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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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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1일 08시 02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 주유소 할아버지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주유소 할아버지입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를 빠르게 걷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으십니다. 출근시간에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 지금이 늦은 시간인가?’하면서 시계를 한번 더 보게 될 정도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정확하게 산보를 하는 모습은 늘 한결 같습니다. 오늘처럼 비가오는 날이면, 지하 주차장을 걸으십니다. 한번은 지하 주차장에서 제가 자동차를 빼다가 순간적으로 산보를 하는 모습을 못 알아보고 부딪힐뻔 한 적도 있습니다.

 

주유소 할아버지께서 이 별명을 얻게 되신 이유는 저희 아파트의 '전설'로 전해 내려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젊은 시절에 한 정유회사에 근무를 하셨는데, 회사에서는 매출액이 매우 부진한 한 주유소 경영을 맡겼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꼼꼼하게 일을 하셨고, 매출액이 하루아침에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매년 꾸준하게 상승하게 되어 결국에는 7년 만에 전국에서 임대가격 대비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주유소로 성장시키셨다는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의 성실함에 동네주민들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 주유소에 들러서 할아버지 얼굴을 보면서 기름을 넣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그 주유소를 잊지 못하는 동네주민들은 그 할아버지를 주유소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할아버지 혼자 산보를 하셨던 것은 아닙니다. 할아버지의 약 2미터 정도 뒤에 할머니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가끔씩 출근길에 마주치면 할머니께서는 마치 소녀와 같은 미소로 늘 저희 가족을 대해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아이고.. 반가워라. 아이고.. 행복해라. 아이고.. 축복합니다.”

라며 저희 아이들에게 천 원, 이 천 원, 때로는 주머니에 있는 박하사탕도 건네주셨습니다. 매번 무언가를 건네주시는 할머니가 부담스러워, 산책을 함께 하시는 모습이 포착이 되면, 저쪽으로 빙- 둘러가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할머니께서 2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그간 몇 차례 수술을 하시고,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가신 적도 있으셔서, 그 죽음이 그리 갑작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동네 주민에게 건네주시는 그 따스함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장례식장에 어린 아이들과 함께 찾아갔을 때, 우리 아이는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구겨진 천 원짜리 지폐를 모아 부조금에 넣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한 달 정도 할아버지께서 산책하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동네주민들은 아마도 외로워서 더 이상 산책을 하지 않으신가보다, 라고 수군거렸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다시 혼자 씩씩하게 산책을 하십니다. 2미터 뒤에서 걷으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모이는 듯하지만요.

 

오늘 아침에도 출근을 하는데,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지하 주자장에서 열심히 걷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성실함은 저로 하여금 가슴 숙연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오늘, 내 하루는 저 주유소 할아버지만큼 성실했는지, 오늘 만나게 될 나의 하루는 어떤 자세로 만들어야 하는지, 혹시나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불성실함을 만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더불어 성실함의 가치를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할아버지의 건강을 빌어봅니다. 주유소 할아버지! 내일도 출근길에 뵐께요!

 

정재엽 드림. (j.chung@hanmail.net)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 『음식의 가치』(서은경 등저)
변화경영연구소 9기 서은경 연구원이 음식에 관련된 인터뷰집 『음식의 가치』를 출간했습니다. 서은경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요리 문화를 선도하는 음식 명인 10명의 강연과 인터뷰를 멋지게 재구성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음식이 가진 가치를 고민하다 보면, 동시에 나는 어떤 음식을 먹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될 겁니다. 음식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2. [출간] 『우리 아이 작은 습관』(이범용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꿈벗 16기 이범용님께서 『습관홈트』에 이어서 『우리아이 작은습관』으로 두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대한민국 1호 습관 조력자 이범용 소장이 딸과 함께 ‘아이 습관 만들기’ 800일의 기록을 책이 담았다고 합니다. 아이와 함께 좋은 습관 만들기를 실천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일독뿐 아니라 별도 진행되는 <아이 습관 만들기> 워크샵도 관심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3. [안내] '좋은책 읽고 쓰기 습관화 프로그램' <에코독서방> 8기 모집
1인 지식기업 <에코라이후> 배움&놀이터 차칸양 대표가 운영하는 <에코독서방> 8기를 모집합니다. 함께 좋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독후감으로 풀어내며, 더불어 함께 좋은 생각을 나누는 모임으로, 혼자서는 만들기 힘든 독서습관을 같이 읽음으로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꾸준한 독서와 좋은 책 읽기를 통해 현재의 자신보다 스스로를 한단계 더 성장시키고자 하는 분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4. [모집] 알쓸토크 – 중년이후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12월 5일(수) <알쓸토크: 중년이후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를 진행합니다.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부딪혀오는 질문들이 무척이나 고민스럽습니다만 어디에서 이런 고민들을 나누어야 할지 혹은 자신만 이렇게 힘든 건지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집값 걱정이나 회사 스트레스는 잠시 내려놓으시고 중년이후 내 삶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 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5. [팟캐스트] 『어이없게도 국수』 강종희 작가(2편)
지난 편에 이어 강종희 작가 2편이 이어집니다. 2편은 국수에 얽힌 희노애락 이야기로, 냉열무 국수, 닭한마리 칼국수, 비빔당면, 진주 냉면, 명동 칼국수가 등장합니다. 각각의 국수와 지나온 삶이 하나하나 맞물리며 넘어가는 침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찰진 입담의 국수 전문가 강종희 작가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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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8:28:15 *.102.1.222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을 읽으니 아침 출근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리 인간은 원래 이렇게 따뜻한 모습인데 세상의 바뀜에 그리고 대중속의 익명성 때문에 가끔씩 차갑고 나쁜 마음을 가지는것 같습니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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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15:21:30 *.134.227.161

바로 오늘 아침에도 주유소 할아버지를 만났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원래 이렇게 따듯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유소 할아버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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