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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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과 진은 결혼 초기부터 아기를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진은 상관없었지요. 그녀에게는 ‘춤’이 아기였으니까요. 조셉에게 ‘책’이 아기였던 것처럼 말이지요."
- 낸시 앨리슨(Nancy Allison)
어느덧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순서만 남기고 있다. 알로하 실버벨리 무용단의 단장인 알로하가 그녀의 댄스 멘토, 진 애드먼(Jean Erdman)에게 헌사하는 공연이다. 1년전 이 곳 하와이에서 공연을 시작해서 1년간 전세계를 돌며 공연을 했다.
마지막 공연은 역시 진 애드먼이 있는 하와이. 원래는 그녀의 115세 생일에 맞춰 축하 공연을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아쉬운 마음과 정성을 담아 그녀를 떠올리며 공연을 준비했다.
알로하가 벨리 댄스를 처음 했던 건 15년 전. 처음에는 그저 뱃살을 좀 빼려고 시작했지만 빠지라는 뱃살은 안 빠지고, 그녀가 벨리 댄스에 푹 빠져버렸다. 아마도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면서 몸에 균형이 잡히고 유연성이 늘면서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점점 예뻐 보여서 였던 것 같다. 그리고 기억조차 사라졌던 어린 시절의 욕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걸 느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타고난 몸치인 알로하는 연습으로 각각의 동작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건 가능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음악에 맞춰 안무를 할 때는 동작의 연결이 어설프거나 손발이 안 맞기 일쑤였고, 춤이라기 보다는 기술의 나열 같아 보였다. "역시 나는 안 돼"라고 포기하며, 그냥 운동삼아 하는 걸로 만족했다. 그러다가 2016년 7월에 공연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공연일이 다 되도록 겨우 안무만 외우는 데 불과해서 이게 무슨 집안 망신이요, 흑역사의 창조냐며 후회 했었다. 그런데 공연 당일 그녀의 어설픈 춤을 보면서도 친구들은 환호했고, 칭찬은 그녀를 춤추게 했다. 2017년에 조셉 캠벨과 그의 부인 진 애드먼을 (책을 통해서) 만났던 건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그들은 춤에 있어서 안무나 규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충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알로하는 그들 덕에 “우선 모든 규칙을 배운 다음, 그 규칙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그녀는 용기를 내어 강사 자격증에 도전했고, 공연과 대회를 즐기며 자연스러운 충동이 있는 삶을 살아 왔다.
잠시 옛 생각에 빠져있는데 관중들의 환호가 들린다. 조셉 캠벨이 그토록 중요하게 말했던 천복(bliss)을 찾은 느낌이 이런 걸까. 음악이 시작되자 알로하는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자 이제 모든 규칙을 잊어버리자, 자연스러운 충동으로 아름다운 무대를 즐겨보자.'
- 2029년 2월, 진 애드먼의 고향 하와이에서...
몇 년 전 벨리 댄스를 시작하며 꾸었던 ‘미래의 모습’ 입니다. 그때로부터 4년 반이 지난 지금 30% 정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엉망이었던 첫 공연 후 조금 더 나아진 두번째 공연을 했고, 그 다음해에는 대회에 참가했고 또 1년 뒤에 강사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자격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한 달 후에 한번 더 시험을 봤고 합격했습니다. 벌써 2년 전의 일입니다. 이제 정말 꿈을 이룰 일만 남아있는 것 같았는데요. 2년 동안 저는 얼마나 꿈에 다가갔을까요? 알로하 실버벨리의 월드 투어는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지, 다음주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의 마지막 편지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봄입니다. 제주에는 벌써 벚꽃이 피었다고 하네요. 육지에서도 곧 봄꽃들을 볼 수 있겠지요. 이번주도 행복하고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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