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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1일 19시 51분 등록


이번주는 오랜만에 치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의 대표적인 치즈를 알아봤는데요. 치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왜 지금까지 프랑스 치즈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가지 치즈, 브리(Brie)와 까망베르(Camembert)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브리와 까망베르는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많이 소비되는 프랑스 치즈입니다. 이 둘은 겉모습부터 냄새, 맛까지 비슷해서 치즈를 많이 먹는 사람들도 헷갈리기 쉽지요. 또한 두 치즈는 모두 황제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치즈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언뜻 비슷해 보이는 두 치즈는 뜻밖에도 천년 이상의 차이를 두고 탄생되었습니다. 먼저 천년이 넘게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는, 프랑스 치즈의 조상, 브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유럽을 통일한 카를로스 대제(Carolus Magnus)

476년 서로마제국이 망한 뒤에 유럽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습니다. 항해술이 뛰어난 바이킹은 바다를 넘어 끊임없이 침략했습니다. 북쪽에서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고 남쪽에는 이슬람 세력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지요. 이 와중에 말을 타고 침입한 헝가리는 날벼락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뺏고 빼앗김을 반복했지만, 확실한 주인도 없는 상태의 유럽은 삼백년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8세기 말이 되어서야 프랑크 왕국을 기반으로 한 서로마제국이 들어서면서 유럽에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시작은 증조할아버지 피핀(헤르스탈 피핀)으로부터였습니다. 피핀은 프랑크 왕국의 동쪽 영토인 아우스트라시아 영역에서 권력을 잡아 왕국 지배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아들 샤를 마르텔은 투르 푸라티에(Batte of Tour 또는 Battle of Poitiers) 전투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며 유럽의 영웅으로 떠오릅니다. 그의 아들이자 오늘의 주인공 카를로스 대제(Carolus Magnus)의 아버지인 피핀(단신왕 피핀)은 힘이 다한 프랑크 왕국의 지배자, 힐데리히 3세를 폐위하고 스스로 왕이 되어 카롤링거 왕조를 열었습니다. 그의 큰아들이었던 카를로스 황제는 단신이었던 아버지와는 달리 190cm가 넘는 장신의 타고난 전사였습니다. 피핀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카를로스는 롬바르드 전쟁, 베네벤토 공략, 로마 원정 등을 진행하며 독일을 정복하고 로마까지 평정했습니다. 카를로스는 무서울 게 없는 전사였지만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전쟁을 벌일 때마다 교황을 방문했고 예우를 다했습니다. 결국 800년에 교황 레오 3세는 그를 황제로 인정했고 그가 정복한 지역은 서로마제국이 되었습니다.

망한지 삼백 년이 넘은 서로마제국의 황제라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카를로스의 입장을 먼저 볼까요.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지배했지만 끊임없이 벌어지는 침략과 반란을 힘으로만 해결하기에는 점점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이에 그는 교황과 옛 로마제국의 권위를 빌려 정통성을 갖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교황의 입장에서 이 일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교황은 성상파괴령을 명령하고 로마 근처를 침입한 동로마(비잔틴)제국 황제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동로마, 그리고 이슬람으로부터 살아남고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카를로스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 바로 카를로스의 서로마제국 황제 즉위였던 것이지요. 결국 모두에게 윈-윈 이었습니다.

브리_샤를마뉴.jpg

샤를마뉴를 맞이하는 교황 하드리아노 1(브리 이야기와는 직접 관련 없음)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349&cid=59014&categoryId=59014

 

주교의 깜짝 선물 브리(Brie)

서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카를로스 대제는 이후로도 교황 그리고 가톨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어느날 그는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을 방문하면서 그 곳의 주교 관저에 들렀습니다. 하필 그날은 주의 제6요일, 금요일이었던 터라 고기를 대접할 수 없었습니다. 황제가 방문했는데 채소만 내놓을 수는 없었겠지요. 주교는 육식을 대신할 수 있도록 고급 치즈를 대접했습니다. 카를로스는 황제였음에도 그런 고급 치즈는 못 먹어봤나 봅니다. 하얀 털이 보송보송 올라온 겉껍질은 먹지 못하는 거라 여겨서 벗겨내고, 부드러운 속살만 먹으려 했습니다.

폐하, 왜 가장 맛있는 부분을 버리려고 하십니까?”

치즈 전문가였던 주교는 황제가 버리려고 했던 하얀 겉껍질이 가장 맛있는 거라며 먹어 보라고 말했습니다. 황제는 주교를 믿고 맛을 보았지요. 그리고 바로 동의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음 주교 말이 맞습니다. 이 하얀 껍데기가 정말 맛이 있네요. 그러니 이제 앞으로 해마다 두 수레씩 바치도록 하시오.”

갑자기 공물이 늘어난 주교에게는 날벼락 같았겠지만, 이 일화는 브리가 얼마나 맛있는 치즈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브리_cheese._smalljpg.png

출처: https://www.dangersalimentaires.com/en/2018/04/plateau-de-fromages-avec-brie-a-la-listeria/

 

브리는 파리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고장입니다. 지난번 고르곤졸라 (Gorgonzola)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브리도 치즈가 처음 만들어졌던 지역의 명칭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브리는 부드러운 연성치즈(soft cheese)의 한 종류로 흰곰팡이 치즈입니다. 푸른곰팡이 치즈 고르곤졸라와는 달리 겉의 껍질 부분에만 곰팡이가 있습니다. 아주 작고 미세해서 솜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카를로스가 못 먹는 거라 여기고 버리려고 했었겠지요. 하얀색의 겉부분은 다소 딱딱하지만 노란색 속은 되직한 크림처럼 부드럽습니다. 숙성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조금 짠맛이 나며 살짝 신맛과 쏘는 맛이 있습니다. 버섯향이 나기에 버섯 크림 수프 같다고도 하지요. 또 아주 약하게 암모니아 향이 나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향이 부담스럽다면 견과류와 함께 팬에 굽거나, 숙성이 덜 된 어린 브리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브리만으로도 다양한 질감과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위에 그림을 보면 바깥쪽과 안쪽의 질감이 다른 것이 보이지요. 겉에서부터 숙성이 일어나기 때문에 겉부분이 좀 더 부드럽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보다 단단합니다. 그렇기에 그림처럼 부채꼴로 잘라야 껍질과 바깥쪽, 안쪽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단한 껍데기가 맛있는 지 부드러운 속살이 더 좋은 지는 취향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분명한 건 껍데기는 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 먹는 부분, 맞습니다.

 

브리를 사랑했던 카를로스 대제는 프랑스어로는 샤를마뉴(Charlemagne), 독일어로는 카를 대제(Karl Magnus), 영어로는 찰스 대제(Charles The Great)로도 불립니다. 그가 이렇게 여러 언어의 이름으로 불리는 건 그만큼 다양한 지역을 지배했고 오랫동안 큰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지요. 그는 47년에 걸쳐 프랑크 왕국과 서로마제국을 통치면서 열 번의 큰 전쟁과 수많은 전투를 치렀습니다. 현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벨기에를 포함하는 서유럽 대부분을 지배했으니 오늘날 통일 유럽(EU)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통일 유럽의 꿈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그가 죽고 나서 서로마제국은 서프랑크(프랑스), 중프랑크(이탈리아), 동프랑크(독일) 왕국으로 나뉘어 상속됩니다. 이후 유럽이 잠깐이나마 다시 하나가 된 건 나폴레옹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나폴레옹도 치즈를 사랑했던 황제로 유명하지요. 다음주에는 나폴레옹이 사랑했던, 또 하나의 "황제의 치즈", 까망베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주도 유쾌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 참고문헌

<샤를마뉴 황제의 전설> 토마스 불핀치, 이성규 옮김, 범우사, 1998

<치즈의 지구사> 앤드류 댈비,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 2011

<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구혜영 옮김, 예문사, 2014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정기문, 도서출판 책과함께, 2017

<인물세계사> 함규진, 2009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팟캐스트어른이 되는 시간 - 김달국 작가 2

68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어른이 되는 시간>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1부에 이어 이번에는 사랑과 꿈, 책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달국 작가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방송이었습니다.

김사장묙이 함께하는 <어른이 되는 시간> 2편 방송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109341 

2. 아티스트웨이 <아일랜드 일주 여행> (2019.7.29-8.8)

11일 동안 아일랜드 한 나라만 집중 탐구하는 아티스트웨이 ‘아일랜드 일주 여행’에 딱 한 자리가 남았습니다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아일랜드 전 지역을 모두 돌아보는 국내  유일의 프로그램입니다평소 ‘비긴 어게인”의 아일랜드 여행을 꿈꾸어왔거나 올 여름 휴가를 아직 정하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이 행운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마감7.21) 자세한 사항은 링크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cafe.naver.com/morningpage/7041

3. [상시모집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원데이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개별 맞춤형 원데이 워크숍 참가자를 상시모집합니다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게 되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기다움을 펼치며 가장 주체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1인 지식기업가로 평생 셀프 고용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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