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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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옮기는 과정에 틈새가 생기면서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생각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삶을 그려보다가도 지난 10년간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선으로 연결되지 않는 무수한 점들로 채워진
시간들 같이 느껴집니다. 개인 구해언은 온데간데없고 삼십 대 중반
10년 차 직장인만 남아있다는 것이 조금 쓸쓸하면서도 아직은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초엽 작가의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관내
분실’이란 단편을 꽤 좋아합니다. 먼 미래에는 소중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그분의 모든 뇌내 데이터와 인생에서 내렸던 결정과 성향 등을 종합해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이 구현된 결과를 ‘마인드’라고 부릅니다. 납골당이나 묘지에 꽃을 바치러 가는 대신 도서관에
가서 커다란 장치에 탑승하기만 하면 다시 살아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니 터무니없이 멋진 미래입니다. 그런
미래에 살고 있는 ‘관내 분실’ 속 주인공 지민은 오래전에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었지만 본인이 임신을 하게 되며 예상외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게 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인드를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고유하게 특정할 수 있는 물건이 필요합니다. 지민은 어머니의 삶을 되짚어 보기로 합니다.
지민이
어머니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으며 지민에게 집착하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인덱스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어머니이기 이전에 ‘은하’라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 살아왔던 어머니의 삶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표지 디자인을 하던 어머니, 아이를 낳고 직장을 잃게 된 어머니. 지민은
어머니가 디자인했던 책을 도서관에 가져가 인덱스를 복구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어머니에게 이제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 살아가지만 그런 것들로 규정되지 않는 고유한 나의 영역을 가꾸고 지켜야 합니다. 인덱스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 가정, 그 외의 어디서든 자신의 인덱스가 무엇일지 더 열심히 고민해 보고 힘껏 가꾸고 사랑해야겠습니다. 일상에서 나다움을 발견하고 빛나게 가꾸어 나간다면 마음에 쏙 드는 멋짐을 갖추게 될 거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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