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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30일 01시 36분 등록

[자유학년제 가족 독서 #02] 신화의 힘

 

자유학년제를 맞이한 중학생 1학년 큰 딸과 아빠와 엄마는 인문고전을 읽고 가족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신화의 힘> (조지프 캠벨 저, 이윤기 역, 21세기북스) 입니다. 아빠와 엄마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과정에서 필독서로 만났던 책입니다. 신화를 공부하는데 이만한 입문서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미국인들에게 존경받는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와 조지프 캠벨의 PBS TV 대담 초고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쉽게 읽힙니다. 1992년 고려원에서 처음 출간했고, 최근 21세기북스에서 다시 펴냈습니다. 유튜브에서신화의 힘을 검색하면 미국 PBS에서 방송했던 영상도 찾을 수 있습니다.

엄마는 중학교 1학년 큰 딸 수민이와 초등학교 3학년 작은 딸 수린이에게 2주 동안 틈나는 데로 <신화의 힘>을 잠자리에 들기전에 읽어주었습니다. 큰 딸 수민이는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가 신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대목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캠벨의 신화학을 탐독하면서 스타워즈 시나리오를 썼고, 스타워즈 3부작이 성공하자 캠벨의 신화학 덕분이라고 공개적으로 고백한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작은 딸 수린이는 캠벨이 이야기하는 결혼관에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작은 딸은 그동안 어른이 되어 연애하기 좋은 남자가 있다면 결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캠벨은 신화에서 보여주는 결혼은 연애와 다른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연애를 하는 동안 젊은 남녀는 서로를 향한 감응이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러나 결혼은 분명 연애와 다릅니다. 결혼은 연애보다 훨씬 깊은 세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캠벨은 신화의 세계에서 보여주는 결혼은 두 사람 사이에서 영적 동일성을 인식하는 일이라고 정의 내립니다. 어쨌거나 작은 딸은 연애와 결혼이 다른 것임을 처음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큰 딸 수민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수민이는 연애와 결혼이 다른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평생 할 일을 선택하는 것도 서로 다른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평생 할 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여 정말 잘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신화의 힘>을 읽고 난 후 진행했던 가족 독서토론을 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가자는 중학교 1학년 큰 딸 수민, 엄마, 아빠입니다. 먼저 엄마가 아빠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엄마) 신화에는 어떤 힘이 있습니까? 아빠가 대답해 주십시오.

아빠) 신화의 세계는 영혼과 생명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화를 읽는 시간은 자기 자신의 내면 세계로 한 발 한 발 들어가는 여행입니다. 그나마 꿈을 통하여 잠시 만날 수 있었던 무의식의 세계를 직접 맞닥뜨리는 경험이 신화를 읽는 시간이도 합니다. 꾸며지고 치장된 자신이 아니라 가장 원시적인 모습의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2013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과정을 통해 캠벨이 설명하는 신화의 세계를 만난 일은 제 인생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입니다. 사십 여년 살아오면서 부지불식간에 스스로 쌓아 올린 가치관의 체계와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저 너머 세계를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신화의 힘> 외에도 캠벨의 책을 몇 권 더 찾아 읽었습니다. 평생 가톨릭 성당을 다니며 자주 접했다고 여겼던 성경을 새롭게 읽었습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성경 속 구절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종교의 벽을 넘어 힌두교와 불교의 세계를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보험회사에서 교육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보니 긍정심리학을 자주 접했고 강의도 자주 했습니다. 나를 둘러 싼 세계가 나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것은 내가 살아 숨쉬는 동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영향을 주는 세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긍정심리학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매 순간마다 부정적 태도보다 긍정적 태도를 선택하는 게 훨씬 우월한 결과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보험회사에서 교육 트레이너로 살면서 끊임없이 긍정심리학을 설명하였습니다만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왔습니다. 부정적인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적인 세계만을 선택하여 받아드리려고 아무리 노력하여도 부정적 세계가 저의 주변에서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끊임없는 선택에 지쳐가는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신화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모든 것은 긍정과 부정의 두가지 측면을 반드시 가지고 있습니다. 동전에서 앞면이나 뒷면 중 어느 한 쪽 만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긍정과 부정은 사실 동일한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부정을 외면하려 하면 할수록 긍정 역시도 외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긍정과 부정 모두 나의 인생이며 나에게 찾아온 세계입니다.

신화를 공부하면서 제 자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받아 안고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자신의 부정적인 자아와 화해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캠벨은 재생과 부활의 에너지가 신화에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제가 체험한 것을 이야기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엄마)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수민이에게 묻겠습니다. <신화의 힘>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수민) 성경의 여성과 신화의 여성은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신화는 삶의 근원을 여성으로 보지만성경은 죄악의 대상을 여성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 여성은 억눌린 존재이지만 신화를 읽으면 마치 성경 속의 여성을 해방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빠) 아마도 수민이가 평소 주말마다 성당을 다니면서 성당에서 접한 여성차별문화를 성경의 기조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가톨릭은 여전히 여성사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양성평등 시각으로 볼 때 가톨릭은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는 구시대적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기본관점은 여성을 결코 남성의 소유물로 보지 않습니다.

아빠가 수민이와 수린이에게 어린이 성경을 읽어줄 때, ‘성경이 여성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두 딸의 질문을 받고 그 당시에는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꽤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책도 여러 권 찾아 읽고 관련 강의도 들으러 다녔습니다. 이 부분 잠깐 설명해 보겠습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은 결코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창조한 게 아닙니다. 하느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면서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였다고 창세기는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악과를 먼저 먹은 게 하와이기에 여자의 책임이 크다는 해석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뱀이 선악과를 먹어보라고 유혹을 하면서 일관성 있게 2인칭 복수대명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뱀이 유혹할 때 아담과 하와가 한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선악과는 분명 남녀 모두의 공동책임 입니다.

특히 현대신학은 하와보다 오히려 아담의 책임을 훨씬 무겁게 다루기도 합니다.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베어 먹는 하와를 아무 말 없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담입니다.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무탈한 것을 확인한 이후에 그제서야 선악과 맛을 본 아담입니다. 순박한 하와와는 대조적으로 간교한 모습의 아담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금지 명령을 받은  하와가 아닌 아담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여자보다 남자의 책임을  무겁게 여기는게 옳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엄마, 수민)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란다)

엄마) 그동안 막연히 접했던 성경해석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입니다.

아빠) 주제를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닌자고라는 레고 무비 시리즈를 수민이가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닌자고 주인공들은 뛰어난 무술실력을 얻기 위해 평소 열심히 수련을 합니다. 그런데 평소 수련할 때에는 몰랐던 능력이 적들과 생사를 걸고 싸우는 순간에 드러나는 때가 찾아 옵니다. 자기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자신만의 능력이 돌연 드러나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수민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 겁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여 함께 닌자고 DVD를 보다가 이 장면이 너무도 멋지다며 DVD를 수도 없이 되풀이해 돌려보던 일을 아빠는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네 안에 답이 있다는 명제는 어느 문명권의 신화이든 후대에 전하려는 메시지 입니다. 바로 우리 인류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귀한 유산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 진정한 해결의 실마리는 바깥세계가 아니라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캠벨은 이를 두고 역경은 나를 발견하는 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영화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첨단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자신의 내면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라는 메시지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바로 신화가 전해주는 메시지입니다. 내면의 길을 따라갈 때 참다운 긍정의 에너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수민) 저는 신화를 읽으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선과 악의 개념에 혼동이 왔습니다.

아빠) 수민이가 신화를 제대로 읽은 겁니다. 신화는 선과 악의 이분법을 무너뜨립니다. 이 책 후반부에 페르시아 신화가 나옵니다. 하느님을 너무 사랑하여 지옥에 떨어진 천사, 즉 악마 이야기 입니다.

신은 천사를 창조하고 나서 신인 자기 이외에 어떤 것에도 절을 하면 안된다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인간을 창조하면서 천사보다 한 등급 높게 창조하고는 천사들에게 인간을 섬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천사의 일원인 사탄은 생각이 좀 다릅니다. 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신에게만 절을 하고 인간에게는 절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신이 규칙을 바꿉니다. 인간에게 절을 해도 좋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탄은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신에게만 절을 하고 인간에게는 끝내 절을 하지 않습니다. 신은 노여워하며 사탄에게 내 앞에서 꺼져!’라고 명령합니다.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는 곳이 바로 지옥입니다. 지옥의 고통 중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은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고통입니다. 사탄이 신과 떨어져야 하기에 겪어야 하는 고통입니다. 요컨대 신을 가장 사랑한 천사가 바로 사탄이라는 페르시아의 신화는 분명히 기독교의 사탄 신화와 다릅니다.

엄마) 이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가졌던 생각의 틀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의 틀을 허무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가치관을 더욱 보강해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신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생각의 틀을 향해 그거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픕니다. 그러나 머리가 아프더라도 생각의 틀을 깨기 위해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가지 생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신화를 좀 더 읽어야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파주 인문학 가족의 자유학기제 독서토론 두번째 정리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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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21:50:11 *.212.217.154

문득 몇해전에 보았던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떠오릅니다.

'인사이드 아웃' 이라는 제목의 영화였지요.

거기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둘이 바로

작가님이 말하시던 감정의 이중성이었지요.


빛이 없다면 어둠도 존재할 수  없듯이,

세상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 같이 존재하겠지요.

생명이 죽음을 먹음으로 살아가듯이요.


가족간의 건강한 대화 잘 였보았습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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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08:09:44 *.202.114.135

감사합니다. 어둠속에서 빛을 보고 빛에서 어둠을 보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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