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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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페르시아 양탄자는 세계가 알아주는 명품인데, 최고급 양탄자지만 반드시 흠이 나 있습니다. 재밌는건, 장인들이 양탄자를 짤 때 그 흠집을 일부러 넣는다는 건데요. 그들은 완벽한 양탄자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는 철학이 담아 부러 흠을 만들어 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비슷합니다. 그들은 목걸이를 만들 때 좋은 구슬만 쓰지 않고, 일부러 흠집이 나거나 깨진 구슬을 하나씩 넣습니다. 그 구슬을 가리켜 '영혼의 구슬' (soul bead)라고 하는데요, 여기엔 '모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디언들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사람들이 특별하고 완벽한 것을 갈망할 때 오히려 이들은 '세상에 완벽한 건 없으며 모든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걸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왜 그걸 아는 게 중요할까요?
저는 수 년 동안 강점코칭을 통해 다양한 분들을 만나왔는데요. 강점코칭은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삶에서 적용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런데 불행해하거나 자신감이 낮은 분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스스로에 대한 '완벽'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그들은 자신의 결점이나 부족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성격을 바꾸거나 없애서라도, 문제가 없는 상태를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언제나 실패로 끝나고, 자신감은 더욱 떨어집니다. 악순환이죠.
고객과 재능을 알아가는 작업을 하다보면, 열에 여덟은 자신을 재능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제 재능이라고요? 저한텐 너무 당연한 건데요!!" 사실 재능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흔히 재능이라고 하면, 머리가 남달리 좋거나,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특별히 뭔가를 잘하는 사람을 생각하지만 60년 이상 재능과 강점을 연구해온 미국 갤럽의 정의는 좀 다릅니다. 재능은 ‘타고난 대응, 감각, 행동 능력의 반복적 패턴’로, 나도 모르게 자꾸 반복하고 자동적으로 행하는 일들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어서 너무 당연한 것들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조차 자신을 두고,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열렬한 호기심이 있을 뿐”이라고 했겠습니까?
자신의 재능을 찾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재능을 안다는 건 내가 가진 좋은 것만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좋은 점과 부족한 점까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예전에 인도에서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는 인정받는 한 예술가가 능력이 신통하다는 구루를 찾아와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제 성격이 지랄 맞아 너무 힘듭니다. 저도 힘들고 다른 사람도 힘듭니다. 이걸 고치면 더 원만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거 같습니다. 제발 이걸 고쳐주세요.”
그의 하소연을 듣고 있던 구루가 이렇게 말하죠.
“내가 고쳐줄 수는 있다. 다만, 네 지랄맞은, 그 예민한 성격을 고치면 너의 예술적 재능도 같이 없어질 것이다. 그래도 고치겠느냐?”
예술가는 한참을 생각하다 그 길로 돌아가버렸다고 합니다. 그가 가진 그 예민함, 뾰족한 성정에서 그의 예술성도 함께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구루가 일깨워주었던 겁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찾는 일은, 나의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내가 가진 흠, 부족한 점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진정 알고 싶다면, 나다움을 찾고 싶다면 다음 공식을 기억하세요.
[부족함 + 당연함 = 특별함]
특별함을 찾으려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가진 '부족함'과 '당연함'이 모여, 나만의 '특별함' 을 만들어낸다는 걸 기억하신다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오늘 편지는 인디밴드 '배드 테이스트'의 노래에 나오는 다음 가사로 마무리합니다.
“가끔씩 나의 모자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아무 생각없이 야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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