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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1일 07시 47분 등록

 날이 갑자기 추워져 겨울옷을 꺼냈습니다. 몇 년 동안 즐겨 입었던 스웨터와 후드티들을 살펴보니 낡아서 몇 벌은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에는 매일 입으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일 년 만에 다시 보니 이제야 헤지거나 구멍 난 부분들이 보입니다. 거기다가 거의 비슷한 스타일과 색상이라 새로운 변화를 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옷을 자주 사는 친구에게 쇼핑에 어울려달라는 요청을 보냈습니다.


 원래 저는 제 고집이 세고 거절을 잘 못해서 혼자 쇼핑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친구랑도 쇼핑을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 어떤 의상을 사게 될까 걱정부터 됐습니다. 실제로 백화점에서 친구를 만나자 쇼핑하지 말고 그냥 커피나 마시러 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끌려가다시피 옷을 사러 돌 아녔습니다.


그래도 막상 쇼핑을 시작하니 재밌었습니다. 같은 옷을 놓고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와 저를 보며 취향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기도 했고, 혼자라면 매장에서 팔고 있는지도 몰랐을 옷이나 모자를 발견하고 시도해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세상이 언제부터 이렇게 넓었는지, 유행이 어느새 이렇게 많이 바뀌었는지 직접 체험하고 나니 새로운 변화들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인생을 살아온 두 콤비가 멋진 모험을 하거나, 힘을 합쳐 대단한 일을 해내는 이야기는 정말 많습니다. 사실 모험 이야기에 개성 강한 동료와의 케미가 빠질 수 없죠. 그래도 그중 한 가지 이야기만을 골라야 한다면 저는 픽사의 up!’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2009년에 개봉한 업에는 (벌써 12년 전 영화군요) 딱 보기에도 친구가 되기 어려울 것 같은 두 사람이 나옵니다. 바로 할아버지 칼과 보이스카우트인 러셀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나이 차이도 크고,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은 각자 아픔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부재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떠나는 모험을 함께 하며, 특히 칼에게 이 모험은, 그동안 사별한 아내와의 기억에 사로잡혀서 무기력하게 살아왔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칼 혼자서 떠났다면 알 수 없었을 것들을 러셀이라는 존재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그동안 저는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의 뜻을 나쁜 친구에게 물들기 쉽다는 부정적인 말로만 생각해왔는데, 사실 강남에서 멋진 옷과 만날 수도 있고 신나는 모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안온한 집에만 있으면 몸과 마음은 편하지만 이렇게 넓고 많은 것이 있는 세상의 일부분만을 마치 전체인 것처럼 알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굉장한 공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험에 함께 어울려줄 친구가 있다면 제 모험 일지에도 아주 멋진 장면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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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4 06:05:28 *.169.176.51

그런 거 같지요 !  '꿈보다 해몽이라고...' 

저도 이타적이거나 긍정적인 시야와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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