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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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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2일 00시 56분 등록

“저는 마흔의 비혼 여성입니다. 애인이 결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는 이별을 통보했고 그렇게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십 년이 넘게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명절 때마다 꼭 한번 놀러 오라고 하시던 애인의 부모님께서 이번 명절에 연락이 없으셨어요. 이상하게 맘이 불안합니다. 애인이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애인과 함께 하기를 원하면서 결혼은 원하지 않는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이렇게 불안하다면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요?”


#1
얼마전 예순에 결혼한 한비야 씨 소식을 접했습니다.
“와! 정말 멋지다!”
“평생 하고 싶은 일 실컷 하고 예순에 결혼하다니!”
“한 번 사는 인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나도 다음 생엔 꼭!”
핸드폰 속 기사를 들여다보며 연신 감탄하는 엄마에게 두 딸이 두 눈을 치켜 뜨고 물었습니다.
“엄마, 우리 낳은 거 후회하는 거야?”
남편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당신,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하는 거야?”
남편과 두 딸에게 진심을 담아 대답했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다음 생엔 나도 한비야 씨처럼 살 거야!”


#2
비혼주의자이자 직장인인 친구가 있습니다. 같은 직종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 덕분에 그 친구를 만나면 대화할 거리가 많습니다. 친구는 결혼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이야기하고 저는 아이들 키우는 재미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대화 소재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지만, 서로 다른 삶에 대한 관심과 공감으로 우리의 대화는 적절하게 잘 섞이며 어느 순간 상호작용을 일으킵니다.


“나, 너 만나고 나면 꼭 결혼이 하고 싶어지더라. 아이도 낳고 싶고.”
친구가 말했고, 저는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지금 뭘 제일 하고 싶어 하는지 한번 물어봐줄래?”
친구는 질문했고, 저는 대답했습니다.
“출근!”
“뭐어? 출근이라고? 난 지금 은퇴를 꿈꾸고 있는데……”
친구는 실망했고, 저는 덧붙였습니다.
“나, 아이들 다 키우고 나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이 엄마처럼 떠날 거야. 그리고 너처럼 살 거야.”


친구는 저처럼, 저는 친구처럼,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보고 싶어합니다. 친구는 저에게 결혼을 하고도 잘 살아주어 기쁘다고 말했고, 저는 친구에게 내가 이루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한 커리어를 대신 이루어 주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친구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어떤 삶을 살게 되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랑해 주기로 하자!”


#3
상대방을 놓칠까 봐 불안해서 “결혼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하신다면, 저는 “아니요.”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제가 다음 생에는 한비야 씨처럼 살고 싶다고 느끼는 것도 비혼주의자인 친구를 부러워하는 것도, 시월드, 고부간 갈등, 출산, 육아, 경력단절 등 결혼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연을 주신 분도 같은 이유로 결혼을 피해 왔을 테고요. 결혼을 하겠다면, 나와 상대방 사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를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결혼할 당사자 모두 “Yes!”라고 대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면왜.jpg

 

여기, 상대방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자신을 먼저 변화시킨 멋진 부부의 이야기 <사랑한다면 왜>가 있습니다. 비혼주의자 커플에서 부부가 된 김은덕, 백종민 부부가 함께 쓴 책입니다.


김은덕, 백종민 부부는 부모님의 가부장제 가치관, 가사노동의 분담, 명절증후군, 불평등한 호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고민합니다. 그 결과 남편 백종민은 평등한 결혼생활을 위해 한평생 사회적 기득권자로 살아온 자신이 아내보다 훨씬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동에 옮깁니다. 아내 김은덕은 남편과 줄곧 평등을 두고 다투었으나 그 일이 결국 사랑을 지키는 일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저 또한 사랑과 평등이 공존하는 결혼생활을 위해 남편에게 줄기차게 요구해 왔습니다. 요구하고 다투고 가족문화를 바꾸는 과정을 수도없이 반복했고 앞으로도 계속 할 계획입니다. 왜 십 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비혼 상태를 유지해왔는지, 상대방의 어떤 면 때문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사랑한다면 상대방에게 요구하세요. 상대방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결혼이든 비혼이든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겠습니다.


***


격주 월요일에 발송하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 '가족처방전'은 필자와 독자가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가족 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다면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작성한 가족처방전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IP *.202.114.135

프로필 이미지
2018.03.14 10:34:41 *.36.145.54

사랑한다면 왜?...

결혼 후 이십년이 지나갈 때 쯤에서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네요.

그리고 남자로써,, ""한평생 기득권을 누리면서 살아온 남편이 아내보다 많이 많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도 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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