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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3일 13시 44분 등록

32년간 편지를 쓴 사나이의 이야기

 

아홉 살부터 32년간 편지를 쓴 사나이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그 학교에서 맞은 첫 번째 일요일에서부터 32년 후 엄마가 돌아가신 날까지, 나는 일주일에 한번, 때로는 그보다 자주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했던 동아프리카와 다르에스살람에서도, 2차 세계 대전 중에 케냐와 이라크, 이집트에서 영국 왕립 공군의 전투기 조종할 때도 매주 집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는 바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로알드 달입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가장 대담하고, 흥미롭고, 유쾌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지요.

 

‘나는 커다란 꾸러미를 받았다. 그동안 내가 보낸 편지들이었다. 600통이 넘는 편지가 초록색 끈으로 단정하게 묶여 있었다. 1925년부터 1945년까지 쓴 편지가 봉투에 보존되어 오래 전에 찍힌 소인도 선명했다. 지금도 나는 그 편지를 꺼내 읽곤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특별한 것들을 다시 볼 수 있다니 나처럼 운 좋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달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비행기 격추 사고를 당해 수 개월간 실명 상태로 지내며 안면 성형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부상의 후유증으로 귀국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온 달에게 어머니는 그동안 달이 보낸 편지를 잘 묶어서 보내주셨대요. 자신의 기록인 그 편지꾸러미는 분명 달에게 재생의 에너지가 되었을 겁니다. 그때로부터 2년여가 지나고 달은 글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달이 일곱 살부터 아홉 살까지 다녔던 랜다프 대성당 학교의 무시무시한 쿰즈 교장 선생님은 <마틸다>의 트렌치불 교장 선생님으로, 렙턴 학교 기숙사에서 보낸 학창시절에 캐드베리 회사의 초콜릿 테스터로 활동했던 경험은 35년이 지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달이 어머니께 보낸 32년간의 기록인 편지들은 다시 달에게 돌아와 마르지 않는 글감이 되었습니다. 그의 기록이 그의 작품이 되었어요.

 

제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마음을 나누는 편지 필진이 되어 처음 보낸 편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흙수저라고?’라는 제목의 편지였는데요. 평범한 가정의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썼습니다. 그 유산이 무엇이 될지 로알드 달의 자서전을 읽고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달의 아버지는 영국으로 이주한 노르웨이인으로 열네 살 때 사고를 당해 왼쪽 팔을 잃었어요. 하지만 그는 팔을 잃은 불운을 비관하지 않았고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말했지요. 사실 그는 못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게다가 엄청난 기록광이기도 했습니다. 날마다 사건과 자기 생각을 곁들인 글을 기록했대요. 하지만 달이 여섯 살 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말아요.

 

노르웨이인인 달의 어머니는 영국에서 과부가 되어 여섯 자녀를 부양해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노르웨이로 돌아가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영국에 남았어요. 아버지가 생전에, ‘내 자식들은 잉글랜드에 있는 학교가 아니면 어디에도 보내지 않을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는데요. 달의 아버지는 영국처럼 작은 섬나라가 위대한 문학을 낳은 건 순전히 잉글랜드의 우수한 학교 교육이라고 믿었다고 해요.

 

달의 부모님이 남긴 ‘위대한 유산’은 바로 ‘기록’이었어요. 달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의 기록을 온전히 남기셨고, 달의 어머니는 달이 보낸 편지를 모아 다시 달에게 전해 주셨지요. 달의 아버지처럼 저도 제 기록을 남기고, 32년간 편지를 쓴 달처럼 저도 계속 편지를 쓰기로 다짐합니다. 저의 기록이, 제 편지가 우리 아이들에게 위대한 유산이 되고 저에게는 재생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 7월 17일 남편 유형선의 편지가 이어집니다.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저의 두 번째 책 <엄마의 글쓰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자녀를 둔 분에게 권합니다.

http://blog.naver.com/toniek/221041466225

 

2. 박승오 연구원이 공저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을 펴냈습니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분들에게 권합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824744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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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06:06:16 *.222.136.180

기록의 힘 저도 믿습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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