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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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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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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6일 07시 55분 등록

 마음편지를 읽는 독자분들 중 웹소설을 즐겨 읽으시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오랫동안 웹상에서 암암리에 퍼져갔던 웹소설 시장은 2023년 1조를 넘을 정도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웹소설 기반의 콘텐츠가 드라마나 웹툰으로 제작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는 경우도 많아졌고,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이 생산되어 더 많은 작가들이 이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지요.


 이런 배경을 알게 되면서 저도 웹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작법 수업을 하나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픽션을 그다지 써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담는 글, 즉, 제 자신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도 내가 만들고,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 살고 있는 세상, 벌어지는 사건을 처음부터 다 제가 만들어야 한다니 이런 자유도가 반가우면서도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평화롭게 즐겁게 살면 좋을 것 같지만 그래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지요. 평소에도 갈등 회피형인 제가 갈등 설계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애써 만든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여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들었던 수업은 저처럼 웹소설을 처음 쓰려는 사람보다는 최소 한 번 이상 해봤던 분들에게 더 와닿을 것 같았지만 이미 환불은 할 수 없어서 끝까지 완강을 했습니다. 노트 필기도 열심히 하며 들었는데, 웹소설의 구조나 공식이 세속적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고, 남자 주인공이나 조연들은 어떻게 설정을 하는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웹소설들을 읽으니, 그다지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했던 작품들도 그 아래에는 많은 설정들을 공들여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주인공의 조건이었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주도적인 태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았을 때 이게 비단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조연들의 의도와는 다른 자신만의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는 법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연들은 주인공의 행동에 반응하는 주변으로 등장할 뿐, 주인공은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갈 길을 가는 것이지요. 저는 그동안 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고, 이제는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편한 길을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주어지는 답을 덥석 잡지 않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 주인공의 속성, 더 나아가 이 이야기의 힘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업 같은 걸 듣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소설의 주인공들을 떠올려보면 바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 소설 속 주인공들이 저절로 의지를 갖고 주도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지 주인공들이 어떤 동기(drive)를 가지고 주도성을 갖게 되는지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소설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작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지요. 주인공의 밝은 면에는 뛰어난 능력이나 밝은 성격 등이 있지만, 그 그림자에는 결핍이 있고, 약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소설에 빠져드는 지점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지금처럼 소설을 사실과 허구를 분리한 이야기(Novel)로 보는 관점이 널리 퍼진 것은 18세기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제 가설이지만, 도로와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동 수단이 늘어나 ‘취미 독서’가 확장되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가벼운 소설이라는 장르가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18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것이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역사서에서 전쟁에서 미신적인 상징성을 갖는 무기를 쓰거나, 신화를 사실로 믿는 중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기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화 속에 진짜 힘이 담겨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잠시 중세인의 마음으로 내가 주인공인 삶이라는 이야기를 생각해 봅니다. 저는 몇 주 전에 아주 곤란한 일을 겪었습니다. 상사로부터 부적절한 말을 들었는데, 주변에서 각자 다른 의도로 저를 바로 신고하라고 매우 부추겼던 것입니다. 그들의 말처럼 행동할까 하다가도 저의 마음속 목소리를 잘 듣고 제가 스스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여 상사에게 잘못 시인과 사과를 요구하는 편지를 써서 사과를 받고 일을 매듭지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 주변 사람들도 제가 이렇게 나올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편지를 쓰면서 저는 수업에서 나왔던 주인공의 주도성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조연들과는 다른 동기를 갖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문제에 대처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것. 문제가 너무 크고 엄청나 보여도 의외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것. 제가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일어난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해내려 노력하는, 주도적인 사람으로는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독자분들께서도 갈등과 문제 앞에서 주도적인 주인공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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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10:53:23 *.138.247.98

저는 어니언님의 글을 읽으면서 젊은 나이인데도 세상을 참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면은 젊었을 때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나이가 많지만 수동적으로 살아오다 보니 나이가 들고 관리자가 되어서도
계속 오너의 지시만 충실하게 따르는 예스맨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앞으로도 어니언님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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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7 16:47:18 *.247.147.64

Jacob님 안녕하세요,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마 Jacob님께서도 스스로는 느끼시지 못하셨어도 자신의 마음을 따라 선택을 한 경험이 있으실 거라 분명히 있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결정들을 다시 복기해보면서 어떤 과정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생각해보신다면, 다음 결정을 내리실 때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있던 사건이 처음인 건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모셨던 상사들 중에 저에게 언어적 폭력을 행하시던 분들이 있었고, 그 때 제 생각과 느낌을 똑바로 전하지 못했던 일이 꽤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언어폭력은 기업의 많은 관리자들이 가진, 잘 고쳐지지 않는 나쁜 점이죠.) 그 후 그 상사에게서 벗어나고 아주 오랫동안, 저는 그 상사뿐 아니라 그런 폭력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다시는 가만 있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던 게 이번 일과 연결되었던 것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진정으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Jacob님께서도 아마 스스로를 예스맨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일이 몇 가지 있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음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지난 번과는 또 다를 것입니다. 새로 주어지는 기회를 통해 회사와 자신간의 건강한 관계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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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1 01:29:47 *.169.227.243

선수들에게 말합니다.

"너희는 나로부터 배우지만 그것에 너희의 조건과 그에 따른 생각을 보태어 자신만의 판단으로 게임을 해야만 한다. 

나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 대신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곧 시합은 너희가 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치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선수는 최고가 될 수 없다. "

"후회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하고 나서 하는 후회다. 그것은  해보지도 못하고 하는 후회보다 훨씬 짧고 같은 잘못이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도 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경기는 평생을 두고 생각이 날 때마다 "그 때 한 번 했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성실하고 끈기있게 훈련에 임하고, 시합에서는 망설이지 않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며 정면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래야만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발전하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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