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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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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1일 09시 08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바람의 빛깔>

 

포카혼타스(Pocahontas), <Colors of the wind>

 

토요일 아침

포항으로 가는 길이 마냥 신나지만은 않았습니다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와 초등학생 아이들은 볼 맨 소리로 

주말에 놀아주기로 했잖아를 외쳐댔습니다

아빠 오늘 금방 하고 돌아올게.” 

라고 돌아섰지만실은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하는 기차를 예약했습니다그렇게 간신히 아이들을 달래다보니 잘못하다 기차를 놓칠지도 모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부리나케 지하철로 달려가 사당역에서 갈아타고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10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사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습니다제 자리를 찾고 나니 바로 떠나는 기차자리를 확인하고잠시 숨을 돌릴 새도 없이 울리는 영상통화아이들이었습니다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옆에 계신 어르신께서 흐흠흐흠하시며 자꾸 헛기침을 하십니다이내 자리 밖 화장실 앞에서 통화그렇게 슬라이드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포항역에 도착했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 영남권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씩 독서모임을 합니다모임 때마다 단순히 책만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강연자를 꼭 초대해서 책에 대한 뒷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벌써 61번째 모임이 진행될 만큼 뿌리를 내렸습니다어떻게 저를 섭외 할 생각을 하셨냐는 저의 질문에선배 연구원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냥요.”

 

저는 '그냥'이라는 말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왠지 직관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무언가 이성적으로 이것저것 길이를 재지 않고어떤 것이 나에게 더 이익일까를 굳이 따지지 않는 느낌그저 좋은 것 반별루인 것 반그리 나쁘지 않은 느낌이 1% 정도 더한왠지 대단한 것 하나를 얻은 듯 한 뿌듯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중한 강연을 해달라는 기회를 주신 것 자체가 그냥’ 좋았습니다아직은 작가라는 칭호가 무지 어색한 저에게 무언가 날개를 달아주는 것 같은 허세도 한 몫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제 강연은 일반적인 강연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이야기입니다제가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자라온 어릴 적 이야기그러다가 갑자기 찾아온 가족 회사의 부도그리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배신과 상실그리고 드라마틱한 회생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도표 몇 개를 그리기도 했지만그저 강연을 포맷을 따라간 것이지 그것이 핵심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참가자 분들 중에 몇몇 분들은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셨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시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하셨습니다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독서 토론의 시간이었습니다독서토론은 제 책 <파산수업>이 아니라이미 다른 책으로 지정되어있었습니다이번 달의 지정도서는 채사장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는 책이었습니다각자 돌아가면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할 때였습니다그분은 갑자기,

 

만약 네가 짐승들에게 말을 건다면 짐승들도 너에게 말을 걸 것이다그러면 서로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라는 부분을 인용하시며벌떡 일어나시더니 노래를 부르셨습니다스마트폰으로 반주를 찾아 함께 틀어놓으시면서요.

 

사람들만이 생각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 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뭘 말하려는건지 아나요

그 한적 깊은 산속 숲소리와

바람의 빛깔이 뭔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이 노래는 디즈니 만화영화 <포카혼타스>의 Colors of the wind라는 노래를 번안한 것입니다. 9살 제주도 소년이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청아하게 부르던 모습에 유명해지기도 한 곡입니다그 소년은 어느덧 성장해서 얼마 전 평창올림픽 폐막식에서도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노래를 듣고 난 다음부터 저는 자정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 올 때 까지 계속해서 이 멜로디를 흥얼거렸습니다이 노래 가사처럼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그런 눈을 가지기 위해’ 저 또한 새벽에 아이들의 칭얼거림을 뒤로 포항행 기차를 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결국바람의 빛깔을 따라 포항에 당도했고이 모든 분들을 만나 저의 이야기와 하나 되고결국노래 가사처럼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책 속의세상을 아름답게 들여다’ 보며 책 속의 재미에 흠뻑 빠졌습니다.

 

다음 날, 포항에 가서 선물 사왔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저는 이 노래 <바람의 빛깔동영상을 유투브에서 찾아 틀어주었습니다아직도 선율 속에 바람처럼 산들거리는 빛깔들이 눈앞에 선합니다무언가 재지 않고, ‘그냥’ 수락한 포항행 강연무언가를 재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얻어 갔습니다포항의 바람도사람들의 채취도책에 대한 사랑도그리고새로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들도 말입니다채사장 책의 제목대로 우리는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요바람의 빛깔을 따라서요.

 

정재엽 드림 (j.chung@hanmail.net)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나는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못할까?』 진성희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8기 진성희 연구원이 신간 <나는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못할까?>를 출간하였습니다. 매일 업무 현장에 있으면서도 말 떼기가 두려워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어 버리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합니다. 전 KBS 아나운서이자 대한민국 직장인의 ‘말선생’인 저자가 알려주는 말하기 태도, 보고, PT, 협상 소통의 기술은 무엇인지 상황별 다양한 실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으니 자신 있게 마음껏 말할 수 있기를 바라시는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2. [변경연 팟캐스트] 『마흔 살의 책읽기』 – 유인창 작가
201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추진 프로젝트인 팟캐스트가 점점 무르익어 가는 만큼 새롭게 ‘변경연 단신코너’가 추가되어 연구소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모신 분은 변경연 연구원의 교육팀을 맡기도 했던 『마흔 살의 책읽기』의 유인창 작가로 마흔 넘어 꽃을 보는 눈이 생기고, 그 꽃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 정말 좋다 합니다. 그럼 닭이 소보듯 하던 그림에 대한 생각은 어떤 계기로 변하게 되었는지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고 많은 공유 바랍니다.

3. [안내] <1인기업을 만나다> 세번째 모임 안내입니다
자신만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살기’를 실천하는 1인기업가를 초청하여 어떻게 1인기업이 되고, 또 어떻게 자신만의 분야에서 살아남았는지 들어보는 <1인기업을 만나다>(직업과 사람연구소 정도영 대표 진행) 그 세 번째 시간이 마련됩니다. 이번 초대손님은 20년간 근무하던 은행을 나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여행작가 겸 사진작가 정해경님으로 여행작가, 여행강사의 세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4. [여행안내] 미국 옐로스톤 & 그랜드서클 15일(’18.5.23-6.6)
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이자 아트스트웨이 여행사 이한숙(로이스) 대표가 야심차게 기획한 미서부 트래킹 여행에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20억년 지구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미서부의 장엄한 대자연의 감동속으로 떠납니다. 그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미서부의 9개 국립공원, 7대 캐년을 아우르는 대장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5분만 함께 할 수 있다하니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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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21:16:02 *.117.7.81

저는 정재엽 선생님의 글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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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08:29:52 *.131.225.124

아- 늘 제 글에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십니다.

매번 실수투성이인 제 글을 애정으로 감싸안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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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13:15:48 *.210.160.38

그래, 참 좋네. 바람의 빛깔도, 글도 그리고 재엽의 마음 씀씀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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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0:05:26 *.131.225.124

형님께서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분에 넘치는 사랑 받고 왔습니다. 

저는 늘 형 글의 팬입니다. 형은 몰래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이랄까요?

감사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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