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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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족해 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1994년 8월 13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이 발매되었습니다. 당시 고3이던 저는 ‘교실 이데아’와 함께 여름 방학을 보냈습니다. 테이프를 정방향으로 듣고 역방향으로도 듣고 테이프가 다 닳도록 반복 재생하면서 이 교실을 벗어나기만을 바랐습니다. 어른이 되면 젊음을 아깝지 않게 보내리라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처럼 2~30대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난 지금 젊은 건가? 아니면 늙은 건가?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고, 하나의 몸에서 ‘고3 수험생’과 ‘44세 학부모’ 두 개의 영혼이 튀어나와 저를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들어가면
고등학교를 지나 우릴 포장센터로 넘겨
겉보기 좋은 널 만들기 위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이젠 생각해봐 대학 본 얼굴은 가린 체
근엄한 척할 시대가 지나버린 건
좀 더 솔직해봐 넌 알 수 있어
25년이 지났지만...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이름만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갑자기 뺨을 세게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 모든 것을 바꾸겠다던 열아홉의 저는 마흔 넷이 되기까지 도대체 뭘 했나 싶고, 심지어 이젠 아이들을 밀어 넣고 줄 세우는 존재가 된 것이었습니다.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다시, 열아홉의 마음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어떻게든 달라져야겠습니다.
김정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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