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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9일 07시 27분 등록

 

소크라테스를 이야기할 때 그가 말년에 음악과 춤을 배웠고 또 아주 만족스러워했다는 것보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없다.

                                                                                        미셸 드 몽테뉴

greek philosopher dancing.jpg

그림 출처: https://www.faena.com/aleph/articles/wonderful-advice-from-socrates-and-nietzsche-dance-dance-alone/

소크라테스는 나이 70에 춤을 배웠습니다. 요즘으로 쳐도 좀 늦은 나이 같은데요. 상당히 고령에도 그가 춤을 배우려고 했던 건, 그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방치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춤을 원래 추던 사람들도 벌써 은퇴하고 쉴 나이지만, 그는 배움이 아주 만족스러웠고 즐거웠다는 대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잘 해야 한다, 춤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서른 살 때 처음으로 춤을 배웠습니다. 소크라테스보다야 훨씬 어린 나이였지만 그 때에도 ‘이제 와서 춤은 배워서 어따 쓰게?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 미국에서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미국에 오기 전에 이미 안티구아, 지브롤타 등에서 3년 가까이 살았던 터라 영어에는 많이 익숙해진 상태였습니다.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건 아니지만 실무를 6년 넘게 경험했으니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영어를 잘 하는 것과 영어로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게다가 처음 듣는 회계시간은 제 3의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어려웠지요. 너무 오랜만에 공부를 하다 보니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어영부영 한학기를 보내고 난 후에 받아본 첫 성적표는 끔찍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학사경고에 해당하는 ‘probation’을 받고, 장학금 지급 중단 소식을 듣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학과장 사무실에 찾아가 눈물로 반성하고 사정한 끝에 장학금은 다시 받을 수 있었지만, 2학기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퇴학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덤으로 받았네요.

퇴학당하지 않고 장학금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1학기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성적을 올려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집과 학교, 도서관만 왔다 갔다 하면서 공부해야 했는데요. 체력이 안 받쳐주더군요. 힘들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에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친구들이 힘겨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학생들과 다른 국적의 학생들의 공부 생활에 다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외국 학생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는 반면에 미국 학생들은 체력을 위해 운동을 한다고 했습니다. 학교 안에 있는 호숫가를 따라 뛰거나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다네요. ‘그래, 바로 이거야.’ 유레카를 외치며 미국 학생들을 따라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달리기는 커녕 걷기도 싫어했던 터라 체육관을 찾았습니다. 체육관에는 헬스클럽처럼 기구가 있는 곳과 수영장, 농구장, 탁구장,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할 줄 아는 운동이 없었던 터라 그냥 실내 자전거만 탔네요. 재미없고 지루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 한시간 정도는 버텼던 것 같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가던 어느 날, 체육관 2층에서 신나는 음악이 들렸습니다. 홀리기라도 한 듯, 음악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살짝 문을 열고 보니 열 명 정도의 학생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억지로 자전거 바퀴를 돌리고 온 저와는 달리 모두들 웃으며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안티구아의 클럽에서 처음 느꼈던 또 다른 세상을 한번 더 느꼈습니다. 춤이 끝난 후에 물어보니 브라질 댄스(Brazilian Dance)’라고 했습니다. 진짜 브라질 출신 강사가 진행하는 댄스 수업이었던 거지요. 이렇게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다니다시 한번 유레카를 외치며 바로 다음 시간부터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안티구아에서 클럽 댄스에 빠지면서부터 춤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막춤이 아니라 제대로 잘 하고 싶었거든요. 춤을 배우겠다는 저에게 친구들은 춤은 배우는 게 아니야. 음악을 느끼며 그냥 추면 돼.”라고 했지만 저는 그냥이 뭔지 도저히 안 돼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지브롤터(Gibraltar) 사무실로 옮기게 되면서 카리브해 클럽 댄스와는 이별하게 되었지요. 지브롤터에서는 승진을 하며 업무가 좀 더 많아졌고, 대학원 준비를 하느라 춤을 배울 여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가끔 스페인에 놀러 가서 플라멩코 공연을 볼 때가 있었습니다. 예쁜 치마를 입고 멋진 춤을 추는 댄서들을 보니 이번에는 플라멩코가 너무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플라멩코 역시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지요. 2년의 준비 뒤에 대학원에 합격했고, 이번에는 미국으로 이사했습니다. 쉽지 않은 공부였고, 학사경고 까지 받다 보니 공부에만 집중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제 안의 춤바람은 멈추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시간과 장소에서 춤을 배우게 됐네요.

브라질리안 댄스는 재미있었지만 절망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저를 절망에 빠트린 친구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아무리 힘든 시간이라도 봄은 오나 봅니다. 저희 집 주변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네요. 꽃놀이를 못 가는 건 아쉽지만 꽃은 내년에도 핀다고 하지요. 잠시만 더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에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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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연구원 이경종님의 첫번째 책 <개발자 오디세이아>가 출간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전문가’를 꿈꾸는 저자의 치열한 성찰의 결과물이자, 더 나은 개발자의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한 수년 동안의 항해일지라고 합니다. 개발자로서 어떻게 성장 맵을 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프로젝트 톱니바퀴에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기술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에 동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9181

 

2. [출간소식] 수희향 저.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의 7번째 신간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출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마음편지에서 짧게나마 소개해드렸던 내용으로 신화 속 영웅의 모험 이야기에서 현대인들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건지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드디어 9가지 영웅유형의 전체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작금의 시대에 서로의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자기성장 및 관계 개선을 이루어 갈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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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hgoo.com/2011/85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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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9 10:05:34 *.38.23.144

학사 경고에도 춤을 배우게 된 이유가 흥미롭네요. 공부도 역시 체력이 중요하죠~다음 편이 벌써 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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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16:41:47 *.180.157.29

나이 들어서 공부하려니 체력이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지금은 공부 뿐 아니라 뭘 하려고 해도 체력이 딸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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