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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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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6일 08시 46분 등록

에스파냐 내란이라고도 불리는 스페인 내전은 1936년 아사냐 좌파 인민정부를 상대로 프랑코 우파 장군이 일으킨 쿠데타로서 39년 프랑코 측이 승리하며 이후 프랑코 장군은 1975년 사망할 때까지 독재정권을 이어갑니다. 이 내전으로 인해 스페인 전역이 황폐해지고 특히 바스크 지역의 소도시 게르니카는 독일군의 폭격을 맞아 주민들의 3분의 1이 학살되는 게르니카 학살이 일어납니다 (바스크 지역은 8번째 편지에서 말씀드린 로욜라 신부님의 탄생지이자 현재까지도 스페인에서 가장 좌파 진보적 성향을 지닌 지역이라고 소개해드린 곳입니다).

 

이토록 한 나라의 내전이 가혹하게 전개된 이유는 좌파 인민정부는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우파 프랑코 장군 측은 나치 독일과 무솔리니 이탈리아가 전격 지원을 하며 스페인 내전은 마치 2차 대전의 전초전같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유럽이나 한반도나 한 나라의 내정에 주변 강대국들이 간섭을 하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간섭받은 나라 국민들의 몫인 되는 거 같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건 이때까지 전 세계 최강국의 지위까지는 차지하지 못했던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선포했는데 뒤로는 소련 측에는 비행기를 스페인 반군 측에는 가솔린을 팔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깁니다. 이 지점에서 자국 이익에만 열 올리는 트럼프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내전이었던 만큼 유럽 진보 지식인들은 이 시기 거의 사회주의자를 자청하며 파시스트 우파에 대항하는데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던 미술계의 거장 피카소 역시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활동합니다. 그런 그였기에 한국의 노근리에서 벌어진 미군의 민간인 학살행위를 비판하며 1951한국에서의 학살 Massacre in Korea’이란 작품을 발표합니다. 이후 피카소는 공산주의 역시 독재로 흐르는 것을 경험하며 1957년 스탈린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작품을 그리는데 이것이 스탈린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되어 공산주의에서 제명됩니다.

 

피카소하면 천재 화가, 추상화의 대가 그러나 희대의 바람둥이, 정도로만 알고 있던 저는 그가 한국 노근리 사건에 대해 국제적으로 비판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한국인이었던 저라는 사람조차 내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면모를 모르거나 혹은 알고도 모른 척 그저 미국이 가져다 준 자본주의에 취해 그 안에서의 성공만을 추구하며 살아 왔으니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이후 접하게 된 피카소의 <우는 여인>은 추상화였지만 어딘가 참으로 슬펐습니다. ‘우는 여인은 피카소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의 대표작 <게르니카>의 밑 작업과도 같은 그림으로서 전쟁이 일어나며 가장 험난한 시간을 겪어야 하는 여인들의 아픔을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1937 <게르니카>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 그림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참혹한 실태를 한 작품 속에서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하며 예술적으로도 원숙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그의 대표작이 됩니다. 특히 놀라웠던 사실은 피카소 사후 그가 살아생전 연습했던 드로잉 노트가 175권이 발견되었는데 이 노트들은 그가 한 작품을 그려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 끝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천재성으로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추상화를 마구 휘갈기는 예술가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현실을 지켜보며 함께 아파하며 그것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피나는 노력을 한 위대한 예술가였던 것입니다.

 

오늘 (7 25) 아침 저는 두 가지 상반된 뉴스를 접하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하나는 망고식스 강훈 대표의 사망 소식이고 또 하나는 경제부총리의 착한 성장으로 대변되는 경제정책 발표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지만, 사실 전자는 그 동안 양적 팽창 일변도로 진행되어온 현대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고성장 경제구조의 마침표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를 뛰어넘고 싶어했던 강 대표의 열정적 발자취는 우리나라 고성장이 그러하듯 그 나름 충분히 의미 있다 생각됩니다. 그저 이제는 삼가 고인의 평안한 영면을 기도합니다..). 한편 후자는 사실 이미 저희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고 인구학적 이유상 쉽게 끝내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를 비로소 정치권에서 공식화하는 의미입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성장 패러다임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하루 속에도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일들이 조용히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며 아마 제가 9년전 피카소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오늘 이 사건들을 보면서도 아무 연관성도 찾지 못하고 그냥 흘려 버렸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회사를 다니지만 경제를 모르고, 정치를 모르고, 역사를 몰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공간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 그게 바로 9년전의 제 모습이었으니까요. 과거를 모르니 현재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현재를 모르는데 미래를 어찌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었을까요.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왜 그토록 불안했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제 속에 제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들어있는 것을 피카소를 만나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참여할 수 있고, 심지어 아는 만큼 작품조차 이해하거나 혹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렇게 로욜라 신부님의 신념, 미켈란젤로의 노력 그리고 피카소의 현실참여를 1인 지식기업가의 롤 모델로 삼고 지금까지 경제, 문명, 신화, 심리 등 느리지만 차곡차곡 공부를 쌓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현실사회 일면의 기사들 속 행간이 엿보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가운데 제가 가야 할 길이 조금씩 더 선명해지는 것 또한 감사한 마음입니다. 9년 전에는 그저 그 때까지의 제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무작정 뛰어 들었던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이 이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저성장 시대에 몰락하는 중산층을 지탱해줄 확실한 옵션 중의 하나라는 시대적 요구까지 더해졌기에 말입니다.

 

그렇다고 연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공부만 해온 것은 절대 아닙니다. 세 명의 큰 별들을 찾으며 마치 당장이라도 인생 다 바꿀 것처럼 필사에 열을 올리던 제가 낯선 타국 바닷가에서 춤을 추게 됩니다. 아직 2주 뒤에 써야 할 이야기인데 생각만으로도 어찌 풀어야 할지 조금 난감하기도 하고, 살짝 뻘쭘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제가 과연 2주 뒤에 주제를 바꾸지 않고 이 이야기를 풀 수 있을까요..? ^^::: 그럼 저는 8월 둘째 주, (가능하면 ^^:: ) 크로아티아 해변가의 춤 이야기와 함께 찾아 뵙겠습니다. 어느새 7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막바지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이번 한 달도 잘 마무리 하시기 아자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1. 아티스트웨이 다낭여행(17.08.24~30) 안내

아티스트웨이 대표이자 변화경영연구소 4기 이한숙 연구원이 커플 코칭으로 유명한 황현호 코치님과 함께 824일부터 67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베트남 다낭 힐링투어>를 기획하였습니다. 전용 해변이 있는 리조트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유적도시 호이안과 후에, 천상의 도시 바나힐, 미슐랭급 맛집을 방문하고 스톤 맛사지 힐링도 즐길 수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이 함께 하는 가족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7418

 

  1. [출간소식] 이범용 습관 홈트

    변화경영연구소 꿈벗 16기 이범용님이 보통 사람들의 습관 만들기 노하우을 풀어낸 국내 최초 작은 습관 실천 기록서인 습관 홈트를 출간하였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고 있는 카톡과 함께하는 습관 트레이닝은 매일 하루 10, 작은 습관 3개의 실천을 통해 작심삼일에서 탈출하여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비법이라고 합니다. 좋은 습관 만들기로 앞으로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어제보다 나은 나를 꿈꾸시는 분들의 관심과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26906

 

  1. 수희향의 <유럽 정통 에니어그램- 내면아이를 통한 운. 경영법 60일 과정 모집>

에니어그램 창시자 DR. Naranjo 박사 과정을 수료한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유럽 정통 에니어그램 내면아이 60일과정>을 모집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right time right place에서, right people right things를 펼칠 때 자신이 가진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며 인생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게 있어 right time, place, people & things가 무엇인지는 무엇보다 먼저 <진짜 나>를 찾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오랜 시간 사회가 요구하는데로의 삶을 사느라 한번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던 진짜 내 이야기, “내면아이를 만나 진정한 터닝 포인트를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만의 주제적인 삶을 살고 싶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며 자세한 사항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26783

 

IP *.225.2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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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17:57:11 *.124.22.184

그동안 꼭 로그인이 안 된 상태로 선배님의 글을 봐서 댓글도 못달았어요. ㅎ

지난 번 수요편지 이후 과연 3번째 인물은 누구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피카소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피카소에게 영향 받은 다른 사람에게 강사과정을 마친 저는 이런 우연은 뭐지 신기하네요. 그 분은 미술사를

전공한 분인데 '아는 만큼 보인다'에서 '알고 싶은 만큼 보인다'까지 확장시키더라구요. 

생각도 못한 인물을 데리고 오셔서 놀라며, 선배님은 무슨 책으로 필사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선배님도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고, 다음 번에 낯선 타국의 해변에서 춤추신 이야기 꼭 해주세요^.^

수요편지 애독자 정승훈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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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09:18:57 *.225.23.207

후배님 여기서보니 더 반가운데요. 방가요^^


아. 글고보니 후배님 전공이 문화사쪽이죠.

흥미로운 분야에요. 다음에 만나면 그쪽 이야기 더 들려주세요^^


필사는 5기 연구원과정 책은 연구원하면서 다 했고요

이후에는 연구원과정에서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연결, 연결해서 읽으며 필사했어요.

일면 사부님 표현에 의하면 "고구마 줄기식 독서법" ㅋㅋ


ㅎㅎ 후배님 그리 말하니 용기내서 써야겠네요.

애독해준다니 넘 고마워요. 후배님도 잘 지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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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07:29:23 *.158.25.187

'한국에서의 학살'을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우리의 아픔이여서인지 처음 보는 그림이지만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네요.


글감사합니다.


경주의 수요편지 애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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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09:22:46 *.225.23.207

찾아보셨군요..

아무래도 저희 아픔이어서 그런지 그러하죠...


김산님 경주에 사시는군요.

경주하면 떠오르는게 후배들 입학여행때 별처럼 벚꽃이 흐드러진 어느 봄날 밤이 기억납니다.

예쁜 도시입니다. 경주..^^


김산이란 아이디는 '아리랑'의 그 분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무튼 멀리에서도 늘 애독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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