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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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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0일 07시 33분 등록


기독교라는 두 번째 계단에 이어, 붓다라는 세 번째 계단을 오른 그는 구원을 위한 내면탐구를 위해 붓다와 관련된 수 많은 책, 자료들을 찾아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죠. 여기에 더해 대학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전공과의 마찰 때문이었죠.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국문과였지만, 그는 수업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국문과란 곳이 문학의 다양성을 배우는 것이 아닌, 문법의 구조나 국어의 변천 과정과 같은 것을 배우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는 방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학 수업을 포기할 뻔 하던 그를 구한 건, 우연히 청강한 철학 수업이었습니다. 철학을 통해 그가 알고 있던 세계는 철저히 무너지고, 또한 새로운 질서 위에 다시 재구성되곤 했죠. 그는 끝없는 사유를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철학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름방학을 이용해 동해로 혼자 떠난 여행에서도 크게 배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세상에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우연히 묵었던 동해의 감추사에는 붓다가 아니라 주지스님이 있었고, 교회에는 신이 아니라 신자들이 있었으며, 시장에는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은 형이상학적인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는 공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구체적인 삶으로 가득했다.

이때 그에게 다가왔던 책이 바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습니다. 서구 역사 2000년 동안 철저하게 배제되고 잊혔던 절반의 세계, ‘종교와 이상’이라는 이념과 상반되는, ‘현실과 육체’라는 구체적 세계를 복원해 내는 것이 바로 니체의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하죠. 플라톤주의의 형이상학적 이원론을 극복하고 건강한 정신과 육체로 돌아올 때, 우리는 인간을 극복한 초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니체는 근대를 살아간 인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근대의 유럽인들이 ‘나약함과 왜소함’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원인이 바로 그리스도교와 이성중심주의라 진단했으며,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 내부에 ‘플라톤 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했습니다. 플라톤 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로, 하나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둘로 나뉜 세계 중에서 형이상학적 세계만이 가치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즉 가치 있는 형이상학적 세계가 바로 ‘이데아’이며, 실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세계는 단지 ‘이데아’를 모방한 그림자의 세계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니체는 플라톤의 이분적 사고방식에 의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이상학적 개념인 이성, 사유, 종교, 도덕 만이 가치를 얻음으로써, 실제 현실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감정, 욕망, 육체, 여성, 동양과 같은 반이성적 개념들은 버려지고 있다 판단했습니다. 그는 생각했죠. 더 이상은 안 된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대를 끝내야 한다. 플라톤주의를, 그리스도교를, 이성중심주의를, 형이상학적 이분법을. 그래서 니체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신은 죽었다.”

니체를 통해 청년은 종교와 구원, 이상이 아닌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곳, 현실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죠. 이제는 하늘이 아닌 대지를 걸어가야겠다고. 그러면서 만나는 모든 것과의 순간순간을 긍정할 수 있는 현실적 삶을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청년은 니체라고 하는 네 번째 계단에 오르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입대가 가까워집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가야했기 때문에 건강도 챙겨야 했습니다. 밤이 되면 동네를 뛰었고, 숨이 차면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 봤습니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서울의 하늘. 그는 문득 저 막막한 공간인 우주라고 하는 실체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지구를 중심으로 창조된 정적인 우주를 말하고, 붓다는 깊은 선정 속에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무수히 많은 우주를 조망하며, 니체는 무의미하게 끝없이 되돌이되는 영원회귀의 우주를 제시하고 있음을.

동시에 그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종교와 철학의 모든 논의는 디딜 수 있는 그 어떤 기반도 갖지 못한 채 어설프게 쌓아올린 상상의 성’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그는 20세기 초 논리실증주의자들의 발언에 대해 주목합니다. 그들은 종교적, 철학적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종교와 철학이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라 주장합니다. 소위 신, 영혼, 자유, 형이상학, 윤리적 가치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이상 가치가 없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과학을 중요시 합니다. 과학처럼 검증되어야 믿을 수 있다는 겁니다.

과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관찰과 실험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이 과학이란 학문에 객관성을 담보해 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학문보다 과학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죠. 청년은 거기에 더해 한가지 사실에 더 주목합니다. 관찰과 실험에 보태, 과학이 모든 현상들을 수학으로도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죠. 즉 과학적 방법론은 경험(관찰과 실험)이라고 하는 귀납적 측면과 수학이라 하는 연역적 측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천재 과학자 갈릴레이는 천체와 물리학적 사물들을 원과 삼각형, 사각형 등과 같은 기하학적 대상(예 : 사과를 원으로 표현)으로 기술함으로써, 기하학이란 학문을 만들었죠. 이후 17세기에 이르러서는 페르마와 데카르트가 기하학을 확장시킨 해석기하학(기하학을 x축과 y축이 교차하는 두 개의 수직선으로 구성된 좌표평면에 적용하여 설명하는 학문)을 적용하여 대수학(예 : 원을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x2+y2=r2)으로까지 발전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뉴턴에 이르러서는 사물의 수학화를 넘어, 물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인 ‘힘’까지 수학으로 설명하게 됩니다. 즉 ‘만유인력’을 수식으로 표현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F = M x m / R2 
   (인력(F)은 질량(두 물체 M과 m)에 비례하고, 거리(R)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는 과학을 통해 우주를 만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우주와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과학적으로는 인간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우주는 존재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왜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일부 우주의 신비가 풀리곤 있지만, 여전히 우주는 수수께끼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주를 마음에 품습니다. 그렇게 청년은 과학과 우주라는 다섯 번째 계단에 오릅니다.


(3편에 계속)




차칸양 올림
Mail : bang_1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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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나는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못할까?』 진성희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8기 진성희 연구원이 신간 <나는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못할까?>를 출간하였습니다. 매일 업무 현장에 있으면서도 말 떼기가 두려워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어 버리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합니다. 전 KBS 아나운서이자 대한민국 직장인의 ‘말선생’인 저자가 알려주는 말하기 태도, 보고, PT, 협상 소통의 기술은 무엇인지 상황별 다양한 실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으니 자신 있게 마음껏 말할 수 있기를 바라시는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2. [변경연 팟캐스트] 『마흔 살의 책읽기』 – 유인창 작가
201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추진 프로젝트인 팟캐스트가 점점 무르익어 가는 만큼 새롭게 ‘변경연 단신코너’가 추가되어 연구소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모신 분은 변경연 연구원의 교육팀을 맡기도 했던 『마흔 살의 책읽기』의 유인창 작가로 마흔 넘어 꽃을 보는 눈이 생기고, 그 꽃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 정말 좋다 합니다. 그럼 닭이 소보듯 하던 그림에 대한 생각은 어떤 계기로 변하게 되었는지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고 많은 공유 바랍니다.

3. [안내] <1인기업을 만나다> 세번째 모임 안내입니다
자신만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살기’를 실천하는 1인기업가를 초청하여 어떻게 1인기업이 되고, 또 어떻게 자신만의 분야에서 살아남았는지 들어보는 <1인기업을 만나다>(직업과 사람연구소 정도영 대표 진행) 그 세 번째 시간이 마련됩니다. 이번 초대손님은 20년간 근무하던 은행을 나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여행작가 겸 사진작가 정해경님으로 여행작가, 여행강사의 세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4. [여행안내] 미국 옐로스톤 & 그랜드서클 15일(’18.5.23-6.6)
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이자 아트스트웨이 여행사 이한숙(로이스) 대표가 야심차게 기획한 미서부 트래킹 여행에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20억년 지구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미서부의 장엄한 대자연의 감동속으로 떠납니다. 그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미서부의 9개 국립공원, 7대 캐년을 아우르는 대장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5분만 함께 할 수 있다하니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IP *.117.5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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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7 08:29:16 *.111.15.107

오늘 3편이 올라왔길래, 2편 찾아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두번 읽어서 될일이 아니네요. 제가 많이 부족해서,,

3편도 보고와서 다시 2편도 보고 또 1편부터 전부 다시 읽어보고 반복 반복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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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9 14:33:46 *.39.102.67

이 책의 저자인 채사장의 생각의 경로를 따라가는 것도 괜찮은 경험일 듯 싶습니다.

어찌보면 삶의 다양한 부분들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거니까요.


부족한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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