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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18시 11분 등록


 

벌써 한여름이라도 된 듯 더운 한 주 였습니다. 옛날 옛날 한 천년쯤 전, 이렇게 더운 날에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의 산기슭. 어느 더운 여름날 어린 목동이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산 속의 동굴 입구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꿈결인 듯 한 아름다운 여인이 지나갔다. 목동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점심으로 먹으려고 싸온 빵과 치즈도 내버려 둔 채 쫓아갔지만 안타깝게도 놓치고 말았다. 여인의 아름다움에 홀려 정신을 뻬앗긴 목동은 그날 그곳에 음식을 놓아둔 일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며칠 후 목동이 동굴로 들어가 보니 빵은 곰팡이가 슬어 상해버렸고, 치즈도 얼룩덜룩한 곰팡이가 붙어서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목동은 치즈를 한 입 먹어보았다. 그런데 고약했던 냄새와는 달리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한 치즈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목동은 깜짝 놀랐고 그 맛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대표적인 푸른곰팡이 치즈(Blue cheese)인 고르곤졸라(Gorgonzola)의 탄생 비화입니다.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할 정도로 놀라운 고르곤졸라의 맛은 푸른곰팡이 치즈 특유의 톡 쏘는 날카로운 자극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아니 그동안 먹던 경질 치즈와는 달리 말랑말랑하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식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르곤졸라와 함께 세계 3대 푸른곰팡이 치즈의 하나로 불리는 프랑스의 로크포르(Roquefort) 치즈의 유래에도 비슷한 러브스토리가 전해 내려옵니다. 고르곤졸라는 이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의 마을 이름입니다. 고르곤졸라 뿐만 아니라 로크포르, 브리(Brie) 등 많은 치즈의 이름이 치즈가 만들어진 지역명에서 유래됐습니다.

대부분의 오래된 치즈가 그렇듯이 고르곤졸라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기원은 문서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의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9세기 즈음부터 먹기 시작했을 거라는 설이 일반적이지요. 롬바르디아 지역은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알프스 산맥에서 기원한 포강의 중류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특히 북쪽은 산지 및 구릉지대로 소의 방목이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즉 매년 봄이면 소떼들이 목초지를 찾아 평지에서 산으로, 가을에는 산에서 평지로 대이동을 했는데요. 고르곤졸라는 이 소떼들이 경유하는 마을 중의 한 곳이었습니다. 소떼들이 늘 들르는 곳이다보니 고르존졸라에는 신선한 우유가 넘쳐났기에 이 우유를 저장하기 위해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내려 옵니다.


서양인 룸메이트와 같은 집에 살면서 냉장고를 공유하던 때, 끝까지 적응하기 힘들었던 음식이 바로 고르곤졸라였습니다. 부드러운 까망베르(Camembert)나 깊은 맛의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와는 달리 고르곤졸라에서는 상한 음식 냄새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푸른곰팡이가 구석구석 퍼져 있는 모습부터 먹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음식물 쓰레기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고르곤졸라 치즈.jpg

출처: http://recipepes.com/recipe/?utm_content=first-class-bleu-cheese-salad

 

어느 날 룸메이트의 부모님이 이탈리아에서 방문해서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산 와인에 신선한 올리브까지 이탈리아 음식을 잔뜩 가져와서 정성스런 저녁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스파게티에 샐러드, 와인까지 진짜 홈메이드 이탈리아 요리를 맛있게 먹었지만 문제는 저녁을 다 먹고 나서였습니다. 와인과 치즈를 곁들인 디저트를 먹는데, 문제의 치즈가 바로 고르곤졸라였습니다. 진짜 고르곤졸라 산() 고르곤졸라라며 크게 잘라서 먹기를 권하셨지요. 덥썩 받아 들긴 했지만 차마 입으로 가져가진 못하고 있는데 마침 옆 접시에 있는 과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과일과 함께 먹으면 고약한 냄새가 중화되겠거니 생각하며 바나나와 함께 고르곤졸라를 입에 넣고 냄새를 느끼기도 전에 꿀떡 삼켰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먹을만 했습니다. 이번에는 바나나와 함께 그 옆에 있던 아몬드도 한 개 추가해서 같이 먹어 봤습니다. 천년 전 목동이 발견했던 맛이 이런 맛이었을까요. 바나나의 달콤한 맛은 고르곤졸라의 매콤한 자극을 억누르며 서로의 맛을 보완했습니다. 반면에 부드러운 바나나의 식감과 고르곤졸라의 식감은 비슷한 느낌이 묘하게 어울렸지요. 여기에 고소한 아몬드는 부드럽기만한 식감에 씹는 맛을 더했습니다. 고르곤졸라의 맛을 알기 시작한 유레카의 순간이었습니다.

몇 년 뒤 한국에 돌아오니 고르곤졸라는 우리나라에서도 낯선 치즈가 아니었습니다. 웬만한 이탈리아 식당의 메뉴에는 고르곤졸라 피자가 추천 메뉴로 당당히 올라와 있었지요. 궁금한 마음에 주문해보니 꿀과 함께 나왔습니다. 고르곤졸라는 손톱만큼씩 듬성듬성 들어가 있었고, 그나마 피자 위를 덮은 모짜렐라 치즈 때문에 고유의 매콤한 향을 느끼기는 어려웠지요. 하지만 달콤한 꿀과 함께 어렴풋한 고르곤졸라의 향기를 맡으니 처음으로 고르곤졸라의 맛을 느꼈던 유레카의 순간이 떠올라 흐믓해졌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도 고르곤졸라는 꿀과 함께 먹기도 합니다. 특히 고르곤졸라의 한 종류인 피칸테는 식후에 약간의 꿀, 그리고 와인과 함께 디저트로 즐겨 먹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푸른 줄무늬는 일부러 만든 겁니다. 숙성시키는 중에 바늘로 찔러 구멍을 내주면 이 구멍을 따라 곰팡이가 자라서 푸른 줄무늬가 생깁니다. 이 무늬가 마치 정맥같다고 해서 청맥 치즈(blue veined cheese)라고도 부릅니다.
고르곤졸라는 숙성기간에 따라 60일 정도 숙성한 돌체(dolce), 90일이상 숙성하는 피칸테(picante)로 나뉩니다. 돌체는 단 맛이 있고, 부드러운 크림 형태로 빵에 발라 먹거나 과일과 함께 먹습니다. 반면에 피칸테는 톡 쏘는 자극적인 맛으로 건조하여 잘 부서집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파는 고르곤졸라는 주로 피칸테로 그냥 먹기 보다는 피자나 파스타 등 요리에 넣으면 독특함 질감과 톡 쏘는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고르곤졸라 피자.jpg

꿀과 함께 서빙되는 고르곤졸라 피자

 

다른 연성 치즈처럼 고르곤졸라도 포장을 벗긴 뒤에는 한 번에 다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먹을 만큼만 살 수 있는 유럽과 달리 일정 분량으로 포장된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구매 후 한 번에 다 먹기란 쉽지 않겠지요. 다행히도 피칸테는 냉장고에 한달 정도는 보관해도 맛과 향의 변화가 덜 한 편입니다. 간혹 냉장고 안에서도 푸른곰팡이가 노란색으로 변한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그 부분만 잘라내고 먹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돼서 회색 털 곰팡이가 핀 경우에는 아깝더라도 그냥 버려야합니다.

 

갑자기 더워지니 입맛도 떨어지고 금방 지치는 것 같습니다. 기력이 딸린다고 고단백 음식만 찾아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이럴수록 균형있는 식사를 해야하는데, 특히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겠지요. 과일과 채소만 먹기 심심하다면 고르곤졸라와 바나나, 토마토와 모짜렐라 등 치즈와 함께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번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구혜영 옮김, 예문사, 2014

<내 미각을 사로잡은 104 가지 치즈수첩> 정호정, 우듬지, 2011

<잘 먹고 잘사는 법 046, 치즈> 이영미, 김영사, 2004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

변화경영연구소 10기 김정은 연구원이 세번째 책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를 출간하였습니다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굳이 ‘하라 하라’하지 않아도 아이는 따라하게 되나 봅니다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집에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담아냈다고 합니다듣고읽고놀다 보면 영어가 되는 실현 가능한 영어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4744

 

2. [팟캐스트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부– 많이 헤매야 내 길이 보인다

64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연지원 작가의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부가 이어집니다연지원 작가에게 책여행와인의 의미와 글쓰기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그리고 인문학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인문학과 실용성은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또한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방송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004573

 

3. [모집] 1인회사연구소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토 프로그램

1인회사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프로그램 6월 참가자를 모집합니다수희향 대표는 책을 읽어 6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11년차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환을 이루었습니다책을 읽고 어떻게 인생이 바뀔 수 있는지지속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1인 지식기업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읽쓰토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해보고진짜 인생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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