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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5일 10시 34분 등록
스승과 함께 나 자신을 공부하며 단절과 고립에 대한 공포가 내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을 기쁘게 하지 못하면 버려질 것만 같은 두려움은 나를 잠시도 평화롭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너무 넘쳐서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되었다. 기준은 늘 그들이었다. 

내가 남들과 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나도 모르게 느끼고 생각한대로 행동하게 될까봐 무서웠다. 그 순간 세상의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것만 같았다.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였다. 내 느낌과 생각자체를 봉인해버리는 것이었다. 세상이 인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안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빛나는 성공이 제게 준 것은 위안이 아니었다. 어느새 나는 세상과도 나 자신과도 단절된, 철저하게 고립된 섬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스승을 따라나섰던 것은 외로움에 지친 나의 마지막 구조요청이었다. 이대로 두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경보가 여기저기에서 울려대던 그 시절, 마음 놓고 나를 풀어놓을 수 있는 시공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겉으로 아무 문제 없어보이던 입사동기가 두 아이를 남겨두고 스스로 삶을 버리는 선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슬픔 다음에 밀려온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내게 연구원 과정은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 준 ‘영혼의 응급실’이었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명상을 입은 환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듯 내게 연구원 과정은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리 아팠다면 진짜 병원으로 갔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나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절대적 시간, 그 어두운 길을 이미 경험한 이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 그리고 나의 아픔을 이해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교감의 체험. 이 삼 요소가 결합하지 않고는 그 때 내가 앓았던 바로 그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P.S. 엄마 역할 싹 ~ 걷어내고 지난 10년 '필살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으며, 또 이를 어떻게 세상에 내어놓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요즘 블로그에 그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10년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더딘 진도가 답답하신 분들은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면 최근 이야기까지를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물론 여기서 저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지만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김글리 모험 에세이 『인생모험』
그녀의 맵짠 글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 동태눈을 한 사람에겐 두 눈을 반짝거리게 하고 번아웃에 지친 삶을 길바닥에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사람에겐 빛나는 딴짓으로 인도하는 붉은 책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출간 과정 또한 신선해서 일반 독자들의 펀딩이 진가를 확인하게 했습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 걸까? 5개의 질문과 20년의 방황, 마침내 찾아내고야 만 진정한 나.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김글리 연구원의 진짜 나를 만나는 특별한 여정으로 초대합니다: 

2. [모집] 1인회사연구소 8기 연구원 모집
1인회사 연구소 & 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1인회사 연구소 8기 연구원>을 모집합니다. 지난 7년간 연구소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거듭난 <8기 연구원 과정>은 자신의 뿌리 기질을 찾아 1인 지식기업가로의 전환을 모색합니다.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 위한 책읽기를 마스터하여 진짜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환을 이루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book@bookcinema.net 으로 프로그램 참여 및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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