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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4일 07시 59분 등록

 오늘 목요 편지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집요정(house elf) 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누구라도 어느 순간에는, 나대신 집안일을 돌봐 주는 우렁 각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특별히 아무것도 안 해도 누군가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빨래와 다림질을 하고, 집안을 반짝반짝하고 안온하게 가꿔주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소망은 영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집요정은 영국 버전의 우렁 각시에 대한 소망에서 태어난 캐릭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역할에 충실한 존재입니다.


 해리포터 세계관에서는, 유서 깊은 가문의 저택에는 집요정이 있고 모든 집안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냅니다. 또한요정이기 때문에 인간 마법사를 뛰어넘는 순간 이동 능력과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집의 주인에게 철저하게 귀속되어 살기 때문에 주인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며 가문의 비밀을 발설할 수 없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저택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스스로 벌을 주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성 마법사 세계에서 집요정에 대한 취급은 좋지 않습니다. 걸핏하면 발로 차거나 언어폭력을 일삼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 집요정에게 벌을 주기도 합니다. 어느 가문은 대대로 가문을 섬겨온 집요정의 머리를 참수해서 벽에 장식해 놓기도 하는 등 끔찍한 방식으로 그들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마법사들 대부분에게 집요정은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노예나 하인 같은 대상이기에 임금을 주거나 휴가를 주는 일도 없습니다.


 아마 집요정들의 외모나 성격도 한몫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베갯잇처럼 커다란 귀, 구슬처럼 크고 반짝이는 눈, 높고 가는 목소리, 작은 체구에, 주인에 대한 애정으로 무장한 요정의 존재는 마법사들이 쉽게 이용해먹기 좋은, 선량하고 나약한 존재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열 살까지 마법사들의 세계를 몰랐던 해리와 해리의 친구 헤르미온느의 눈에, 이것은 너무나 부당한 처사였습니다. 특히 헤르미온느는 집요정들의 인권을 되찾고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직을 만들지만 주변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집요정들 또한 일의 대가로 돈을 지불 받는다는 말을 듣고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동안의 그들의 계산법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반응 때문에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의 주장은 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만나게 된 집요정들을 상냥하고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기로 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해리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열 살 때부터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의 모험담을 담은 장편소설입니다. 이 길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동안 집요정들은 굉장히 중요한 조연을 맡습니다. 사건의 발단이기도 하고, 해결의 열쇠가 되기도 하며 깊은 비밀을 알려주고 친구이자 동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집요정들이 이렇게까지 중요한 반전을 줄 수 있었던 것은 해리가 기성 마법사들의 집요정에 대한 시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집요정을 동등한 친구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별생각 없이 웃어넘겼던 집요정들 안에 숨어 있던 엄청난 마법 능력을 해리는 친구라는 관계와 시선을 통해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 마법사들은 집요정을 해리보다 훨씬 더 오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이들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는 잘 몰랐던 것입니다.


 저는 이 기묘하고도 재미있는 존재를 통해 한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통념적으로 갖고 있는 시선 (예를 들어 연령, 학벌, 수입, 성별, 출신 국가 등)이 한 개인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무엇을 이뤄왔는지가 그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것, 누군가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기 위해서는 결국 대상을 평등한 인격체로 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작은 집요정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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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5 07:26:07 *.169.176.67

잘 알았다고 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잘 했다고 해서 잘 알았다고 할 수 없는 스포츠의 세계, 편견과 통념으로 부터 벗어나 높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힘의 시작이 바로 관점의 전환이었군요 ... !    어떻게 보느냐가 어떻게 행동(반응)하느냐는 것을 뜻하니까... 알고 있었으면서도 새로운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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