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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일 07시 19분 등록

광장. 장님 한사람이 깡통을 앞에 두고 구걸을 하고 있네요. 그의 앞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나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

무심히 지나치는 행인들.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길을 가던 한 여인. 가던 발걸음을 멈추며 그의 앞에 섭니다. 매직을 든 그녀는 다음과 같이 문구를 바꾸어놓습니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리고 난 그걸 볼 수 없네요.’

그 후 그에게는 상황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장님 앞을 서성이며 자신의 지갑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례. 강의자료 내용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흑역사를 남겼던 IMF. 실직, 해고, 파산. 모두가 어려웠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회사도 형편이 되질 않자 월급대신 제품으로 지급하더군요. 재주껏 팔아 돈을 융통하라는 속뜻이었죠. 난감하였습니다. 어떻게 한담. 철이 없는 남편은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당신도 아는데 가서 제품 좀 팔아 와요.”

뻔뻔하였습니다. 욕 얻어먹을 상황이었음에도.

그때 들불처럼 번졌던 운동. 일제 강점기 물산장려운동처럼 일어난 금모으기였습니다. 결혼예물과 패물 등 집안에 있는 것들을 나라를 살린다는 일념으로 순순히 내어놓았습니다.


이타심(利他心). 남을 위하거나 이롭게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베풂을 행했을 때 우리 신체에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HD행복연구소 최성애 소장은 <행복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최근 의학적 연구를 통해 선행의 효과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고, 배려하고, 돌봐줄 때 돌봄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돌봐주는 사람의 몸 자체에서도 면역력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 우리 몸의 면역력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침 안에 있는 이뮤노글로블린A(면역글로불린 항체)입니다. ... 침 속안에 있는 이뮤노글로블린A 항체를 측정해 보았더니, 5분 동안 화를 내면 6시간까지도 평상시보다 면역력이 계속 떨어진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단 5분 동안 누구를 돌보거나 배려할 때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집니다. 단 5분 동안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후 이뮤노글로블린A를 측정해보면, 높아진 면역력의 상태가 약 6시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테레사 수녀처럼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체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테레사 효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이는 타인에게의 베풂이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옴을 말하는데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어떻게 적용이 될까요. 자신보다 동료를 돕다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요.

마케팅컨설턴트 김민주는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 법칙 101>에서 이타심의 이기심 효과로 이를 풀어냅니다.


‘어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에는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기적으로 행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기적인 행동은 상호 불신을 낳게 되고 협동을 어렵게 한다. 그러면 두 사람이 협동해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없게 되므로 좋은 기회를 놓쳐 결국 두 사람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만을 챙기는 것보다 상대편을 배려하고 베풀 때 신뢰가 쌓이고 장기적인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알고 행동한다. 그래서 이타심은 다른 이름의 이기심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협동하는 것이 자신에게 결국 이롭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사회신경과학자인 김학진도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를 통해 이타적 행위의 사회 심리적 관점을 소개합니다.


'이타적 행동은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높은 이득을 주는 전략적 행동이 될 수 있다. (중략) 이타적인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줄 수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타인을 위함이 결국 나를 위함이라는 말이지요. 게임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① 두 사람이 파트너가 됩니다

② 마주본 상태에서 서로 양손을 들어 올려 힘껏 잡습니다

③ 상대편 어깨에 손을 대게하면 이기는 승부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안간힘을 다합니다. 인상을 쓰며 상대방을 밀어냅니다. 힘의 우위가 있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나면 양쪽 모두 지치게 됩니다. win-win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밀어내는 게 아닌 끌어당기면 됩니다. 즉, 상대편 손을 나의 어깨에 대게하고 상대편은 다시 자신 손을 거두어들이면 함께 승리하게 됩니다.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의 협동 해석이죠. 물론 성패를 중시하는 남성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


이타적 행위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성장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탐스 슈즈(TOMS shoes).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일대일 기부 공식(One for one)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맨발로 다니는 어린아이들을 돕는 취지에서 창립하였고 착한 패션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니타 로딕이 설립한 영국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인 THE BODY SHOP. 5가지 기업 가치(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지원, 자아존중 고취, 인권 보호, 지구환경 보호)로 사회 활동과 캠페인을 펼쳐 오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이 프랜차이즈화 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게 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최근 기사 하나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킵니다. 높다란 아파트 외벽 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일을 하던 이를,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고 그 생명줄을 잘라 목숨을 끊게 하였다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 아파트에 대형 화재가 발생. 9-10층에서 한 여성이 창문을 열더니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아기를 밖으로 던지자 한 남성이 달려가 아이를 받아냅니다.

이 같은 결과 배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자리하지만, 오늘의 주제인 이타심이 결국 모두를 위한다는 것을 알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대학교시절 재활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뇌성마비 아이들을 모아놓은 곳. 처음만난 그들 앞에 숨을 쉬지 못합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방바닥을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존재. 사람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곳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아동학과를 전공했다는 이십대 초반 여성 교사를 만났습니다. 24시간을 장애 아이들과 함께합니다. 품에 안습니다. 몸은 성인인 아이들을 구석구석 목욕을 시킵니다. 단정하게 옷을 입히지만 그것도 잠시. 식사시간 재채기며 구토에 금세 얼룩.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식판은 밀쳐두고 얼굴을 닦이고 목에 두른 타월을 교환합니다. 그러다 틈틈이 방구석에 누워 칼잠을 잡니다. 궁금하였습니다. 4년제 대학까지 나와 새파랗게 젊은 아가씨가 무슨 소명의식이 있어 이런 곳에서 젊음을 썩히는지.

“도대체, 왜. 이런 곳에?”

그녀의 웃음. 대답이 없음에도 그 표정이 나를 정말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마법 같은 호르몬이 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팀은 이것이 분비되면 모성애와 같은 신뢰의 감정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뢰, 배려심, 안정감을 주는 엄마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 선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투여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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