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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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까페가 북적인다.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공간 살림’ 세레모니 덕분이다. ‘공간 살림’이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놀이의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각자가 머무는 공간에서 하루에 물건 3개씩을 비워내고 ‘기쁨채집장’이라고 불리는 감사일기를 나누는 것이 활동의 전부다. 어쩌면 당신은 고작 그런 소소한 활동들을 해서 공간을 살려낼 수 있겠냐고, ‘공간 살림’이라는 네이밍은 좀 심한 오버가 아니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해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가볍게 시작한 1일 3비움의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자세한 과정과 내용은 요기를 클릭해보시길~^^) 그중에도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 봐도’ 어쩔 수 없이 내 존재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유배지처럼 느껴지던 ‘집이라는 공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것일 거다.
그러니까 1일 3비움은 집이 ‘감옥’이 아니라 ‘길’이 될 수 있음을 몸으로 확인해가는 여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쌓여갈수록 늘 ‘언젠가, 때가 오면’으로 미뤄두고 있던 일들(예를 들어 집을 통해 세상과 연결을 회복하기 위한 홈 요가 클래스, 홈 스튜디오를 활용한 줌요가 클래스 등)을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하나씩 현실화시켜 나가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깔끔하게 정리되어가는 집에 대한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공간이 살아남으로 내가 살아나는 기쁨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혜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아름다운 과정을 꼭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동지들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기쁘게 할 자신감을 잃어버렸던 나로서는 선뜻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찌 ‘공간살림’ 뿐일까,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는 모색을 해오면서도 이를 나누는 일은 늘 주저되는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한참 활발할 때는 잎새 단계(* 네이버 까페 등급)까지 성장했던 우리들의 온라인 아지트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쪼그라들어 다시 씨앗으로 움추러 들어 있었다. 물론 그 간에도 활동이 아주 멈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들을 직접 만들어 직접 누리는 활동들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족과 지인의 울타리 안에서의 매우 사적인 활동에 국한되어 있었던 것 사실이었다.
사실 지금 아기시를 함께 한 친구들끼리 일상의 공간을 살려내는 놀이를 함께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전히 아주 사적인 활동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명료한 감각이 있다. 저마다의 활동들이 각자의 공간을 살려내고, 우리 모두의 활동이 오래 잠들어있던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까페라는 공간을 살림으로써 바로 그런 공간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릴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그걸 어떻게 이리 단언할 수 있느냐고?
글쎄, 그건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얼른 밖으로 나가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에도 어김없이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생명체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그리고 물어보자. 너희는 어떻게 이리 추운데도 벌써 봄이 오고 있는 걸 그리 확신할 수 있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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