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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1일 18시 02분 등록

나는 첫 직장에 입사하면서 직장인의 꽃인 임원이 되어 성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소중한 꿈을 가차없이 짓밟은 사건이 터졌다. 그 사건을 주도한 사람들 때문에 나는 입사 후 1년도 안되어 빠르게 임원이 되는 꿈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당시엔 그들이 너무나 밉고 혐오스러웠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먼저 A라는 직장 동료 이야기부터 들려 주고 싶다. 그는 촉망 받는 유능한 인재였다. 고과도 잘 받았다. 그냥 잘 받는 정도가 아니라 최상위 고과를 몇 년 연속 받았기에 빠르게 부장 승진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다음 목표는 임원이었다. 임원이란 찬란한 깃발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A는 더 가열차게 회사 일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해외 고객과 회의가 끝나면 11시가 넘었다. 회의록을 작성하고 유관부서에 Action items을 작성하여 배포하고 나면 밤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그도 인간인지라 힘들고 외롭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 올라왔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내 임원이란 꿈에 한 발 더 다가선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며 버텨냈다.






과연 A는 임원이 되었을까? 우선 임원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확률적으로 희박한 일인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국내 100대 기업에 근무하는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은 고작 0.76%라고 한다. 2021년 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83 7715명이고 이중 임원은 6,361명이다. 임원 숫자를 전체 직원 수로 나누면 0.76이란 결과값이 나온다.






물론 임원이 될 확률은 업종별로 편차가 크다. 증권사는 임원이 될 확률이 1.9%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유통분야는 임원이 될 확률이 고작 0.31%로 가장 낮았다. 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임원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지 무척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2021년 기준 전체 직원 수는 10,286명이었고 임원 수는 90명이었다. 그러니까 평사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0.87%로 여타 업종별 평균과 큰 차이는 없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할 할 당시 경쟁률이 2.5 1 정도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임원이 되기 위해선 115 1 정도니까 훨씬 더 경쟁이 치열한 셈이다. 이게 115 1이라고 하면 가능성이 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감안하면 현타가 쎄게 온다. 우리 팀은 현재 직원이 40명 정도 된다. 40명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스마트하고 전문성도 갖췄다. 그런데 이 중에서 1등을 해도 임원이 될 수 없다. 옆 부서 3개 팀을 다 합한 직원 수에서 1등을 몇 년 동안 꾸준히 달성해야 겨우 임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과만 잘 받으면 임원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임원이 되는 것이 나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위에서 끌어주는 상사도 있어야 하고 타이밍이나 사내 정치도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엔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며 많은 회사들이 임원 수를 줄여 나가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대기업 임원 평균 연령이 53세이지만 40대 임원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서 부하 직원들과도 경쟁해야 하니 낙타 몸은 더 커지고 있고 바늘 구멍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인들이 임원이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돈과 명예 때문이다. 임원이 되는 순간 전쟁에서 승리한 후 개선문을 통과하는 장군처럼 명예와 인사권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연봉이 최소 2배 이상 상승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대기업 부장 월급이 1억정도라고 하면 임원이 되는 첫해는 2억 정도 받지만 매년 임원 계약에 성공한다면 연봉은 수직 상승한다. 임원의 연봉은 기본급 이외 성과급이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도 일반 직장인은 근속 연수에 퇴직 전 3개월 평균 월급을 곱하여 산정하지만 임원의 경우엔 근속연수에 퇴직 전 평균 월급을 곱한 후 여기에 3을 더 곱하여 계산한다. 임원이 3년을 근속했다면 근속연수가 9년 일한 것으로 계산해서 퇴직금을 계산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임원 평균 월급이 4천만원이고 3년 근속했다고 가정하면, 퇴직금은 4천만원 곱하기 3년 곱하기 추가 3년을 곱해서 총 3 6천만원이 된다. 3년 동안 월급으로 받은 돈이 약 14억이고 퇴직금이 3 6천이니 임원 3년 하면 17 6천만원을 벌 수 있다. 여기에 자동차도 제공받고 품의 유지비 등 기타 복지도 임원이 갖는 특권이다.






나도 임원을 꿈꾸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첫 회사에 입사하고 10개월 만에 임원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너무 빨리 포기한 거 아니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나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 나랑 안 맞는다는 것을 너무 빠르게 알아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그 당시엔 신입사원 그룹연수 과정이 있었다. 현업에 배치 되기 전에 신입사원이 1달 정도 합숙을 하면서 교육도 받고 국토 대장정이란 이름 하에 며칠 동안 구보로 전국을 이동했었다. 그런데 국토 대장정을 떠나는 날 맨 앞에서 선봉장을 서는 역할을 하는 신입사원 회장을 선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번쩍 손을 들었다. 하지만 손을 든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손 든 사람 중 누가 회장이 될지 조장들과 토론도 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내가 선발이 되었다.






매일 아침 구보를 떠나기 전 신입사원 동기생 약 100명 앞에서 선서를 하고 맨 앞에서 회사 깃발을 들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장면들이 고스란히 사내 방송에도 소개되었다. 그룹연수가 끝나고 인사팀과 현업 배치 면담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내 방송에 내 얼굴이 나간 덕분인지 나를 강력하게 원하는 부서가 있다는 이유로 나를 그 부서에 배치를 해버렸다. 그리고 나는 직장생활이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을 10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깨우치게 되었다.






내가 속한 부서는 아파트 발코니와 바닥재 영업을 하는 팀이었다. 업무 특성상 건설 현장을 자주 방문해야 했다. 그리고 납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나는 건설현장 담당자와 소장으로부터 밤이고 낮이고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살벌하고 무서운 전화를 받아내야만 했다. 건설 현장에 필요한 자재가 지연되면 전체적인 아파트 입주 일자가 늦춰지기에 건설 현장은 긴장감이 넘쳐나는 살벌한 곳이었다.






살얼음판 같던 회사 생활을 견디며 생활하던 중에 드디어 하나의 치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그 당시엔 건설 회사들이 납품업체들에게 자재 대금으로 어음을 발행해 주었다. 그리고 어음 납기가 돌아오면 영업사원들은 어음을 들고 건설현장으로 가서 어음을 제출하면 건설회사가 결제를 해 주었다. 그런데 건설현장 소장이 내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막심한 손해가 발생했으니 어음 결제를 해줄 수 없다고 그냥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나는 이 어음 결제를 받지 못하면 회사로 돌아 올 생각을 말라는 상사의 막무가내 지시를 받고 온 터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겁이 덜컥 났다. 나는 무작정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고 또 빌었다. 건설현장 소장은 몇 번 더 잔소리를 해대더니 결국엔 어음을 처리해 주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회사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내 눈은 하염없이 알 수 없는 눈물을 마구 쏟아냈다. 주책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인생 첫 사표를 던졌다. 직장이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치는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임원이 되어 많은 돈을 벌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도 하얀 보자기에 꽁꽁 싸맨 후 강물에 미련 없이 던져 버렸다.






다시 A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나는 평소 쾌활했던 A가 우울하고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옆 동료 중 한 명과 심하게 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옆 동료도 임원이 될 욕심이 있었고 서로 경쟁관계가 있었나 보다. 그렇다 보니 옆 동료가 사실과 다른 루머를 퍼트리며 이간질을 한 사실을 A가 알고 대판 싸운 것이다. 나는 A를 회의실로 조용히 불러서 자초지정을 들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1시간 동안 주제 넘게 강의를 하게 되었다





나의 첫 사표 이야기와 내가 월급 이외에 돈을 벌고 있는 10개의 수입 파이프라인 이야기도 꺼냈다. 그리고 칠판 앞으로 가서 커다란 원을 하나 그렸다. 그리고 그 커다란 원 안에 작은 원을 하나 더 그렸다. 많은 직장인들은 커다란 원이 회사라고 생각하고 작은 원을 나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일이 내 인생보다 더 크고 중요하다고 착각하며 살기에 회사에서 힘이 잔뜩 들어가서 생활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한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커다란 원이 내 인생이 되어야 하고 작은 원에 회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여야지 회사가 아니지 않는가? A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임원이 되고 싶었던 꿈을 짓밟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이 진리를 빨리 깨우치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이유다. 이렇게 회사는 내 인생에서 일부분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A를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소개해 주었다. 바로 <부의 추월차선>이었다.






A는 연휴 기간 동안 그 책을 단숨에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 월급 말고도 임원이 되는 것 말고도 인생에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지금 A는 정말 최선을 다해 회사 일을 열심히 처리한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점은 임원이 되려고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온통 회사 일을 생각하는 삶에서 벗어나서 가족을 생각하고 취미 생활에 시간을 투자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직장인들이 임원의 꿈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회사 밖에도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을 뿐이다. 충격적이게도 내가 아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온라인 세상 속에서 다양하게 돈 버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며 살고 있었다.






최소한 회사 밖에는 어떤 기회가 있는지 알아는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에 임원이 될 확률과 임원을 포기하고 회사 밖에서 다른 꿈을 이루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고 행복한 일인지 계산해야 공평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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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2 19:35:57 *.166.200.71

크게 공감이 가네요 ! 

전 장인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커서 전문성을 중요시하고  그 안에서 세계를 이해 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임원은 아니지만 최고의 마스터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풍요로운 경제적 부는 아니지만  부족한 것이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돈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잘못 쓰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할 수가 없고 많지 않더라도 태도와 가치관이 합리적이면 꼭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는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전문성의 깊이를 더해서  한 발자욱, 한 걸음 한 단계의  범주를 넒히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저의 재능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수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스트레스나 갈등을 느끼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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