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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5일 09시 24분 등록
"그 하룻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로 혁명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니체가 한 말입니다. 오래전 젊음으로 뒤척이던 어느 늦은 밤에 책을 읽다가 이 문장과 만났을 때 심장이 턱하고 내려앉는 줄 알았습니다. 전 그때 혁명을 꿈꾸고 있었거든요. 물론 사회체제전복이 아닌, 제 인생의 혁명 말이죠. 그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이 문장 하나뿐입니다. 그 이후로도 좋은 책들을 읽기는 한것 같은데, 혁명은 커녕 쳇바퀴 돌듯 기성사회와 오래전 지어놓은 제 자신의 골조에 도리질 한번 안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이를 먹고, 남들도 한번씩은 겪는다는 중년의 사춘기가 도래했습니다. 어렸을적 사춘기가 조용하게 지나가서, 사춘기가 그냥 여드름 숭숭 터지는 생리학적 현상인 걸로만 알았던 제게 마흔의 사춘기는 잔인했습니다. 3년간 불면증으로 안 먹어본 약과 안 해본 치료가 없었습니다. 직업적인 미래도 불투명해지고, 그때는 정말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한번 제대로 자는 것, 그래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지상최고의 과제이자 소망이였습니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어느날부터 매일 아침마다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중에 집히는대로 골라서 읽었습니다. 뻔한 말이라도 제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책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며칠을 한숨도 못 자면 머리가 빙빙 돌고 눈알이 빠질듯이 아픈데, 그땐 정말 책 한줄 읽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읽는 분량이 한 페이지는 커녕 몇 줄도 안되는 날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볍고 맥락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읽었습니다. 리처드 칼슨의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마라>라든지 앤드류 매튜스의 <지금 당장 행복해라> 같이 대놓고 "잘 살아보세" 하는 책들이었죠. 길을 가다가도 휴대폰 매장에서 틀어놓은 흔하디 흔한 발라드 가요의 가사에도 눈물이 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위로와 희망에 목마른 시기였죠. 프린트된 활자를 통해서라도 셀프위로를 받고 싶었습니다. 책에 있는 좋은 글귀들을 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그만 노트에 손으로 써서 가지고 다니면서 보았습니다. 점점 노트가 커지고 두꺼워지면서, 이제는 문명의 이기(Evernote)를 사용해서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조금씩 쌓이는지, 제 상태도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읽었던 책들 대신 새로운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행간의 의미를 깨닫고 무릎을 치는 책도 읽게 되었고, 고전이라는 것들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글을 계속 만나면서 위로와 희망, 그리고 긍정의 에너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난생 처음 숙제와 보고서, 그리고 연애편지가 아닌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책 한권, 그 한줄이 아직 혁명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제 자신을 구원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 다시 처음 보았던 니체의 문장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정말 하룻밤에, 책 한권, 그리고 책 한권안에 있는 한 줄의 문장만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요?

혁명이라는 단어가 매혹적인 것은 단절과 시작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혁명은 모든 과오와 결별하고 모든 것을 바꾸어놓습니다.  하지만 혁명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불만과 필요에서 촉발된 변화의 시도가 임계점까지 누적되어야 합니다.  사회집단의 혁명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혁명도 그렇습니다. 쌓이고 쌓인 공부, 독서, 사색, 글쓰기 , 훈련, 운동, 무엇이든 임계점을 넘으면 혁명을 위한 다이너마이트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불씨 하나만 톡 떨어지면 혁명은 발화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떨어지는 불씨 - 그것의 다른 이름은 기회일 것입니다. 어느날 밤 우연히 만난 온몸을 공명시키는 문장 하나, 글귀 하나가 필연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 사색을 하게 되고, 나아가 이것을 현실의 문제에 대처하는 동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하나하나 쌓여 혁명을 위한 조건이 준비되는 거죠. 혁명의 동력은 누적된 힘이지만, 그것은 엔트로피와 같습니다. 그냥 놔두면 무질서하게 흩어지고 마는 대중의 습성과 마찬가지입니다. 뭉치기는 어렵고, 와해되기는 쉽습니다. 견고하지 못한 개인의 노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절실함이라는 뼈대만 굳건하다면 흩어졌다 뭉치는 무수한 반복 속에 혁명을 위한 주춧돌은 분명 자라날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절실한가요?  아직 혁명을 꿈꾸시나요?
그 혁명의 목적과 결과가 무엇이든지간에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이정표는 ‘진정한 나’가 될 것입니다.


IP *.242.22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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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00:06:54 *.52.45.124

전  '부활' 이라는 단어에 더 공감을 느껴요,   혁명은 누군가 무언가 기존의 대상를 죽여 없애고,  혁신은 자신을, 그리고 자신과 연관한 것을 죽여 없애고 다시 태어나야만 하는 듯 하지만, ... '부활'은 재생이라는 느낌이, 더 전면적이고 더 자발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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