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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8일 14시 27분 등록

그날 우리는 함께 울었습니다. 그녀들은 함께 천천히 책을 읽어가는 엄마들의 동아리라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변경연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그 중 몇 차례의 모임에 동행해줄 것을 요청받은 것이 그녀들과의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은 그녀들의 선택이었습니다. 매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포함한 몇 권의 책 중에 굳이 원형 심리학으로 분석하고 이야기로 치유하는 여성의 심리라는 다소 난해한 부제를 단 그 책을 고른 그녀들이 내내 궁금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여성의 바이블이라고 불릴 만큼 대중적이기도 하고, 실제로 어수선한 제 마음을 추스르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기에 리스트에 올리긴 했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을 꾸려나기만도 버거운 엄마들이 따로 자신의 내면을 돌볼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내면에 대한 적극적인 돌봄이야말로 엄마들이 자신과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진리가 그러하듯 이는 너무나 자명하기에 너무나 쉽게 간과되는 믿음이기도 하니까요. 그녀들과의 만남이 확정되고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녀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두 시간, 함께 하는 시간만이라도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홀가분히 한숨 돌리고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불편한지도 모르고 끌어안고 사는 뭉친 어깨를 풀어주고, 마음 역시 그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의 빛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를 빌어 뭉치고, 막히고, 닫혀서 아픈 마음을 풀어내는 실마리가 되는 질문을 최대한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슬쩍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그녀들의 반응은 제 기대를 훌쩍 넘어서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는 강의가 아니라 참여한 만큼 누릴 수 있는 프렉티스라는 것을 완전히 이해한 듯했습니다.

 

딱 한사람, 그녀만 빼고요. 세 번째 만남에서도 그녀는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결연한 선언과는 달리 그녀는 자꾸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 지나갔지만 저는 도저히 그녀의 이야기를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양해를 구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참고 참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저절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정말로 아이들만은 잘 키워내고 싶은데 마음뿐이라고.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지쳐서 너무나 당연한 것들까지도 챙기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다고. 스스로를 믿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정작 엄마인 자신은 스스로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이런 자신이 아이들의 삶을 망쳐버릴까봐 너무나 두렵다고.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시작했다가 제대로 못해내면 그때는 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난다고.

 

그렇게 어쩌지 못해 품고 있던 마음의 지옥은 그녀의 목소리를 타고 우리들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이 지옥이 어찌 그녀만의 것일까요? 나도 그렇다고, 나도 그랬다고.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 지옥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함께 울다보니 두 시간이 훌쩍 흘러갔고, 결국 저는 준비한 슬라이드는 넘겨보지도 못한 채 수업을 마쳐야했습니다. 하지만 준비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얄미운 그녀, 좋은 엄마라는 주제를 이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요?

 

수업이 끝나고 조심스레 다가온 그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언젠가 제가 꼭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을 때 제 마음을 도닥여주던 누군가의 따뜻한 체온이 떠올랐거든요. 쑥스럽게 웃는 그녀의 표정에서 또 다른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그녀가 보였습니다. 물론 그녀가 가장 먼저 으스러지도록 안아주어야 할 사람은 그녀 자신이겠지만요.


그녀가 잘 해낼 수 있다고 어찌 그리 확신하냐구요? 우린 엄마니까요. 엄마란 아픈 아이를 절대로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존재니까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니까요. 나를 괴롭히는 지옥은 모두 보살핌이 필요한 내 안의 아픈 아이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요.    

마음 속 지옥.PNG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
변화경영연구소 10기 김정은 연구원이 세번째 책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를 출간하였습니다.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굳이 ‘하라 하라’하지 않아도 아이는 따라하게 되나 봅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집에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듣고, 읽고, 놀다 보면 영어가 되는 실현 가능한 영어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2. [팟캐스트]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부– 많이 헤매야 내 길이 보인다
64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연지원 작가의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부가 이어집니다. 연지원 작가에게 책, 여행, 와인의 의미와 글쓰기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인문학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인문학과 실용성은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또한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3. [모집] 1인회사연구소-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 읽/쓰/토 프로그램
1인회사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 읽/쓰/토> 프로그램 6월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수희향 대표는 책을 읽어 6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11년차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환을 이루었습니다. 책을 읽고 어떻게 인생이 바뀔 수 있는지, 지속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1인 지식기업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읽쓰토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해보고, 진짜 인생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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