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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3시 15분 등록


마음편지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지난 주 브리(Brie)에 이어 오늘은 까망베르(Camembert)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모양과 맛이 비슷해 같은 치즈로 오해받는 까망베르는 브리에 비해 천년이나 늦게 만들어진 치즈인데요. 까망베르의 탄생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 프랑스에서는 자유를 추구하는 시민들이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국왕이었던 루이 16세는 악화된 재정을 평민들의 세금으로 메우려고 했습니다. 전체 농지의 40퍼센트 이상을 갖고 있던 성직자와 귀족들에게는 단 한 푼의 세금도 걷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시민들은 그들의 횡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1789714, 1만 여명의 시민들이 구체제의 상징,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고, 그렇게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진압을 하기 위해 군대가 동원되었지만 시민들의 열기를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 바스티유 감옥은 시민들에게 함락되었고, 파리 시민들은 승리의 기쁨으로 열광했습니다.

파리에서 시작된 혁명은 곧 지방으로 번져 나갔고, 프랑스 전체가 혁명의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전국에서 영주의 성이 습격당하자, 왕과 귀족들은 물러설 수 밖에 없었지요. 마침내 의회가 인정되었고 봉건적 특권을 폐지하고 헌법을 제정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의회는 혁명 정신을 담은 인권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인권선언 제1>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입헌 군주제 헌법을 만들려고 했지요. 하지만 기득권 세력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사람들이 아니었지요. 루이16세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조국, 오스트리아의 군대를 이용해 파리를 탈출하려고 했습니다. 귀족들 역시 외세의 힘을 빌어서라도 자신들의 힘을 되찾고자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모두 단두대에서 처형됩니다.

루이 16세가 죽고 나자 프랑스는 이제 왕이 없는 나라,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공화국 정부는 공포정치를 시행했고 제1, 2 신분이었던 성직자와 귀족들을 탄압했습니다. 성직자들은 신과 그의 대리자인 교황에게 충성을 서약한 사람들이지요. 교황이 아닌 공화당에의 충성을 강요하자 성직자들은 이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파리를 탈출해서 공화당의 힘이 미치지 않는 지방으로 숨어 들었습니다. 이때 브리출신 아베 고베르(Abbé Gobert)라는 신부는 노르망디 지역의 작은 시골 마을인 까망베르(Camembert)라는 곳으로 숨었습니다. 다행히도 한 농가의 주인이 그를 숨겨주었고 극진히 보살펴 주었습니다. 그의 아내 마리 하렐(Marie Harel)은 요리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손수 만든 치즈를 신부에게 대접할 정도였습니다. 고베르 신부는 브리 출신이라고 했지요. “치즈의 고장브리 출신답게 그는 치즈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가진 사림이었습니다. 그는 감사의 표시로 하렐 부인에게 브리 지방의 전통 치즈 만드는 비법을 전수해주었습니다. 치즈 제조 과정의 속도를 늦추고 응유를  좀 더 조심스럽게 다루며 유청을 완전히 걸러내는 것이었는데요. 이 비법을 이용해 만든 하렐 부인의 치즈는 맛이 훌륭했습니다. 뛰어난 요리 감각을 가지 하렐 부인은 지속적으로 맛을 개선했고 오히려 브리 치즈보다 더 맛이 좋은 치즈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이 치즈를 마을 이름을 따서 까망베르(Camembert)라고 불렀지요.

까망베르_마리 하렐.png

마리 하렐의 모습이 담긴 까망베르 치즈(Camembert de Normandie/ AOP)

출처: http://fromageriegillot.fr/camembert-de-normandie-aop-bio-marie-harel/

 

치즈를 사랑한 황제

한편 파리에서는 공화정이 무너지고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았습니다. 1804년 그가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프랑스에는 제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치즈를 사랑한 황제로 유명하지요. 노르망디의 여인들은 이것을 알고 나폴레옹이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까망베르 치즈를 대접했다고 합니다. 물론 나폴레옹은 커다란 칭찬으로 이에 화답했고요. 까망베르 뿐이 아닙니다. 에프와스(Epoisses) 치즈는 잠에서 덜 땐 나폴레옹이 조세핀의 체취와 혼동했다는 일화가 남아있습니다. 발랑세(Valencay) 치즈는 이집트 원정 실패 후에 화가 치밀어서 피라미드 모양의 윗부분을 칼로 치는 바람에 현재의 사다리꼴 모양이 되었다는 말도 있지요. 이처럼 나폴레옹은 다양한 치즈를 즐겨 먹었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까망베르가 황제의 치즈로 널리 알려진 건 사실은 나폴레옹의 조카이자 손자’*라고도 할 수 있는, 나폴레옹 3세 때문입니다.

까망베르 치즈를 처음 만든 마리 하렐에게는 손녀가 있었습니다. 손녀는 1855년 파리에서 개최되었던 만국박람회에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방법으로 만든 까망베르를 출품했습니다. 박람회를 방문한 나폴레옹 3세가 이 치즈를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자신의 궁전으로 까망베르를 조달할 것을 명령했다고 하지요. 이때는 이미 신문이 발행되고 있을 때입니다. 여러 신문들이 이 내용을 보도했고 파리 전체에 까망베르가 알려지게 됩니다. 또한 식당들은 까망베르를 이용한 메뉴를 개발하고 이를 황제가 사랑한 치즈라는 이름으로 홍보했습니다. 까망베르가 공식적으로 황제의 치즈로 등극한 것이지요.

그 때까지 까망베르가 브리보다 맛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에 보급되지 못 했던 건 지리적 위치 때문 이었습니다. 파리에서 50km 정도 떨어져있던 브리에 비해 노르망디에 위치한 까망베르는 파리까지 가는데 3일 정도 결렸습니다. 그런데 1850년에 파리와 노르망디 지역을 연결하는 철로가 깔리면서 이제 까망베르에서 파리까지 가는데 6시간 밖에 안 걸리게 되었습니다. 파리 시민들도 마음껏 까망베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까망베르와 브리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지역과 크기입니다. 브리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브리 치즈의 크기는 지름이 30~40cm 정도에 달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브리 치즈는 지름 11cm 정도로 까망베르와 같기 때문에 크기로 둘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까망베르와 브리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져 AOP를 받은 치즈가 수입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은 원유를 살균하지 않고 생유로 치즈를 만드는데 우리나라 식품법상 살균하지 않은 우유로 만든 치즈는 수입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살균과정을 거쳐 만든 프랑스 제품들은 수입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사에서도 맛있는 까망베르와 브리를 만들고 있고요. 연성치즈이기 때문에 냉장고 채소칸에 보관을 해야 하지만, 먹기 전, 최소 1시간 전에는 냉장고에서 꺼내 놓아야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까망베르 역시 부채꼴 모양으로 잘라서 속과 겉, 껍질까지 모두 맛보아야 합니다. 속과 겉이 숙성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Baked Camembert.jpg

출처: https://www.goodfood.com.au/recipes/how-to/how-to-bake-a-wheel-of-camembert-20151115-gkwgas

 

까망베르는 강하지 않은 맛 때문에 케이크나 과자의 재료로 많이 쓰입니다. 견과류와 구워서 부드럽게 먹거나 그냥 생으로 와인 안주로 먹어도 좋습니다. 숙성을 오래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숙성을 오래 하지 않는 보졸레 누보나 로제 와인,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립니다. 제가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까망베르와 오징어채를 함께 먹는 겁니다. 까망베르의 콤콤한 맛과 오징어의 콤콤한 맛이 묘하게 어울리면서 차원이 다른 콤콤함이 느껴지지요. 부드러운 까망베르에 오징어채의 씹히는 맛도 잘 조화가 되고요. 이 때는 와인보다는 시원한 맥주가 더 잘 어울립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에 딱 좋은 조합이지요. 조리가 필요없기 때문에 휴가지에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자유를 원했던 프랑스 시민들의 노력과 까망베르의 유래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네요.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나폴레옹 3세는 나폴레옹의 동생, 루이 보나파르트와 나폴레옹의 첫 부인이었던 조세핀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오르탕스가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다.

 

참고 문헌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휴머니스트, 2011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 노명식, 책과함께, 2012

<세계 음식명 백과> 김소영, 마로니에 북스

<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구혜영 옮김, 예문사, 2014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Camembert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팟캐스트] 음식의 가치 - 서은경 작가 1

69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서은경 작가의 <음식의 가치> 1편입니다.

책을 쓴 과정 뿐 만 아니라 글쓰기와 인터뷰 방법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기본 관념을 깨는 방송입니다. 지금까지 음식을 바라보는 태도가 가성비와 칼로리 보충이었다면, 음식도 뮤지컬이나 영화나 연극처럼 예술경험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118224

 

2. [상시모집]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1 원데이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기질에 맞는 1인 지식기업가 로드맵 설계> 11 개별 맞춤형 원데이 워크숍 참가자를 상시모집합니다.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게 되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기다움을 펼치며 가장 주체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1인 지식기업가로 평생 셀프 고용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6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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