서과장님도 처음엔 대량등록으로 밥벌이를 해결하고 그렇게 해서 모인 돈으로 팔릴만한 상품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 사입을 하고 브랜딩을 해서 자신만의 상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의 문제는 고객이 제가 무작정 대량등록으로 올린 잘 알지도 못하는 상품에 대해서 고객이 작동 방법이나 고장의 원인을 물어볼 때 바로 대답을 못 해주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물건 판매한다는 평가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것이죠. 저는 이렇게 불편한 상황이 예상되는 선택은 회피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조금은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삶의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그럭저럭 살아 오고 있으니 이 방법을 다시 선택하려는 마음이 강하게 생겼던 거죠.




그러다 문득 연매출 55억 사업가 정다르크의 말이 생각났는데요. 모든 일에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내가 마주칠 문제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무조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업 마인드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려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그 길이 사고로 막혀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샛길이 있을 테니 그 길을 찾아서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하면 되는 것이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저의 서툰 마음이 대량등록으로 돈을 버는 기회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3일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클루지 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해외구매대행으로 매출을 확대하려는 제 목적이 대량등록으로 잘 달성이 되었는지 아닌지도 꼭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클루지가 있을까요? 어떤 일을 추진 하다가 문제에 봉착해서 예전에 했던 것처럼똑같이 포기한 적이 있나요? 그런데 혹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나의 마음 때문에 나에게로 돌진하는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클루지 너머엔 다양한 샛길과 달콤한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내 마음의 클루지,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 마음을 이해하고 샛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크나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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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22:24:43 *.169.227.25

전 늘 불안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익숙한 방법이 아닌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라고 강조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은  의식을 하든, 못하든 익숙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저의 대처는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성(가치)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늘 더 큰 두려움 앞에  더 작은 두려움에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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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15:30:37 *.168.191.130

익숙한 방법이 아닌 이길 수 있는 방법, 그 찰나의 선택이 승과 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혜롭고 존경받는 스승님이신 것 같아요~늘 댓글로 여러 지혜를 알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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