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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일 13시 25분 등록


3개월간의 휴직을 끝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갑니다. 복직 일이 다가올수록 어떨 때는 의연하게 스스로를 다독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 들기를 반복 중입니다.


감정이 변하는 와중에도 지난 3개월의 휴직 기간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코로나나 난임 시술 때문에 완전히 가뿐한 컨디션이었던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얼마 안 되지만, 휴직 기간은 저에게 참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고수해왔던 직장인으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잠시 쉬어가며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에 필요하기 때문에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과 순수하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들을 분리시키고, 자유롭게 하루를 운용하고, 월급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다달이 입금되던 월급이 없어지면서 (무급 휴직이었습니다.) 통장 잔고는 가벼워졌지만 그에 따라 메여있는 것도 잠시 놓아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월급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삶이 매우 고달파질 것이라고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저 혼자서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아서 제가 월급 없는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경제적 곤궁이 걱정되어 회사를 선택지가 아닌 필수로 생각할 게 아니라 그보다 회사에서의 시간과 자신의 존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회사의 일을 봉급을 받으면서 처리할 때 그런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회사라는 조직이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이곳에서의 지식으로 내가 생존을 할 수 있을지, 혹은 생존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휴직에서 회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서 그 마지막 시절을 어떤 마음으로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휴직의 가장 큰 수확은 더 이상 회사가 없는 삶이 두렵지 않고,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현명하게 운영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든 (물론 회사에 있다면 신경을 안 쓸 수는 없겠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마음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제 인생에서는 그 사람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회사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회복한 후에도 복직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회사를 다니는 것은 어떤 사회적 압박에 따른 반응 같은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회사가 없는 삶은 너무나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고, 평온합니다. 이 많은 시간 동안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지내는 것은 인생을 낭만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회사를 다시 가는 것에는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 아직은 조금 더 회사를 통해서 내가 알고 싶은 부분을 탐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필요한 분야의 지식과 스킬은 스스로 개발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좀 더 확장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조급해하지 않아도 몇 년 만 지나면 저도 회사에서 내보내고 싶은 나이 든 인원이 될 것입니다. 그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만두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아직 갈 수 있을 때까지는 힘내서 직장인의 삶을 걸어가 볼 생각입니다.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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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08:53:03 *.217.15.30


굿!


긴 말의 회신 필요 없이! ㅎ

프로필 이미지
2023.03.03 15:12:38 *.225.171.202

응원합니다^^ 짧은 휴직기간이 직장생활에서 의미있는 쉼표가 되실 듯 합니다. 27년을 일하고 퇴직해보니, 너무 열심히만(!) 일했던 게 후회되기도 하더군요.  어느 시기 단락별로 끊어가며, 성찰하는 시간이 꼭 필요했는 데 저는 그걸 잘 못했습니다. 자신도 채워가는 직장생활 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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