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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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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7일 21시 23분 등록

가족의 달 5월입니다. 지난주에는 도서관과 초등학교에서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으로 강연했습니다. 이번 주 편지는 강연장에서 받은 질문에 대한 답장을 준비했습니다.    

책 본문에 큰아이가 4학년 때 나쁜 친구를 사귀었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엄마가 걱정이 되어 마더 테레사 수녀의 <소박한 기적>에 나오는 수녀님의 어머니의 말씀을 읽어줍니다. 상자 안에 썩은 사과 가까이 있던 성한 사과들이 모두 상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애들아, 너희는 참 착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는 그 순간부터 이 사과들처럼 상하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 사람을 사귈 때는 신중하여라”라고 말씀하시는 대목입니다.  


큰아이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위인전을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후회하셨대. 어머니의 사과 상자 이야기를 듣고 친구 사귀기에 신중했던 걸 후회하신 건 아닐까?”라고 질문합니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좋은 친구만 가려 사귀는 게 맞는 걸까?’, ‘아이의 친구를 좋은 친구, 나쁜 친구로 구분하는 것이 과연 엄마로서 할 일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마더 테레사 수녀 어머니의 사과 상자 이야기를 뒤집어 일상에서 “성한 사과 하나가 있어 다른 사과가 상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새로운 사과 상자 이야기를 실천해보자고 결론을 내립니다. 


큰아이는 짓궂은 친구에게 그러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 내 보기로 했고, 친구가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좋은 쪽으로 안내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보자고 다짐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래집단에게 쉽게 빠져드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성한 사과 하나가 있어 다른 모든 사과가 상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통할까요? 마더 테레사 수녀의 어머니 말씀대로 친구를 가려서 사귀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큰아이가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지요?

교실에서 이타주의자는 찐따가 된다?




중학교 교실은 개인 대 개인 힘의 서열이 매겨진 집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학생들은 서로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심리상태에 있습니다. 나에게 힘이 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당하기 일쑤입니다. 큰아이는 교실에서 이타주의자가 되면 찐따가 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표정만으로도 교실에서의 관계 맺음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 갔습니다. 나는 나, 너는 너, 각자 자신이 자기 자신만을 지키는 교실에서 누구도 찐따가 되지 않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겠지만, 이 아이들이 얼마나 외로울까요? 중학교 2학년 큰아이와 ‘묵자의 이타주의’와 ‘양주의 이기주의’에 대해 가족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킬 때 온 천하가 평화로울 것이라는 양주의 철학과 하늘 아래 남이 없다는 묵자의 철학 모두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묵자와 양주 1

https://blog.naver.com/august0909/221481852009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묵자와 양주 2

https://blog.naver.com/august0909/221485560411



또래 압력에 얽매이지 않는 법은?


사춘기 아이들은 또래 압력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좋은 친구란 누구인지, 우정이란 무엇인지, 또래 압력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해답을 찾는 과정을 가져 보세요. 우정을 가꾸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에는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과 ‘또래 압력에 얽매이지 않는 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또래 압력에 얽매이지 않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또래 압력에 얽매이지 말자
네가 누구인지 배우는 것은 사춘기 성장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 중 하나야. 너는 매일 사랑하는 것과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을 발견할 거야. 음악과 옷, 친구에 대한 취향도 이전과 완전히 다를 수 있어. 너는 매일 점점 더 너다워지고 있어.
너다워진다는 건 때때로 혼란스러워. 과거와 달라져서 네가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느낄 수 있거든. 네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 일인데도 이를 하게끔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하는 ‘또래 압력’을 겪을지도 몰라. 또래 친구들이 “모두가 ‘그 일’을 해”, “멋진 애들은 다 ‘그 일’을 한다고”, “정말로 나를 좋아한다면, 정말 내 친구라면, 넌 ‘그 일’을 할 거야”라고 말하지. ‘그 일’이란 정말로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거나,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홀딱 반했다고 말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약물을 하는 것 등 뭐든 될 수 있어.
너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은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지 않을 거야. 좋은 친구나 좋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아. 몸과 마찬가지로, 너의 사회적인 관심사도 고유한 속도로 변화할 거야. 네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어. 너무 빨리 준비할 필요는 없어. 자신에게 진실하고 스스로 최고가 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강하고 똑똑하고 영향력 있는 소녀로 만드는 길이야! (141쪽~142쪽)


결국, 성한 사과가 이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도 “성한 사과 하나가 있어 다른 사과가 상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4년이 지나 초등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큰아이에게 또래와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선한 마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의 선한 마음이 주변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또래 관계도 선하게 이끌 거라고요. 교실에서 이타주의자가 되는 것이 처음에는 손해인 것처럼 보여도 길게 보면 친구 사이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자신에게도 좋을 거라고요. 내 아이만 손해 보는 것 같아 망설여지신다고요?  아래 기사 ‘호구가 이긴다’를 한 번 읽어보세요.


[기자칼럼]호구가 이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152041015&code=990100


다음 주에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돌아오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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