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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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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3일 12시 29분 등록

체 게바라 아시죠? 베레모를 쓴 멋진 혁명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데요. 

직업이 무려 '혁명가'인 이 남자는 사르트르가 '20세기에서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칭송하기도 했죠.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가 되자, 하지만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는 말로 

전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길을 쏴버린 인물,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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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머리가 벗겨진 부유한 중년남자의 모습으로 위장한 사진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진이 주는 묘한 울림이 있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체 게바라가 묻힌 곳, 산타클라라


2013년이니까 벌써 10년이 됐군요. 당시 쿠바를 2달 동안 여행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3주 예정으로 갔다가, 너무 좋은 나머지 멕시코로 갔다가 다시 쿠바로 와서 한달을 더 여행했었죠.  


쿠바는 길다란 바나나 모양으로 생겼는데요, 북쪽에 수도인 '아바나'가 있고, 남쪽에 제 2의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가 있습니다. 그 중간 쯤엔 '산타클라라'라는 소도시가 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체 게바라가 묻힌 곳으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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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t0D%2Fimage%2FN-BmGNE2VRBgZwOYNh9qoX1EHGA.JPG산타클라라에 있는 체게바라 기념관 

산타클라라는 ‘체 게바라의 도시’라 할 정도로, 곳곳이 체 게바라의 초상화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가게부터 채소가게, 공공건물까지 체 게바라를 어디에서든 볼 수 있어요.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체는 예외적인 존잽니다. 여기엔 체 게바라를 기리는 기념관이 있는데, 체가 평소 즐겨쓰던 소지품이 시기별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체가 남미를 여행했던 오토바이라든가,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이라든가, 노트, 군복 등 거의 모든 유품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건 체의 위장사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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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는 CIA의 집요한 감시를 받았기 때문에, 자주 위장하여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모습을 싹 바꾸었다고 하죠. 사진 속에서 체는 중년의 의사로 변장한 모습입니다. 날렵하면서도 우수에 찬 혁명가는 온데간데없고, 머리 반이 훌렁 벗겨지고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 풍채 좋은 중년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몹시 낯설긴 했지만, 분명 그것도 체는 체였습니다. 그 사진을 한참 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체가 남미를 여행하지 않았더라면,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혁명가가 아니라 의사의 길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의사로 부유하고 편하게 늙어갔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체는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르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체는 남미를 여행했고, 피델 카스트로를 만났고, 혁명가의 길을 택했죠.

 이후 쿠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아프리카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다 생포돼 최후를 맞습니다. 

체는 혁명가가 되길 선택했고, 혁명가로 생을 마감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체는 혁명가입니다. 


가끔 선택의 순간이 되면 체의 위장사진이 떠오릅니다. 

그럼 그의 두 얼굴이 제게 물어옵니다. 

"그래서 넌 어떤 얼굴을 하고 나이를 먹어갈 거냐?"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지 결정하는 일


저는 사람들의 얼굴에 관심이 많습니다. 길을 갈 때도 사람들의 얼굴을 많이 관찰합니다. 

이목구비보다도 풍겨나오는 느낌이나 아우라에 관심이 많죠. 


얼굴은 '얼(혼)이 나타나는 굴'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이목구비의 조합이 아니라 내 혼이 드러나는 표상이라는 거죠. 

어릴 때야  타고난 이목구비로 살지만, 

나이가 들수록 타고난 이목구비 보다는 내가 살아온 삶이 얼굴에 자리잡게 됩니다. 

내가 해온 모든 선택, 감정, 행동, 철학이 고스란히 스며드는 겁니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그때문입니다. 

 

가끔 저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까? 

나이를 먹었을 때 어떤 얼굴이면 가장 만족스러울까? 

​나이들면 주름은 어쩔 수 없지만 고유의 느낌, 풍기는 아우라만큼은 갈수록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10년 쯤 뒤 나를 떠올릴 수 있나요? 그때 어떤 모습이면 가장 좋을 것 같나요? 

가끔 10년 뒤의 제 얼굴을 그려봅니다. 잘 상상이 되진 않지만 

어떤 모습이든, 그 모습을 제가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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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연말이네요. 주말 &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Merry Christmas! ^^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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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9 17:49:08 *.169.230.150

늘 좋은 글!  많은 생각을 다시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리며   새 해 즐겁고 건강하며 멋진 시간들을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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