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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6년 10월 4일 05시 39분 등록
* 나의 성격과 기질을 찾아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기질 탐험’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나를 좀 더 잘 보기 위해 한 걸음 떨어져 보고 싶었습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를 시도 했습니다. 하나는 3인칭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시처럼 쓰는 것입니다. 나를 ‘승완’ 혹은 ‘그’로 바라보고 싶었고, 관찰의 결과를 시처럼 압축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대만큼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기질 탐험에 도움을 준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MBTI 검사: ‘내꿈의 첫페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검사 결과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폴 D.티저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1999년 9월): 이 책은 MBTI를 바탕으로 사람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오래 전에 읽은 것인데 내용이 쉽고 비교적 명확하여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6년 5월 같은 제목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습니다.

- 일기와 기록물, 가족과 친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 학창시절에 썼던 일기들을 읽었습니다. 이제까지 써둔 글 중에서 나에 대한 것들도 다시금 검토했습니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이 저에 대해 해준 말들을 기억 속에서 빼내어 모으고 살폈습니다. 과거와 일상의 단편에 나에 대한 조각들이 흩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질 탐험을 했지만 저는 아직도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기질 탐험을 1년에 2회 정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에니어그램’ 검사를 해볼 계획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은 ‘기질 탐험’에서 발견한 것 중 일부입니다.


기질 탐험(version 1): 그, 승완

승완이는 의미를 추구한다.
그는 성과가 없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잃어버리면 견디지 못한다.
그는 자유와 책임, 존중, 진보, 자아실현, 학습, 나눔,
사회적 책임 같은 의미와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에게 삶은 의미의 집합이자 의미로 만들어가는 길이다.


승완은 느끼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 이성으로 다가오는 사람보다
감성적인 사람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고 쉽게 친해진다.
그는 잘 웃고 잘 운다.
어릴 적, 자신과 친한 이가 울면 따라 울었다.
누군가 웃으면 함께 웃는다.
그 누군가가 웃는 것은 그가 웃을 이유로 충분하다.
그는 감정이입에 능하다. 쉽게 공감한다.
의사결정 할 때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는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라는 말보다
‘좋다’, ‘나쁘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는 어떤 호칭보다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편하고, 그것을 좋아한다.
그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교감을 더 깊게 한다고 생각한다.
교감이란 그에게 그 사람을 느끼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마음으로 쓰고 싶어 한다.
그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면 실제로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는 글을 느끼고 사람도 느낀다.


승완은 표현형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서툴다.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기쁨과 슬픔, 분노와 웃음 등 그의 감정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는 표현적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적 눈에 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는 쉽게 자신의 속을 보인다.
그것을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아주 쉽게 친해진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모임에서 접착제 같은 역할을 잘한다.
자신보다 동갑이면 친구이고, 1살이라도 어리면 동생이고,
1살이라도 많으면 형이고 누나이다.


승완이는 자신을 잘 인식한다.
그는 자신을 관찰한다.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 그리고 말을 유체이탈하듯 떨어져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은 잘 못한다.
감정적인 사람,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어색함이 없다.
그런 과정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는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 자신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완성한 글과 일의 성과에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기대치와 실제로 나온 결과 간의 차이를 뚜렷이 인식한다.
그 차이를 잘 보고 결과물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이나 일을 더 잘하고 싶어 한다.
자신을 관찰하는 데 능하기 때문에 부족한 자신의 모습도 잘 보인다.
그는 변명하는 것을 싫어하고 실제로 잘 하지 않는다.
결과와 기대치의 차이, 부족한 자신을 선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 된 것은 남이나 상황 탓이 아니라 나의 탓이다.’, 이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종종 그런 자신을 피곤하게 느낀다.
그에게 성찰은 반성의 시작이고 나아짐의 과정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이다.


* 이 편지는 본래 10월 2일 (월)에 발송하였는데 중간에 오류가 생겨 오늘 다시 보냅니다. 월요일에 이어 중복으로 수신하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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